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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운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 |
지난 주에 ‘저만치 앞서가는 싱가포르 발전 혁신전략을 배우자’는 글을 올렸다. 그것을 배우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혁신 발전의 길을 가로 막는 각종 반시장적 반민주적 규제들을 떨쳐버려야 한다. 기존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제도들로는 혁신 발전의 길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혁신 발전을 실현시킬 것인가?
혁신 발전의 성공을 향한 두 가지 길
혁신 발전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길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법의 한계를 온 몸으로 뚫고 법외의 방법으로 실천을 해나가는 것이다. 산업혁명기에 소비자들에 더 나은 봉사를 하기 위해서 일부 기업가들이 야미(暗)로 생산을 해서 시장에 내놓아서 성공했듯이... 길드와 봉건세력이 이를 방해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최근 관광객 급증 추세와 맞물려 레지던스 숙박업계와 호텔 업계의 소송전에 이어 시행령 개정으로 레지던스가 확립되어간 과정, 또 원격의료를 둘러싼 소송전에 이어 원격의료 인정을 추진하게 되는 과정 등도 그 예들이다.
두 번째는 국민여론의 형성으로 사회적 합의를 변경시키고 법제의 변화까지 완결시키는 과정이다. 이것은 수출입국 성공신화에서 이미 입증되었듯이, 소비자에 대한 봉사만이 생산자들이 살 길이라는 정신적 각성과 합의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간의 경제민주화 논의의 한계와 새 방향
여론형성 및 법제화와 관련하여, 지난 해 경제민주화 이슈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뜨거운 논의를 거듭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불러 일으켰던 것은 갑을 관계의 문제였다.
소비자의 입장에 있는 쪽이 우위에 있는 것은 변화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봉건적 관계처럼 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구두 협력 관계가 문제다. 납품업체에게 구두로 발주해놓고 이를 임의로 취소해서 손해를 보게 하거나, 납품가 후려치기를 하면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런 봉건적 상하관계를 현대적인 계약관계로 전환시키는 것은 필요하고도 당연한 조치였다.
이와 달리 남양유업과 대리점의 관계에서는 전속(專屬)관계가 형성되었기에, 소비자인 대리점이 생산자인 본사의 밀어내기식 영업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것은 과거 전자제품 판매점에서도 많이 일어났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전속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고, 전속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대리점의 주문권을 우위에 놓도록 가맹사업자법을 개정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당연한 조치였다.
이런 경제민주화 논의를 보면 봉건적 상하관계의 극복과 같은 긍정적인 요소들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것은 경제민주화와 무관한 내용이 논의에 들어온 것이다. 상속과 관련하여 우회로로 이용되었던 부당 내부거래를 금지하고 징계하는 내용이 이 논의에 편입된 것이 그것이다.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여부는 사실 외부에서 알기도 힘들고, 기업집단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기도 하다. 다만 현행 상속제도가 기업소유권 상속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동원된 편법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상속제도가 기업소유권 상속을 가능케 하는 쪽으로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제대로 방향을 잡으려면, 시장에서의 소비자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전개되었어야 경제활성화와 궤를 같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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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민주화를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소비자민주주의, 소비자주권의 시각에서 적극적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거부하는 철도노조, 의사협회의 원격진료및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반대 등에 대해 이들의 기득권을 비판하고, 시장민주주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민주노총이 철도노조의 민영화반대 불법파업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경제활성화와 재해석된 경제민주화
자유시장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민주주의 하면 ‘떼’의 힘으로 규제를 설치하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보고 은연중에 꺼리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국민을 설득해내야 하는 처지를 망각하고, 국민정서와 동떨어지게, 또 어의(語義)와도 상관없이 경제민주화를 반대하기도 한다. 경제민주화의 반대말은 경제관치, 경제규제인데도, 경제민주화를 이제 그만 하고 경제활성화를 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한다면 경제민주화론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좌파들의 해석과 달리 시장에서의 본래의 뜻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기득권적 규제들을 타파하자고 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경제현상도 정치현상도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주권을 가지고 있는 쪽은 ‘좋은 것들’(goods, 재화)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에 의해서 선택되지 않은 물건들은 ‘좋은 것들’로 인정될 수 없다. 나쁜 것들이라고까지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쓸모없는 것들이다. 어느 물건이 ‘좋은 것들’로 되는 것은 소비자 민주주의의 결과다. 교환학(catallactics)을 연구하다보면, (미국의 경제학자 프랑크 페터와 한계효용주의 경제학을 체계화한 미제스가 설파했듯이)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소비자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이런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의 출현을 가로 막는 기득권적 생산자들, 기득권적 노조들의 방해를 뚫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과제임이 곧바로 드러난다. 철도의 민영화를 가로막는 독점세력들, 원격의료 도입에도, 병원 영리 자회사 설립에도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노(盧)다이트 노선 등을 뚫어야 우리 사회가 혁신 발전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면 생산자들은 따라야 하고, 그것이 새로운 방법이어야 하면 생산자들은 그 방법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득권적 생산자들, 기득권적 노조들은 논리가 궁하다보니 괴담(怪談)을 만들어내고 괴담에 의거해서 소비자들을 속인다. ‘광우뻥 소동’을 끊임없이 재현하는 반시장 반민주 세력에 맞서 경제민주주의, 시장민주주의가 이겨야 한다.
용어 사용 그리고 프레임 문제와 친시장개혁의 성공
야미(暗)로 법을 어기든 혁신으로 법의 질곡을 깨든 시장에서 일어나는 소비자친화적 변화에 순응하는 개혁을 할 때, 그리고 국민여론을 설득할 때, 기득권적 저항을 효과적으로 깨기 위해서는 특히 용어를 잘 선정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용어는 그 자체로 엄청난 선동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말을 듣는 수용자들의 생각의 프레임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민주화, 국회선진화 이런 용어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이 용어들은 국민들의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용어들을 외면하기보다는, 친시장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런 방향으로 개혁의 내용들을 담아내도록 하여야 한다.
경제관치화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경제민주화를 반대한다거나, 국회후진화를 비판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을 비꼬거나 하는 경우, 말하고자 하는 뜻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적 차원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면 그럼 경제 독재화냐, 국회선진화가 아니면 그럼 국회 후진화냐’와 같은 불필요한 오해와 의구심을 떨쳐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중적 사고의 특징은 복잡하지 않고 간명한 이분법적 사고에 가깝다. 따라서 대중적 차원에서 설득의 성과를 거두려면 항상 대중적 사고의 특징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이 좋아하는 선호를 감안해서, 용어를 재해석해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자유주의를 대중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불평등으로부터의 자유, 사유재산의 질곡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식으로 자유를 왜곡하고 비틀어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써서 한때 성공을 거두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좌파들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 경제민주화에 반대하고, 좌파들이 국회선진화를 이야기하면 국회선진화에 반대하고, 그들이 자유주의(Liberalism)를 자칭하면 순수 자유주의(Libertarianism)로 후퇴하고 있다.
그렇게 후퇴하는 사이에 대중들은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 오해하고 외면하게 된다.
더 이상 이렇게 후퇴해서는 안된다. 치열하게 재해석해내야 한다. 소비자 대중들의 선호와 부합하는 용어를 쓰면서 그것의 진정한 실현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소비자들 속에서 광범한 동의가 형성될 것이고, 그에 따라 사회적 합의와 개혁의 법제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