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친노계 좌장으로 꼽히는 이해찬 무소속 의원이 반기문 유엔사무 총장 대선 가도에 제동을 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의원은 5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에 대해 "외교관은 국내정치와 캐릭터(성격)상 안 맞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은 "정치를 오래했지만, 외교관은 정치에 탤런트가 맞지 않다. 정치와 외교는 중요하지만,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면서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그동안 외교관을 많이 봤지만 정치적으로 대선 후보까지 간 사람은 없었다"면서 "외교 차원의 정치는 하지만 경제와 사회, 정책, 문화, 교육 등 외교관계 이외에 나머지 영역에서는 인식이 그렇게 깊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 총장도 국내 정치를 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반 총장을 야권 후보로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반 총장을 야권후보로 생각하는 야당은 없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반 총장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동북아 평화가 상당히 위협받는 상황이고, 특히 북한 문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반 총장이 임기 중에 북한에 가서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해서 다자안보체제로 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6자회담에 대해선) 중국도 미국도 추진하는데 현재 북한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거쳐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으며 당시 이 의원이 국무총리로서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반 총장 선출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반 총장이 만나는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이 의원은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이 의원은 그해 5월 전직 총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당시 톰 랜토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나려다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반 총장에게 부탁했고, 이에 반 총장이 랜토스 위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그가 내 보스다'(He is my boss)라고 말해 만남이 성사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재단 실무자들과 함께 노무현대통령 기념관, 노무현센터 건립 등에 필요한 조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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