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정치투쟁 극렬 파업 부추기고, 손배소 제한 주장은 노사와 국법 흔들어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불법파업을 편들어주는 사회기구가 곧 탄생할 모양이다. 기업과 정부의 파업 손해배상소송에 제동을 걸겠다며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잡고’(손잡고)가 발족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어째 ‘손잡고’의 등장타이밍이 절묘하다. 최장기 파업기록을 세우고 코레일로부터 77억 원 손배소를 당한 철도노조를 연결 짓게 만든다.

‘손잡고’의 중심에 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노동자의 단결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에 대해 지식인으로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노조법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는 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즉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노조 쟁의는 지금도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또 한 교수는 “외국에서는 파업 후 손배 청구가 야만적 수단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한국 기업의 손배 청구를 비판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파업문화와 노조의 요구수준이 과연 한국의 상황과 간단히 비교될 수 있을까. 쌍용차-한진중공업-현대차 사태와 같은 불법파업이 만약 외국에서 일어난다면 여론의 냉담한 반응, 소비자의 외면으로 노조가 ‘끝장파업’까지 고집하진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선진국엔 기업의 내부분쟁에 참견하여 쟁의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외부세력도, 노사갈등마다 ‘해결사’를 자처하며 파업을 정치이슈로 만드는 정치인도 없지 않은가. 또한 파업현장을 한쪽 시각에서만 취재-보도하는 언론의 편향성도 한국처럼 심각하지는 않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손잡고’의 핵심멤버인 듯하다.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경찰이 민노총 건물에 진입한 날, 조 교수는 박원석 의원과 통화하며 트위터에 철도노조 지도부 안부와 현장상황을 생중계했다. 트위터엔 “대다수의 파업은 불온시 되고 나아가 온갖 이유로 범죄로 처벌된다.”고 올렸다. 그는 불법파업이라도, 국민들이 불편을 겪어도, 산업전반에 큰 피해를 입혀도 철도파업을 비호해왔다.

‘손잡고’의 결성 준비가 이슈화되자 2012년 7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이 덩달아 주목받는다. 이 법안도 노무제공 거부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한하고 폭력으로 인한 직접 피해만 책임지게 한다는 내용이다. 심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태 때 “제발 오지 말라.”는 부산주민의 절규 같은 호소도 무시하고, 자신의 정치잇속을 챙기고자 희망버스에 몸에 실었던 국회의원이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파업 손배소를 막으려 앞장선 ‘손잡고’와 ‘노조법 개정안’이 그다지 정의로워 보이진 않는다. 병 주고 약 주듯, 이념-정치투쟁으로 ‘극렬 파업’을 부추겨 놓고선 손배소 제한을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들의 눈에는 처지 딱한 파업노동자만 보일 뿐, 그 불법행위로 근로권을 침해당한 동료, 경영권을 침해당한 기업인 그리고 주가하락으로 손해 입은 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조국 서울대교수, 심상정 의원 등이 불법파업을 벌인 노조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사회기구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불법파업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세력이 주동이 된 밀양송전탑 건립 반대를 위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지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노조와 노조 비호세력들은 ‘합법쟁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한홍구 교수의 말처럼 파업은 사측에 어떤 손해를 입히는 걸 전제로 하므로 손해배상은 부당하다고 한다. 파업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불법파업도 합법이라고 포장하려 든다.

이미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의 노사간 불일치에 대해선 노동자의 파업권리가 법으로 보장되고 있다. 아직도 그들은 자본가 대 노동자란 대립구도 아래 노동자가 과거처럼 핍박받는 약자라고 생각하는가. 파업의 직-간접피해를 사측만 입을 거라는 그들의 순진한 착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업=재벌가족=자본가’라는 프레임이 깨져야 한다. 기업의 자본은 수많은 주주들의 자본금이 결합된 것이고, 기업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렸다면 그 자본은 은행에 맡겨진 소액예금주들의 돈일 수도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반 국민 대부분이 자본가이지 않은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파업의 파장과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근로자의 임금상승 기회가 무산될 수도, 취업에 목마른 구직자의 신규고용 기회가 사라질 수도, 파업에 의한 생산량 감소로 소비자가 보다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할 시기를 놓쳐 손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상복지를 외치며 미래 곳간을 털어먹고 있는 상황에, ‘미래 이익을 놓치는 것’을 공감하고 아쉬워하겠는가.

다행히 기업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법원의 준엄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90억 원, 쌍용차 조합원에게 46억 원, 가까이는 지난 17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대한 59억 원을 배상하게 했다.

좌파는 ‘사법살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지만, 쌍용차 판결에서 보듯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단순 파업 참가자에겐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히려 파업에 끼어든 외부세력인 금속노조-민노총-좌파단체 간부들에게 배상하게 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또한 ‘외부세력 퇴장’ 이후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생산현장에 ‘기적’이 일어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때마침 며칠 전 MBC파업 손배소 패소 판결이 내려져 ‘손잡고’와 ‘노조법 개정안’의 주장이 탄력을 받을 듯하다. 좌파언론들도 연일 대대적으로 손배소 제한 공론화작업을 거든다. ‘손잡고’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또 하나의 ‘외부세력’은 아닌지, 누구에겐 ‘기적’을 다른 누구에겐 ‘불행’을 가져다주는지부터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