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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구의역 사고로 채 피지도 못하고 짧은 삶을 마친 19세 김군의 죽음에서 우리가 눈물만 배운다면 그건 그의 죽음에 대한 배신이고 모욕이다. 김군을 죽음의 사지로 내몰다시피 한 메피아와 이들의 탐욕이 낳은 먹이사슬, 구조적 모순을 깨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김군의 죽음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긴 중요한 교훈을 아는 것이다.
매번 소를 잃고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한국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같은 인재(人災)를 수없이 반복해야만 하는가.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정치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나. 이번 사고는 우리가 이제 이런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됐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무엇보다 김군의 죽음은 청문회를 백번 천 번 해도 알기 어려운 한 정치인의 적나라한 민낯을 까발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은커녕 서울시장의 자격조차 없는 무능한 정치꾼으로 당장 시장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 이유는 스스로 증명했다. 첫째 똑같은 원인으로 사고가 세 번째 발생했는데도 박 시장은 “부끄럽게도 이번 사고 이후 서울에도 관피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무능을 고백했다. 2013년 성수역 사고, 2015년 강남역 사고, 2016년 구의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자신은 뭘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메트로가 메피아 탐욕의 소굴로 전락한데에는 박 시장의 인사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강남역 사고가 일어나기 전해인 2014년 8월 박 시장은 20여년 이상을 민간 금융 영역에서 일한 전국증권산업노조위원장 출신 비전문가 이정원씨를 서울메트로 사장에 낙하산으로 꽂았다. 그것도 경영지원본부장에 임명된 지 고작 6개월 밖에 안 된 외부인사인 이씨를 ‘내부인사’라고 포장해 사장으로 전격 승진시켰던 것이다. 박 시장 측근이라는 이유 외에는 그 어떤 명분도 찾아 볼 수 없는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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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박원순 시장의 3일간 행적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사진=연합뉴스 |
예고된 인재(人災) 박원순 시장의 거짓말 혹은 무능
그때 서울시의회 성중기 시의원이 박 시장에게 했던 지적은 돌아보면 너무나 뼈아프다. 필자는 기사를 검색하다 성 의원이 박 시장의 인사를 어떻게 비판했는지 내용을 확인하고 소름이 돋았다.
"본부장 취임 뒤 최근까지 3차례의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기본적 업무파악도 못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기술분야에 대해 완전히 백지상태인 인물을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임명한 만큼 관련된 안전사고는 전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5월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시민안전을 크게 위협한 바 있다. 이로 인해 5월 9일에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서울메트로의 안전향상을 위한 10대 개선과제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전혀 검증안된 철도 비전문가를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임명한 박원순 시장의 배짱과 말바꾸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본부장 재임 시절 업무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지하철 비전문가를 사장으로 뽑은 최악의 인사 실패다"
낙하산을 타고 서울메트로 사장에 안착했던 이정원씨는 지난 달 9일 사표를 썼다고 한다. 그 사이에 강남역 사망, 사표를 던진 직후 구의역 사망사고까지 터진 것이다. 박 시장의 인사가 잘못됐다고 준엄히 경고했던 서울시의회의 한 의원이 마치 예언처럼 했던 경고대로 불행한 사고는 결국 현실이 돼 버리고 만 것이다. 서울메트로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 간 박 시장의 다른 측근들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울시의회 성중기 의원 지적을 보면 박 시장은 서울메트로 안전향상을 위해 10대 개선과제까지 직접 발표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에 관피아가 있다는 것은 구의역 사고가 터진 이후에야 알았다고 주장한다.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거짓말처럼 느껴지지만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서울메트로 인사와 예산권한을 쥔 박 시장은 서울메트로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쯤은 알아야 정상 아닌가. 그러고도 몰랐다니 거짓말이 아니라면 무능을 증명한 것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참사와 무책임 박원순 시장이 사퇴해야 할 이유
박 시장이 사퇴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인사에서 비롯된 참사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측근을 꽂는 낙하산 인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적재적소에 맞는지를 따져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박 시장 낙하산 인사의 특징은 측근이라는 점 이외의 어떤 고려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와 관련이 없는 비전문가들을 낙하산 폭탄 투하해 끝내 참사까지 벌어진 경우가 어디 이번뿐이던가.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에 물려 죽는 일이 있었다. 20년 이상 곤충전문가로 일한 사람에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호랑이 사육을 맡겼다가 일어난 참변이었다. 서울대공원 원장에 인디 밴드 출신의 비전문가를 낙하산 투하한 박 시장의 보은인사로 인해 빚어진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맹렬했다.
2015년 2월에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사망했다. 어린이대공원은 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데, 박 시장 캠프 출신 환경운동가가 이사장이었다. 이 외에도 서울시공무원들의 잇단 자살 사건은 또 어떻게 설명할 건가.
박원순 시장이 사퇴해야 할 세 번째 이유는 무책임이다. 박 시장은 "시 산하기관의 외주화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스크린 도어 사망 사고가 이미 세 번이나 일어났다. 시장의 잘못을 통감하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고발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체이탈화법을 쓰는 뻔뻔함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지하철공사 안전관리를 외주에 맡기지 않고 자회사를 설립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자신의 1인방송 '원순씨 X파일'에서 "자회사 설립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고 안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매진하겠다"며 "자회사 말고 서울메트로 정규직 채용도 검토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래 놓고 "총액인건비제라고 행자부(행정자치부)가 정해놓은 숫자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자신은 하고 싶지만 마치 정부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못하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태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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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8일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메트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서울시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무슨 대권인가
박 시장의 무책임은 소위 진보좌파 언론조차 지적하고 있다. 레디앙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모두 13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고 한다. 노조 등은 2인 1조 근무제나 외주화 정책 중단을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서울시는 비용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부해왔단다. 그래놓고 구의역 사고가 터지자 이제와 외주화 중단을 선언하니 좌파언론조차 못 믿겠다는 것이다.
"돈보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고 우선하는 행정을 계속하겠다"는 박 시장의 약속은 작년 강남역 사고 때도 그 이전에도 비슷했는데 지금 하는 약속은 또 어떻게 믿느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늘 이런 식이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면서 원인은 이미 나왔는데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헛된 약속을 반복한다. 그리고는 숨진 김군에게 명예기관사 자격을 부여하겠다며 언론쇼나 하는 무책임의 극치만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사퇴해야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더 파고든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지금까지의 사유만으로도 박 시장은 백번 사퇴해야 하며 탄핵 당해 마땅하다. 전임 오세훈 시장은 고작 무상급식 문제로 사퇴했다. 그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박 시장은 "사고의 원인이 고인에게 있다는 섣부른 메트로측의 발표로 고인과 유가족들 마음에 고통과 상처를 드렸다. 이는 너무나 큰 잘못이고 늘 서울 하늘 아래 일어난 모든 사고는 무조건 제 책임이라는 제 철학과 생각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본인 입으로도 밝혔다.
지금까지 박 시장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벌어진 인명 사고와 참사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피해갈 수 없다. 착취당하던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서울시 산하 탐욕의 관피아들이 활개를 치면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박 시장이 지금 얄팍하게 청년수당이나 뿌리면서 대권행보나 하겠다는 것은 너무 뻔뻔한 태도 아닌가.
박 시장은 지난 달 했던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2시간 동안 수장되어 가는 아이들의 절규를 생방송으로 보고만 있어야 했던 세월호 사건, 국민 안전에는 '1% 가능성이 100%다'는 것을 알게 해준 메르스 사태…" 운운하며 현 정권을 비난했다. 이런 말도 했다. "천하가 고통과 절망 속에 잠겨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꼴이 현재의 모습이라면 대권도전은 박 시장의 능력을 넘어서는 얘기다.
달콤한 말만 잘할 줄 알지 서울 청년들의 눈물도 제대로 닦아주지 못하면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것도 주제 넘는 말이다.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박원순 시장은 당장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박 시장이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적 태도이자 반드시 가야할 정도(正道)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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