[미디어펜=신진주 기자] 5월 셋째주 명동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관광객 리펑펑(李鹏鹏·28세)씨는 한손엔 스마트폰을, 한손엔 여행안내책자를 들고 도심 곳곳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깃발 여행’ 대신 ‘자유여행’을 선택한 자유여행관광객이다.
한국에 오기 전 리펑펑씨는 '한국 비자발급 받는 법'을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고, 포털사이트 바이두, 웨이보 등을 통해 관광코스를 짰다. '마펑워', '치용요' 등 자유 여행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해 교통, 숙박 시설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한국여행 시 필수 공략 콘텐츠를 휴대폰에 저장하기도 했다. 리펑펑 씨는 "서울은 홍콩에 이은 '쇼핑의 성지'라고 소개가 돼 있다. 그래서 꼭 사야할 '쇼핑 리스트 추천' 콘텐츠를 유심히 살펴보고 왔다"며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등의 화장품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고, 후, 설화수 등의 한방 화장품은 고가이긴 하나 그 값어치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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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우커의 여행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깃발부대'를 벗어나 여행가방을 메고 특색 있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자유여행객이 늘고 있다. / 미디어펜 |
그녀는 서울에서 꼭 가야할 장소 역시 체크해 왔다. 명동에 이어 롯데월드, 경복궁, 동대문, 서울N타워, 청와대, 인사동은 꼭 들릴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코엑스에 있는 SM타운에 들려 SM의 소속 가수들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사진·공책 등을 기념품으로 구매할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한 뒤 여행길에 올랐다.
현재 한국 경제에서 가장 핫한 산업이 관광산업이다. 특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이 관광산업의 핵심 키워드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국내 관광산업의 '큰손' 요우커를 면밀히 분석해 이들을 공략할 콘텐츠 수립이 중요해진 요즘, 요우커의 여행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깃발부대'를 벗어나 여행가방을 메고 특색 있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자유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관광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자유여행(FIT)으로 변화되는 흐름에 맞춰 최근 방한 요우커도 고품질의 다양한 체험상품을 원하는 개별자유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개별자유관광객 공략에 힘쓰고 있다.
앞서 리펑펑씨의 사례처럼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개별관광 트렌드의 증가는 노동절 기간에도 증명됐다.
한국관광공사는 노동절 연휴(4.30∼5.2) 사흘간 중국 SNS 웨이보의 온라인 설문조사와 명동, 북촌, 홍대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관광객들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응답자 중 에어텔(항공+호텔)을 포함한 개별여행객(FIT)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한국여행은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했고, 숙박은 특급 호텔보다 비즈니스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홈스테이 등을 선호했다. 여행목적도 고궁, 박물관 등의 관광명소 투어보다는 미식이나 쇼핑 등을 더 선호했다.
또한 항공료를 제외한 여행예산은 절반 이상이 4500위안(약 80만원)라고 응답해 다른 해외방한객에 비해 씀씀이가 컸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요우커 중 개별자유여행객은 2013년 164만명에서 2015년 353만명으로 2년 새 2배 가량 증가했으며, 2016년에는 5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3년 38%에서 2015년 61%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자유여행객은 쇼핑을 중시하는 20~30대의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모바일을 통해 여행정보를 주로 습득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 개성 있는 소비와 여행에 관심이 많은 바링허우 세대는 명품, 화장품 등 쇼핑을 주로 하나 최근 들어 문화 콘텐츠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단순 쇼핑보다는 문화도 즐길 수 있고, 비교적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개별자유여행객을 위한 문화 관광 인프라 구축과 함께, 그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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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의 경우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연계 관광 상품을 기획해 젊은 요우커들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
업계는 분주히 개별관광객의 대표 세대인 20-30대 여성들을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신세계는 올해부터 백화점에만 국한됐던 '중국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면세점은 물론 아울렛과 호텔 등 주요 계열사와 연계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중국 언론인과 파워블로거가 자국으로 돌아가 주요 관광지 방문 체험기 관련 글을 올리면 홍보 효과도 크고 요우커 유치 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롯데의 경우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연계 관광 상품을 기획해 젊은 요우커들을 공략하고 있다.
'엔터투어먼트(entertourment)'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 한 롯데면세점 측은 "그동안 쇼핑에 편중된 저가 관광상품이 한국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키워 재방문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자,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한류문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는 모바일 검색에 익숙한 요우커를 위한 종합 관광 안내 서비스 앱인 '티엔티엔러티엔(天天乐添)'을 선보이고 있다. 이 앱은 롯데멤버스,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계열사의 쇼핑, 이벤트 정보와 모바일 쿠폰 등을 제공한다.
아울러 국내 맛집, 추천 여행지, 최신 여행 정보, 한류스타 콘텐츠 등을 수록했으며 중국어 지도 및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개별자유여행객들이 한국 여행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계 기반 및 콘텐츠 정보의 양과 질을 높인 앱을 통해 요우커들이 한층 여행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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