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금융위기로 촉발된 신흥국 경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펀드' 등 이머징 국가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펀드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상품인 것을 생각한다면 국내 투자자들이 너무 단기 수익률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34개 브릭스펀드에서 최근 일주일 사이에 18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신흥국 유동성 위기가 부각된 지난 27일에는 41억5900만원, 28일에는 34억7000만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연초 이후 브릭스펀드에서는 66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3032억원, 6개월 기준으로는 펀드런 규모가 7375억원에 달한다.
특히, 중남미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이 눈에띈다. 중남미펀드에는 이번 신흥국 경제 불안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가 포함돼 있다.
국내 설정된 16개 중남미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77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5억원 이상이 유출됐다. 또 연초 이후 브라질펀드는 45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7일 하루에만 약 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신흥국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것과 동시에 해당 펀드의 성적도 좋지 않다"며 "이미 신흥국펀드의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을 빼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자금 유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짚고 넘아가야 할 것은 브릭스 펀드의 수익률이 급격한 자금 이탈을 부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인 브릭스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80%다. 이는 같은기간 해외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4.50% 보다 다소 낮은 수치지만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중남미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65%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오히려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브릭스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신흥국 경제 위기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너무 성급하게 돈을 빼는 것이 아닌가 지적한다.
물론 현재 신흥국 경제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 경제를 바라보고 투자한다는 펀드 자금의 성격과 최근 자금 유출입 상황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펀드 매니저는 "우리나라 투자문화는 펀드의 경우에도 단기적 수익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펀드투자는 10년 정도 장기투자를 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단기적인 시장움직임 때문에 환매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