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삼성SDS가 사업분할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삼성SDS는 물류 및 컨설팅SI 등 일부 사업부문 분할합병 추진 검토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현재 사업부문별 회사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하여 확정된 사실은 없다”면서 “사업부문을 분할한 이후, 합병 등 추가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전일 일부 언론은 삼성그룹이 이르면 오는 8일 삼성SDS의 글로벌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 분할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SDS 물류 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합병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삼성SDS 컨설팅SI부문을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모두 합병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는 애초 “사실무근”이라며 분할설을 부인하다가 태도를 바꿨다. 그룹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SDS가 독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은 물론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부인 공시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삼성SDS의 물류 부분을 결국 흡수합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삼성SDS의 주가는 10.78%나 급락했다. 이에 비해 최근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던 삼성물산은 7.02% 상승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아직 IT서비스의 비중이 높지는 하지만 삼성SDS의 물류 사업은 지난해 2조606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면서 전체 매출액(7조8534억원)의 33%가량을 책임졌고 올 1분기에도 1조7450억원 중 35%(6200억원)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3조원대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이 유력했던 미래사업이었다. 삼성SDS 입장에서는 전혀 물류 사업을 분할해 떼어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삼성SDS의 분할 결정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나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의 합병 등을 통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23%, 삼성SDS 지분 9.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일단 당장은 부인했지만 삼성SDS와 지주사인 삼성물산간 합병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삼성SDS와 삼성전자와의 합병도 결국 이번 분할을 통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9%에 불과해 삼성SDS IT부분과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삼성SDS IT부분이 삼성물산 자회사로 편입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다만,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기준주가가 낮게 산정됐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의 여파로 삼성 측이 합병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소한 조회공시 유효기간인 3개월간은 합병 절차에 대해 일절 함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합병 과정에서의 잡음을 피하기 위해 삼성SDS를 분할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각각 매각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를 분할하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SDS 물류쪽은 삼성물산과, IT쪽은 삼성전자와 각각 합쳐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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