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쿠바 아바나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으며, 이에 따라 우리와 공식 수교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윤 장관과 로드리게스 장관은 2013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한·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고위급 회담 계기에 면담한 적은 있지만 양국 간 공식 외교장관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은 쿠바 측에 사실상 강력한 수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양국 관계 정상화에 중대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장관은 회담 후 외교부 공동취재단에게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가운데 회담했다"면서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제가 강조했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잠재력을 구체화할 시점'이라는 언급은 수교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관계개선을 위한) 이심전심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 다양한 후속 협의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 로드맵을 갖고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로드리게스 장관에게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의 "개인에게는(한 인간으로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라는 역사적 명언을 인용하며 양국관계에서 자신의 방문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윤 장관은 쿠바의 혁명가이며 독립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시(詩)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며 아늑하고 포근한 쿠바의 정경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이에 대해 쿠바 측은 상당히 호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쿠바 측의 구체적 언급은 전해지지 않았다.

북한과 '형제국'인 쿠바의 입장과 북한의 반발, 방해공작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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