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회장의 차별화경제 강연 2부-세계 경제위기의 진실, 자본주의의 문제인가? (5)
유럽의 재정․금융위기의 원인: 경제평등주의 함정
지난 반세기 유럽 국가들의 전반적인 성장추세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거의 0% 성장에 근접하고 있다. (<그림 4> 참조).
이들 국가들의 재정적자 또한 추세적으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그림 5> 참조). 성장의 추세적 하락과 만성적인 재정적자 추세가 동조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최근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국가들의 경우는 성장추세 하락과 적자증가 추이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재정적자의 증가에 따른 국가부채의 증가는 당연한 결과이다. (<표1> 참조.)
종합하면 오늘날 재정·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대체로 성장추세가 장기간 하락하면서 재정적자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국가부채비중이 높거나 지속 증가하는 나라들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EU 주요국의 장기 성장추이(PIGS(아일랜드제외)+영국, 프 랑스, 독일)%
자료출처: World Bank
<그림 5> EU 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추이
자료출처: World Bank
<표 1> OECD 국가들의 국가부채 현황(중앙정부부채의 대 GDP 비중, %)
그럼 이제 이러한 유럽의 성장정체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유럽재정 및 금융위기의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위기에 대한 대처 현황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은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재정불안 국가들의 채권을 보유한 것이 문제라고 보고 금융에 대한 건전성규제강화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는 금융 중심의 대처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한편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등의 제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를 완화하기위해 유로 지역의 여타 국가들이 이들 국가들에게 재정차관을 공여하거나 이들 국가들의 국제금융시장 차입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는 방법으로 재정부실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 재정적 대처와 동시에 일부에서는 유로 지역통합이 통화통합은 했으나 재정통합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해서 그리스,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방지하는데 실패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유로 지역의 재정통합을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유는 다르나 통화와 동시에 재정통합이 유로안정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화의 유통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신인도에 의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이론을 기초로 유로화의 출발이 재정통합을 통해 유로 지역전체가 뒷받침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으로써 유로화의 불안이 초래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The Economist(free exchange, economics), The euro crisis: The origins of money, and saving the euro, Jul 25th 2012, 12:57 by R.D. , London.
어쨌든 이 두 견해는 결과적으로 유로 지역의 재정통합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고 있다.
이상의 처방들을 놓고 볼 때 우리의 관점에서는 모두가 재정위기의 원인에 대한 보다 더 근본적인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금융규제나 재정지원 처방은 근본원인과는 거리가 먼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왜 재정불안이 생겼는지를 규명하지 않고 단지 금융기관의 행태를 규제하거나, 재정지원을 통해 단지 문제를 완화시키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재정통합은 EU 혹은 유로 지역의 개별국가들의 재정운용의 건전성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할 질문은 그럼 미국과 같이 재정, 통화가 다 통합된 연방국이 왜 재정적자 문제에 봉착하고 있고 앞에서 논의한 금융위기에는 왜 봉착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왜 일본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누증되고 있는가? 재정과 통화가 다 통합된 개별국가의 경우에도 재정과 국가부채 문제는 계속 터지고 있지 않은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어떠한 약속이나 장치도 과도한 재정지출을 약속하는 정치적 이념의 벽을 넘지 못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재정수입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지도 못하면서, 수입이상의 지출을 약속하는 정치적 표퓰리즘을 초래하는 이념을 막아내지 못하면 어떠한 재정안정장치도 그 효력을 발휘하긴 어렵게 된다.
우리의 관점에서는 유럽의 재정, 금융위기의 원인은 바로 평등주의 정치·경제이념과 경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경제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 이념이 만들어내는 정치체제와 그에 부응한 평등주의 경제정책체제가 바로 근본 원인인 셈이다. 부자와 대기업으로부터 고율로 과세하여 저소득층에 재분배하는 평등주의 정책체제는 바로 인센티브의 왜곡과 동기부여의 차단을 통해 경제성장의 저해와 경제의 정체를 초래하고 이는 실업증가를 초래함으로써 복지재정수요를 늘리게 된다.
다른 한편 성장의 정체는 재정수입의 정체를 가져와 증가하는 복지재정수요를 충당하지 못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증가를 초래한다. 이에 대응하기위해 불가피하게 추가적으로 고율의 누진세가 부가되면서 경제성장의 역동성은 더 하락하게 되고 실업은 더 늘어나며, 복지재정수요는 더 늘어난다. 이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는 일상다반사가 된다.
일할 인센티브도 없어지지만 일자리도 없어지는 저성장 균형 속에서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신용으로 국제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는 국가 빚으로 선진국 생활을 즐겨온 셈이다. 여기서 국가재정의 불안이 결국은 채권보유 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 불안을 초래하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결국 평등주의 경제정책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체제로서 경제의 하향평준화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오늘날 EU나 유로 지역은 물론 일본, 미국 등의 선진국 국가들의 재정·금융 불안은 결국 모든 국민들에게 평등한 경제적 삶을 보장하겠다는 사회 민주주의 혹은 복지국가 이념과 이를 실천하기위한 평등주의 경제정책체제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