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주민 '인간방패' 위기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거점 도시 팔루자에 진입한 데 이어 본격적인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라크군이 팔루자를 탈환하려는 시도에 IS는 팔루자에 남은 주민 5만명을 '인간방패' 삼아 저항할 움직임이다.

31일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제동맹군 지원을 받는 이라크군은 공격 개시 일주일 만인 30일(현지시간) 팔루자 남쪽 외곽 지역을 통해 팔루자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팔루자는 수도 바그다드와 가까운 데다가 IS가 처음으로 점령한 이라크 도시여서 IS에 상징적인 곳이다. 이라크군은 지난 23일 팔루자 탈환 작전을 선언했다.

이번 공격에는 이라크 최정예 대테러부대(CTS)가 투입됐고, 국제동맹군이 이들의 진입을 공중 엄호했다고 작전 총사령관인 압달와하브 알사아디 중장이 전했다. 이라크군은 본격적인 시가전에 앞서 외곽 지역을 장악하면서 팔루자를 포위하고 있다. 아직 팔루자 중심부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남부 일부 지역을 탈환했다.

IS는 이라크군의 총력전에 잇따른 자살 폭탄 테러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급증한 것은 IS가 이라크 정부로부터 관심을 끌려는 시도라고 군 당국자들은 전했다.

또 이라크군 공격이 거세지면서 팔루자에 남은 민간인이 피해를 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S가 이라크군에 맞서 도심으로 주민들을 불러모아 인간방패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팔루자에 갇힌 민간인은 5만여명에 이르며, 지금까지 도보나 관개 수로관 등을 이용해 도시 밖으로 탈출한 사람은 8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는 추산했다.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팔루자는 2014년 1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가장 먼저 장악한 이라크 도시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 권력에서 배제된 강경 수니파 세력의 근거지가 됐다. IS의 전신인 알카에다 이라크지부 등 수니파 무장조직이 팔루자에서 세력을 키웠다.

이라크군은 작년 12월 안바르주 주도 라마디를 IS로부터 되찾았으나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팔루자에는 지상전을 개시하지 못했다. 현재 IS는 팔루자뿐 아니라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포함한 북부와 서부 지역을 장악한 상태이다.

모술 공격에 앞서 팔루자에서 IS를 쫓아내면 IS 세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팔루자 공격이 이라크군의 IS 격퇴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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