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영업 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 TM(텔레마케팅) 영업을 제한하자 전화 상담원과 금융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금융사는 당국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전화 상담원을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또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은 조직적으로 TM 영업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할 태세다.

업계에서는 카드사 정보유출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당국이 법적 근거도 없는 대책을 내놓아 애꿎은 전화 상담원의 생계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TM 영업 제한 조치로 일부 금융사가 전화상담원을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금지하라고 긴급 지도에 나섰다.

실제로 보험·카드 등 TM 조직이 있는 금융사 전화상담원은 현재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카드사의 하청업체에 소속돼 TM 영업을 맡고 있는 손모(48·여)씨는 29일 "2월 3일까지는 연차를 사용하고, TM 영업이 중단되는 3월 31일까지는 무급휴직을 사용해 쉴 것을 권유받았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 불법 유통·활용 차단조치'에 따라 전 금융사가 오는 3월 말까지 SMS나 전화·이메일을 통해 대출권유 등 모집행위를 할 수 없게 되자 당분간 TM 인력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사 TM 조직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TM 영업 비중이 70% 이하인 중소형 보험사 TM 하청업체의 경우 아직 무급휴직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실적이 전무하다시피하고 당국의 조치로 3월말까지는 영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금융사에 직접 소속된 TM 직원의 경우 대부분 최저임금에 불과한 기본급에 영업실적에 따른 수당을 더한 임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기본급 없이 성과급으로만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3월말까지는 어떤 수입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해당 업체의 TM 직원은 "영업을 위해 전화를 하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며 화를 내는 고객들이 많아 며칠째 실적을 올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대다수 직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TM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은 보험사 3만여명, 카드사 8,000명 등 모두 3만8,000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의 급여가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의 서민 계층이기 때문에 벌이가 없는 경우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TM영업의 경우 대부분 하청업체에게 외주를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도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많은 TM 인력이 3월말까지는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세다.

최근 AIA생명 홍콩 본사는 금융당국에 TM 영업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또 AIG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라이나생명 등 미국계 보험사 대표들과 조찬 회동을 하고 TM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한 현안을 공유하는 등 집단 반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TM 영업 금지 조치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당국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만큼 당국으로써는 금융사들의 협조를 구할 수 밖에 없는 형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정보 유출과 관련한 문제가 국가적인 중대사로 떠오른 상황이라 외국계 금융사에도 3월까지 일시적인 조치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달라고 양해를 다시 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