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해말 1임금지급기, 예를 들어 1개월을 넘는 기간을 두고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통상임금은 소정(所定)근로에 대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미리 정한 임금이며 각종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2013년 한 해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의 시기를 보냈다. 그 이유는 바로 지난 몇 년 간 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고 이런 결정이 1임금 지급기를 넘어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관련 행정지침과는 상이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상임금의 범위를 두고 산업계 현장에서 혼란이 초래되자 대법원이 비로소 전원합의체를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내리게 된 것이다.
우선, 이번 판결의 핵심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판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임금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기성이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어떤 임금이 1임금산정기를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일정한 주기에 따라 반복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률성은‘모든 근로자’나 ‘근로와 관련된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고정성이란 성과와 관계없이 지급여부 및 액수가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의 대상이었던 갑을오토텍의 정기상여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또 다른 점은 명칭이 정기상여금이라도 위 요건 중 어느 하나를 갖추지 못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실적에 따라 일시적이고 부정기적으로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상여금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아니다.
이번 판결의 또 다른 핵심은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 고정성이 근로의 대가가 미리 확정되어 있을 경우에만 충족된다고 판시한 점이다.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성과급은 고정성이 없는 대표적인 경우이고 성과급의 경우라도, 근무실적에서 최하등급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일정액은 보장되는 경우라면 ‘그 최소한도의 금액만큼은’ 받는 것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성이 인정된다. 또한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것은 그 근로자가 지급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재직하고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 반면, 근로자가 특정 시점 이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고정적인 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약속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위 사건에서 설과 추석 상여금, 하계 휴가비, 선물비, 생일자 지원금, 개인연금지원금 등의 경우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 또 초과근로를 하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 근로자가 그 특정시점에 재직하고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역시 고정성이 없다. 뿐만 아니라 김장보너스의 경우 단체협약에 ‘지급 금액은 노사협의하여 지급 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떄문에 지급 금액이 사전에 확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고정정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다.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가족수당은 지급 조건이 근로와 무관한 부양가족 존재 여부이므로 일률성을 충족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다. 반면, 기술수당이나 근속수당은 근로와 관련된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일률성을 충족하고, 받을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정성도 충족해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종합해 보면, 급여의 명칭보다는 급여의 성질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통상임금 판단의 핵심인 셈이다.
이번 판결의 또다른 핵심은 수당이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 합의는 근로기준법 제15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하고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산정에 포함시켜 소급분(3년)에 대한 추가 임금청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기상여금의 경우 추가임금 청구로 인해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추가임금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여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기업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를 방지함으로써 경영계의 의견도 일부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통상임금 범위는 1임금 산정기라는 개념을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것이 오랜 노사간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1임금 산정 기간내를 전제로 하는 소정근로의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오히려 정기성의 의미에 더 큰 중점을 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법리와 현실 간의 괴리를 인정하고 노사 양측의 주장을 일부를 반영하여 상여금 및 수당의 통상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즉 1임금산정기를 초과하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라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통상성은 인정하였지만, 그간 법원의 판결이 일관되지 않았던 점을 반영하여 노사합의의 유효성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각종 급여의 지급 사유, 지급 대상, 지급 방법 및 지급 금액을 명확히 만들고 임금체계를 간결화하여 노사간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각종 수당의 지급 조건을 근로와 연계된 조건및 성과와 연계된 조건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통상임금 여부와 관련된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또한 고정급의 성격이 강한 정기상여금의 일부는 기본급으로 전환하여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성과 및 생산성과 연동하도록 변경하여 임금과 생산성 간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근로자에게는 생산성을 향상할 유인을 제공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임금의 경기순응성이 높아져 장기침체기에 임금부담을 줄이고 경기침체시 인력조정의 필요성도 낮출 수 있게 된다.
이번 판결은 노사간 합의의 유효성에 대해 여전히 해석상의 문제를 남겨두었다. 그러나 그간 노동계와 경영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던 대법원의 고민이 비교적 상세하고 명확한 기준을 통해 정립되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경영계뿐만 아니라 노동계 역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간 합의의 전통을 다시 세우고, 이를 통해 임금체계 개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