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약속" vs "대법원 판결 기달려봐야"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간의 미묘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간의 미묘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연합뉴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한화생명 등 14개의 생명보험사는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에서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 바에 따라 같은 달 31일 해당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은 미지급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건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후 결정하겠다고 금융당국에 전했다.

반면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건과 관계없이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금융당국에서는 약관에 따라 지급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고 보험업계는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관련해서 소멸시효 건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험사들은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보험사는 대법원 판결 건에 대해서는 지급키로 했다. 다만 보험금지급 사유가 생겼음에도 일정기간 청구를 하지 않으면 시효가 완성, 소멸되는 '소멸시효 건'에 대해서 차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고 결정하겠다고 해왔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험사들끼리도 입장이 엇갈리게 된 것이다. 

소멸시효 건까지 지급키로 결정한 보험사들은 비록 보험사의 실수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약관에 명시되어 있던만큼 지급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소멸시효 여부를 떠나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간 지급규모, 경영철학, 내부규정 등 상황이 차이가 있어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보험금 규모가 비교적 많지 않은 경우 이미지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겠지만 규모가 큰 곳의 경우 주주 등 복잡하게 얽혀있어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올해 2월 기준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980건으로 2465억원이며 이 중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으로 2003억원에 달한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의 순으로 규모가 큰편이며 지급을 완료한 하나생명은 1건, DGB생명은 16건, 메트라이프생명 104건, 신한생명 133건 등으로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후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던 대형생보사들은 이미 한차례 언론의 뭇매 등 홍역을 치룬 만큼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번복하지는 않을 듯 싶다"며 "이자지급 부담도 상당하겠지만 향후 이같은 분쟁이 있을때 대법원 판결없이도 지급했다는 선례로 남게되면 부담으로 작용할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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