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자기들만 안하면 될 걸 왜 시비냐…사과는 환영"
손금주 수석대변인 "무노동 유임금은 후안무치…앞으로 신중하길"
우상호 발언, 국민의당 아닌 국민여론 겨냥 의혹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세비로 시비를 거는게 유치하다'는 설화(舌禍)로 촉발된 국민의당과의 세비 반납 논란이 간신히 봉합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우 원내대표가 2일 해당 발언이 '20대 국회 원(院)구성 안되면 의원 세비 반납' 입장을 견지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겨냥했다는 것이 "오해"라고 해명하면서다.

국민의당은 우 원내대표의 이같은 해명을 일단 사과로 받아들이며 환영했지만, 그의 발언이 "공당으로서 적절치 않다"거나 "(세비 반납을) 하기 싫으면 자기들만 안 하면 된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해 달라" 등의 쓴소리를 남겨뒀다.

그러나 연 1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국회의원 세비가 여론의 오랜 비판 대상이 돼 온 가운데, '안철수 대표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우 원내대표의 '반(反)정치 논리' '유치한 시비' 등 발언이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세비 관련 발언은 안 대표를 비판하기 위한 게 아니다"면서 "정치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일반적 반정치 공격 논리에 대한 원론적 입장 말씀 드린 것"이라며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선 오해없으시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앞서 그는 전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의 세비 반납 공약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회의원에게 세비로 시비를 거는 게 제일 유치하다고 본다. 그렇게 말하면 남북대화가 1년간 안 이뤄졌으니 통일부 장관은 1년치 월급을 반납해야지"라며 "그건 전형적 반정치 논리로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안 대표의 무노동 무임금 발언은 시의적절했다"며 사실상 당론임을 시사한 뒤 "여기에 딴지 거는 것은 공당으로 적절치 않다. 하기 싫으면 자기들만 안 하면 됐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인 우리 당에 시비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공개회의 말미에 재차 발언을 신청, "우 원내대표가 안 대표의 무노동 무임금 발언을 조금 심하게 말씀했는데, 어제도 제게 전화로 해명을 했고 아침 회의 발언을 통해 안 대표께 오해가 없으셨음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우 원내대표의 사과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당 회의가 같은 오전 9시에 시작된 가운데, 우 원내대표가 공개회의 초기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한 사실을 회의 중 전해듣고 이를 '사과'로 간주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전날 우 원내대표로부터 전화 사과를 받고도 공식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 우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는 점에서 국민의당 측의 불만이 상당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이날 '무노동 무임금으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 하겠다'라는 제목의 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원구성 지연으로 인해 국정 감시·견제의 공백이 생기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께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어찌 국민 세금은 꼬박꼬박 받겠다는 후안무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어 "한국 어디에도 일하지 않고 버젓이 돈받는 국민은 없다"며 "국회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자리를 위한 이전투구 속에 '무노동 유임금'이라는 또 하나의 특권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를 향해 "어제 '유치하다' '반정치'라며 거친 말을 쏟아내셨지만 뒤늦게라도 사과를 표하셨다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좀 더 신중해 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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