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개인 화물차주는 다 죽고 유통업체만 키워주는 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현재 시행중인 1.5톤 이하의 소형화물차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운송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와 이해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 정부가 현재 시행중인 1.5톤 이하의 소형화물차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1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 예정인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 소형화물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포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기본 안을 발표하고, 공청회 등 각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10월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소형 화물차 허가제를 도입해 영업용 화물차의 수급을 통제해왔다. 이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시장에 화물차량이 많아지면서 운송단가가 떨어진다는 화물 차주들의 주장에 따라 이들의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이에 따라 현재 소형 화물차가 영업용으로 쓰이기 위해선 일명 ‘노란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운수사업법상 양도양수가 허용돼 있는 노란 번호판은 정부의 신규발급이 중단된 2004년 이후 몸값이 점차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노란 번호판은 2700만 원대까지 거래되고 있다.

노란 번호판을 살 여력이 없거나 여러 이유 등으로 자가용 화물자동차 번호판인 ‘흰색 번호판’을 달고 불법적으로 택배업계에 종사하는 택배기사만 국내에 약1만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최근 온라인 쇼핑 등으로 택배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증차요구와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소형화물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강인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월 물류업계 관계자들과 김포 물류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물류서비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고자 6월 화물 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 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소형화물차 규제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바 있다.

   
▲ 물류센터 관련 자료사진./사진=쿠팡 제공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물류업계의 시선은 곱지많은 않다. 

매년 택배물량이 증가하면서 원활한 배송을 위한 증차에는 반대의 여지가 없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올해 택배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18%정도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법인이라면 업종에 관계없이 등록제로 전환하는 정부의 안대로라면 택배회사에 속한 영세한 개인 화물주까지 고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금 검토되고 있는 정부 안이 확정되면 쿠팡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배송용 차량을 갖고 자체적으로 물류사업을 할 수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하면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논란에 휘말려 현재까지도 물류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쇼핑 등이 늘어나면서 택배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증차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왔다”면서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한 이들은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고 있는 영세한 개인 화물차주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검토하는 안대로 법인이라면 업종과 관계없이 규제를 풀어버리면 대형 유통업체의 물류시장 진출이 자유로워져 영세한 개인 차주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 될 것”이라며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발전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면서 내용은 정작 유통시장을 키워주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