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로 세계 연 500만 실업자 증가,구조조정과 교육병행해야

   
▲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최근 한 시사주간지는 “고용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보처리 기술 (computerisation)의 발달로 향후 20년 이내에 없어질 직업을 나열하고 있다. 텔레마케터, 회계사, 판매영업직, 부동산 중개업, 기계 수리공, 상용비행기 조종사 등등.

20세기 중반이후 컴퓨터와 인터넷 등 IT관련 분야가 이루어 온 정보산업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보다는 훨씬 더 파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무선전화기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지금처럼 4인 가족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닐지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도 핸드폰을 갖고 있다.)

IT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가져 온 긍정적인 변화를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실업이다.

최근 발간된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이 실업상태에 있으며 지금 상태로 가면 2018년까지 매년 5백만 명의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고용이 쉽게 늘지 않는 것은 사회의 고령화로 경제성장이 정체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자동화(automation)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 가고 있다.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인공지능의 컴퓨터가 체스게임에서 인간을 능가하고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일련의 변화를 3차 산업혁명, 혹은 지식산업시대의 도래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과거 두 차례 산업혁명의 예를 들어 혁신으로 촉발된 기존 산업의 파괴과정이 일시적으로 실업을 유발시키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소득상승과 새로운 사업의 창출로 생기는 신규 고용이 이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술혁신이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문명의 발전과 복지향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40년간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고 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수요의 증가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 정보기술의 발달과 휴대폰등의 급속한 보급으로 향후 20년안에 텔레마켓터, 판맹영업직, 회계사, 기계수리공,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용분야의 대변혁으로 초래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선 과감한 구조조정과 교육이 시급해지고 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튀니지사태에서 촉발된 “아랍의 봄”, 미국 맨하탄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street)” 운동,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태국 등의 소요사태가 끊이질 않고 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이러한 사태의 근저에는 저성장과 청년실업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실업에 대한 처방은 교육이다. 실업의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전업교육, 일차교육을 이수한 자에게는 직업교육, 고소득을 원하는 자에게는 2차 이상의 교육 등등. 이미 오래 전에 논의되고 일부는 실행되고 있는 방안들이다. 그런데도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 뭔가가 잘 맞지 않고 있는 거다.

이제 저성장이 정상적(normal)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모든 일에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기대감만 높힌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실업 문제를 접근할 때 교육을 강조한다. 교육이 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구조조정이 원할해야 한다. 일이 없는 인력을 일이 있는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일없는 사업장에 대한 원활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없어져야 할 사업장에 인력과 자금을 투여해서는 안된다. 체계적인, 단계적 등등의 수식어는 한가할 때 쓰는 용어들이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오지 않는다. 상처가 곪아갈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안다. 다만, 칼을 들고 대들 용기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쉽다. /박대식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