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야당이 달라면 통크게 줘버리라…걸림돌 되기 싫다"
정진석 "법사·운영위 갖고 예결·기재·정무 중 1개만 양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당내 최다선(8선)의 서청원 의원의 국회의장 포기 선언 직후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이러한 결정이 있기까진 서청원 의원의 용단이 있었다"며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권여당이 국회의장을 맡아 책임있는 정치를 구현한다는 게 오랜동안 확립된 국회의 전통과 관례였지만, 여소야대라는 4·13 총선의 민의를 받들기 위해 어느 한 쪽이 먼저 내려놓지 않으면 출구를 만들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오늘의 결정을 만들었다"면서 "조만간 원 구성 협상이 완전 타결에 도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당내 최다선(8선)의 서청원 의원의 국회의장 포기 선언 직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사진=미디어펜


앞서 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유철 전 원내대표 주도의 '국가미래전략포럼' 축사에서 "이번에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패했다"며 "분명히 말한다. 우리 새누리당은 통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이 국회의장을 달라면 줘버리라"고 선언했다.

이어 "원구성을 놓치지 말라. 8선 선배로서 말씀 드린다"고 정 원내대표에게 국회의장직을 포기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서 의원은 "제가 국회의장에 욕심있다고 언론에서 그러는 걸 보고 원내대표도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거 없다"며 "처음에 의원들과 상견례 때도 말했지만 야당이 달라면 국회의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의장직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했다.

정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서 의원의 용단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그야말로 인간에 대한 큰 신뢰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고 서 의원의 결정을 극찬했다.

그는 "(그동안) 당연히 집권여당 출신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협상에 임했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었다"며 "그러던 차에 서 의원 당신 스스로가 '걸림돌이 되기 싫다' 말씀하셨고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의 물꼬를 터 주셨다"고 거듭 칭송했다.

의장직을 내준 대신 야당이 어떤 상임위를 양보해야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운영위와 법제사법위는 당연히 우리가 가져간다"며 "운영위는 처음부터 무조건 여당이 해야한다는 입장이었고, 의장을 야당이 가져가면 법사위는 당연히 새누리당이 가져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핵심 상임위에 대해선 "예결위, 기획재정위, 정무위가 경제 3상임위인데 그 중 하나는 야당에 할애할 생각"이라고 밝혀뒀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 개편과 같은날 의장직 양보선언을 한 것이 당청간 사전 교감에 의한 것이냐는 질문엔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한 "청와대와 이 문제(원 구성)를 긴밀히 협의한 바가 없고, 청와대로부터 어떤 주문을 받은 바도 없다"며 "협상의 전권은 원내대표인 제게 있으며, 그 책임과 권한은 제가 쥐는 것이다. 책임도 제가 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간 조율을 해서 두 야당 원내대표를 만나보려고 한다"며 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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