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초대형 국책사업 새만금사업이 시작한 지 벌써 25년이 흘렀지만 사실상 사업부지 매립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예산 낭비 논란, 그리고 정치권의 공리공론(空理空論) 탓이다.
이 가운데 삼성과 종합화학기업 OCI 등이 새만금 투자계획을 철회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만금 투자가 가로막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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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형 국책사업 새만금사업이 시작한 지 벌써 25년이 흘렀지만 사실상 사업부지 매립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만금사업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 33.9㎞를 잇는 세계 최장 방조제를 쌓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 수준인 땅 100ha(1억2000만평)를 새로 만드는 공사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1991년 11월 착공, 2006년 물막이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1999년∼2001년에는 시화호 오염사건이 터지면서 환경 논쟁이 불거져 2년간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공사가 재개돼 2010년 4월 ‘바다의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세계 최장 방조제가 완공됐다. 이 방조제는 세계 최장이던 네덜란드 주다치 방조제(32.5㎞)보다 1.4㎞ 더 길다.
방조제 건설이 끝난 후 내부개발 사업에 들어갔다. 방조제로 가둬났지만 여전히 물에 잠긴 땅도 있으므로 이를 메워가면서 개발이 가능한 곳부터 내부개발을 해야 한다.
새만금 사업이 시작되고 부지 조성 등에 3조7500억원, 방조제 물막이 공사에 2조9500억원 등 모두 6조7000억원을 투입됐지만 사업부지 매립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
물막이 공사만 끝났을 뿐이지 돈 되는 사업 부지의 80%는 아직도 바닷물에 잠겨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만금은 땅 매립도 거의 안 됐고 내부 간선도로와 항만, 공항 등의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종합화학기업 OCI 등이 새만금 투자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OCI의 경우 군산과 새만금산업단지에 지을 예정이었던 폴리실리콘 제4공장과 제5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고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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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
삼성은 새만금 투자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이 아니지만 그동안 미동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삼성은 2011년 투자협약을 통해 2021년∼2040년 총 7조6000억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투자해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4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세부적인 투자계획의 밑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만금의 땅 매립도 안 된 상태에서 투자를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
정부가 2014년 9월 확정한 새만금 기본계획안을 보면 2020년까지 전체 개발 면적의 72.7% 매립이 끝나야 한다. 하지만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여건 속에서 계획안대로 매립이 끝날지는 미지수다.
또한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배경도 있다. 삼성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기업 간 경쟁 심화 등 대내외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비용절감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신기술 개발 등 미래도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 새만금 사업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선거철마다, 그리고 정권교체기마다 새만금 개발계획의 틀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투자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도로·항만·공항 등이 구축이 진척되지 못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재용 전북도 새만금추진지원단장은 "새만금사업이 1991년 첫 삽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25년간 내부간선도로와 항만·공항 등의 핵심 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