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강성노조에 뚜렷한 장점도 없어 리스크가 커요. 차라리 증자를 하고 말지요.”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키로 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막상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몸집 불리기에 급한 대형 증권사가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5.32%를 보유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의 지분 75%를 7050억원에 인수해 현재 사명으로 바꿔달았다.

이후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4110억원을 추가로 넣었다. 현대중공업 측이 하이투자증권에 쏟아부은 자금만 1조116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037억원(이하 올 3월말 기준)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6000억원 이하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노동조합이 워낙 강성으로 유명한 데다 본사가 부산일 정도로 영업기반이 부산·경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특별히 내세울 만한 사업분야가 없다는 점도 몸값을 높이기 불리하다.

또 대주주 지분율이 85.32%에 달해 합병이후 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곧바로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3조4136억원)이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4조2735억원)을 인수해 자기자본 7조원대의 증권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지분 43%가 합병 후 자사주로 편입되면서 실제 자기자본은 5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6000억원에 매각된다면 85.32% 지분가치 5200억원 가량은 자사주로 편입되고 나머지 800억원 만큼 자기자본이 불어나는 것이다.
물론 시장에 자사주를 일부 매각해 자기자본으로 넘기는 방법이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는 하이투자증권 지분이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금융지주사 자회사로 편입돼 합병이 되면 고스란히 자기자본이 합쳐져 불어나게 된다. KB금융지주에 인수된 현대증권이 그런 사례다.

때문에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아닌 대신증권(1조6649억원)이나 키움증권(1조844억원)이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점에도 현대증권 인수전과 같이 증권사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신한금융투자다. 자기자본 2조4749억원으로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신한금융지주 측에서 올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어차피 5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던 차에 1000억원 정도 더 보태서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도 불리기지만 일단 인력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자기자본 1조6765억원으로 증권사 최고 수준의 순자산이익률(ROE)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더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요구에서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가격이 싸다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1조7936억원)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 외환은행간 통합작업을 아직 진행하고 있는데다, 인수를 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두 회사 모두 투자신탁사(현 자산운용사)가 전신으로 아직도 겹치는 고객이 많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모태는 제일투자신탁, 하나금융투자 역시 출발은 대한투자신탁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합병해도 자기자본 3조원에 올라서지 못하는데다 같은 투신사로 시작해 중복되는 고객이 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주나 하나금융투자 모두 다른 증권사를 인수할만한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거점을 둬 하이투자증권의 또 다른 유력 인수후보로 불리는 BNK금융지주는 “BNK투자증권의 안정적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며 “하이투자증권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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