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 차단, 경제안하기, 일안하기 사보타지 만연돼

   
▲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좌승희회장의 차별화경제 강연 2부-세계 경제위기의 진실, 자본주의의 문제인가? (6)


세계경제 양극화위기의 원인: 자본주의 경제를 왜곡하는 민주주의 평등이념

선진국 금융·재정위기와 더불어 대두하고 있는 소위 자본주의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발생하고 있는 장기 저성장과 경제위기 속에서 심화되고 있다는 소위 양극화현상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경제를 불평등체제로 보고 이를 보다 평등한 체제로 바꾸고자하는 사회민주주의 등 평등주의 이념과 정책체제에서 연유한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평등이념에 의해 개선되기 보다는 오히려 왜곡된 자본주의가 오늘날 인류의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소위 “경제양극화”의 진전과정과 근본원인

현상적으로 보면 선진국들의 경우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국내 산업의 탈공업화와 동시에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화가 진전되고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탈공업화로 인해 비숙련 노동계층의 실업이 증가되고 있다. 다른 한편 고부가가치화에 따라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감소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계층의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계층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소위 경제양극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스톨퍼-사뮤엘슨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에 의하면 시장이 개방될 경우 수출이 늘어나는 경쟁력있는 비교우위 산업에 상대적으로 보다 집약적으로 사용되는 요소의 상대가격은 증가한다. 반면 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요소의 상대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이 원리에 따르면 저임 노동을 바탕으로 공업화에 나선 후발공업국에 비해 전통공업부문의 경쟁력이 비교열위에 있어 생산의 감소가 불가피한 선진국의 경우, 자본에 비해 요소집약도가 높은 노동은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의 하락에 직면하는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게 된다.

한편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는 선진국의 비교우위가 높다. 이 산업에 집약적으로 사용되는 자본이나 고기술 고임금 노동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그러나 저기술, 저임금 노동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 결과 세계화의 진전은 선진국의 경우 저임근로자에게는 불리하게, 반면에 자본과 고임근로자에게는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 서구 선진국이 성장정체에 허덕이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동기부여 장치를 배제한 평등민주주의, 평등주의 경제정책, 마르크스주의적 수정자본주의와 포퓰리즘적 사회민주주의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호주의 조치를 남발하고, 개방 파고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노조는 구조조정에 결사 저항했다. 이로인해 서구 선진국들은 경제의 역동성이 추락하면서 장기저성장국면에 빠졌다. 민노총이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물론 이 경우 후발공업국들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 때, 만일 선진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지금과 같은 소위 자본과 노동, 혹은 고기술 숙련노동과 저기술 미숙련 노동 간의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리에 의하면 국제 분업화의 진전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선진국의 상대적 임금 대 자본수익은 하락한다. 후발국의 상대적 임금 대 자본수익은 상승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임금과 자본수익간의 상대가격이 균등화되는 균형에 이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은 그럼 왜 선진국의 임금은 후발 공업국의 임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향유하게 되어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되는가? 또 임금하락을 수용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소위 탈공업화에 직면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선진국의 임금이 생산성 범위 안에 있지만 후발국의 임금이 여러 가지 이유로 생산성에 비해 낮기 때문에, 즉 소위 노동착취에 의한 불공정교역 때문에 선진국 노동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에 의해 후발국으로부터 수입을 규제하는 논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선진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후발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논리와 현실인식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여년 동안의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정은 노동소득의 절대적 증가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결로 보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모순론에 의한 노동자의 단결, 즉 노동조합 활동의 증가와 보편화가 임금상승에 기여하였다.

한편 많은 경우 생산성 증가 이상의 임금상승이나 과도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해 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이 결과가 후발 개도국의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과 만났을 때 탈공업화와 구조조정의 어려움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선진국들의 노동시장 여건은 어떻게 조성되었는가? 20세기 후반 이후의 역사는 복지국가, 수정자본주의, 사민주의 정치체제의 등장과 보편화에 따라 경제적 약자를 위해 경제적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경제평등주의 정책 체제가 공고화되어온 과정이었음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오늘날 소위 선진국경제의 양극화 현상도 결국은 칼 마르크스 이념에 기초한 평등주의 이념이 그 뿌리임을 알 수 있다. 노동자를 포함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무조건 선이라는 포퓰리즘, 혹은 평등 민주주의 하의 평등주의 경제정책 체제가 선진국의 탈공업화와 보다 유연한 구조조정을 막고 실업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인 셈이다. 여기에 그 동안 보편화된, 차별화와 동기부여가 결여된 재분배 복지정책이 근로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대국가 의존성을 높여, 일할 동기를 앗아감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선진국의 양극화문제의 근본원인이 표퓰리즘, 혹은 평등 민주주의의 잘못된 평등주의 경제정책에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글로벌화의 진전과 저성장에 빠진 선진국경제

경제의 글로벌화는 교역의 확대를 통한 교역의 이점을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교역상대국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태적 교역의 이점뿐만 아니라 개방을 통한 경쟁의 촉진과 이에 따른 혁신과 향상의 동기부여 효과로부터도 동태적, 역동적 경제성장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표 6> 글로벌화의 선후진국 간 경제성장기여도 비교
 

   
 

출처: Dollar, David, and Kraay, Aart(2001) "Trade, Growth, and Poverty", Finance and Development(vol. 38. #3), International Monetary Fund.  (적색은 선진국, 푸른색은 개방형 후진국, 녹색은 비개방형 후진국)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화의 이점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경제주체들이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만일 경제운영 체제가 경쟁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는데 급급하여 경제주체들을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무조건적 정부보호를 일상화하게 되면, 경쟁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정부로부터 보상받으려는 국민의 심리가 만연하게 된다.

개방을 하더라도 경제적 이점을 향유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제적 손실을 자초하게 된다. 오늘날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0%대를 못 벋어나고 있음은, 물론 다른 원인들도 없지 않겠으나, 무엇보다도 20세기 후반 강화되어온, 동기부여를 차단하는 평등주의 정책체제하에서 정부 의존적 행태가 만연된 상태에서 불어 닥친 글로벌화와 개방의 경쟁 파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호무역조치를 남발하고 경제주체들은 구조조정에 저항하면서 경제의 대응능력이 저하되어 온 것이 선진국들이 후발 공업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로벌화의 이점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난 50여년의 글로벌화에 따른 선진국과 후발 공업국간의 성장률 향상의 극명한 차이를 보면 이 점은 보다 분명해진다.(표 6 참조). 물론 선진국의 장기 성장정체 현상이 인구증가율의 하락과 고령사회화 등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또한 국가가 부모와 자식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국가의 복지정책 강화에 크게 기인하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선진국들의 경제 양극화는 물론 장기성장 정체 현상은 결국 국민들의 동기를 차단하는 경제적 결과 평등을 추구하는 평등주의 정책체제하에서 만연되는 경제안하기, 일안하기 사보타지 행태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심히 경제하고자 하는 주체들이 소수로 전락하는 사회가 어떻게 역동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겠는가?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