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태에 계약 해지 단지도 속출
[미디어펜=조항일 기자]"지역경제가 급격 쇠락, 집집마다 먹고사는 게 막막한데 새집 장만할 여력이 어디 있겠나."

마산의 한 부동산 중개사의 반문이다. "집사려고 헌 집 내놓아도 더 떨어지기를 기다려서인지 사려는 사람이 드물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창원과 거제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올들어 거제 '코아루 파크드림'과 창원 감계 '아내 에코프리미엄', 마산 합포구 '사랑으로 부영'은 미분양 소진 속도가 더디다.일부 분양단지의 경우 초기 계약률이 '0(제로)에 가까웠다. 

거제와 창원의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의 대부분은 미분양 처리가 골치다. 분양가를 깍아주고 무상 빌트인을 앞다퉈 제시하나 분양율은 제자리다.

고부가 제조업으로 고소득 일자리가 많았던 창원시는 대외 수출경쟁력 약화로 지역 살림살이가 예전 같지 않다. 창원 마산의 진해만에서 한눈에 들어오슨 조선업 도시 거제의 불황이 '건너편의 불구경'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 조선업 등 수출산업 효자가 불황으로 치달으면서 경남 동남권의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가득하다./미디어펜
@20만 청약자 쇄도 '유니시티'도 미분양 속출

지난해 나홀로 청약광풍을 연출한 창원 분양시장의 체력은 올들어 급전직하로 내리막길이다.

지난 4월 분양한 '창원 중동 유니시티'는 20여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9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의 경우 306대 1이라는 최고경쟁률을 보였다.

유니시티 당첨자는 분양권 프리미엄이 창원 도심 재재발과 같이 수천만에 달할 것으로 기대, 들떳다. 허나 순간이었다. 당첨자들은 지역 경제가 생각 이상으로 경색되자, 앞다퉈 분양권을 시장에 내놓거나 당첨권을 포기했다. 분양권 출회물량이 쏟아지자 인기층의 경우 2000만안팎에 머물고 거래도 실종상태다.

지난해 수백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한 단지들이 평균 5000만~7000만원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붙은 것과 천양지차다.

용호동 L부동산 관계자는 "지역 체감경기가 급냉각하자 '노른자위' 유니시티의 당첨자마저 계약을 포기, 미분양분이 30% 가까웠다"며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1년으로  묶인 분양권을 불법으로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4300가구 할인 중 …미분양에 잡히지도 않아

조선업 고강도 구조조정과 맞물린 제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에 거제와 창원시 분양시장의 뜨거웠던 열기는 식어만 가는 데 '통큰' 분양으로 지역 주택시장을 더 냉각시킨 대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 창원 마산합포구 '월영 사랑으로 부영'이 미분양 털기에 안간힘이다.
부영은 유니시티 분양광풍에 편승, 지난 5월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4300가구에 가까운 대단지,' 부영 사랑으로' 분양을 단행했다. 청약 결과는 참담했다. 5채 중 4채가 미달사태였다.

고용불안과 소득 저하로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마산 지역민은 '착한' 분양가와 거리가 먼 아파트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부영은 분양 일주일만에 종전 계약금 20%에서 10%로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 빌트인 가전제품 무상 제공 등 판매촉진에 들어갔지만 상황이 급반전되지 않고 있다.

창원 성산구 인근 W부동산 관계자는 "부영이 구매심리가 냉각 중인 마산의 주택시장을 몰랐을 리 없는 데 분양을 강행했다"며"지역 경제 급랭에 고분양가로 대거 미분양 중인데 미분양 통계에는 잡히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계약해지 급증

거제 분양시장은 계약해지가 늘어나면서 시행사들의 시름이 깊어간다. 

지난해 분양한 거제2차 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81대 1의 경쟁률로 전타입 마감에 성공했다. 1차(8.33대 1)의 성공에 이어 초기계약률이 일주일만에 90%를 보였지만 현재는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

거제시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호황기에 청약률이 높은 단지가 분양권 프리미엄도 높았으나 지역경제 침체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며 "조선업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지난 3월부터 아이파크의 계약해지자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            - 국토부 실거래가 (단위 ; 억원)
       지역 분양가           월별
   4월   5월   6월
거제 아이파크2차 2.85  없음   없음  없음
창원 대원꿈에그린 5.13  없음  5.29 (24층) 5.33 (28층)

거제시는 지난 1~2월까지 거래가 간간히 이뤄졌으나 5월 이후 분양권 거래는 단 1건에 그쳤다.

분양시장 냉각은 분양권 거래에 된서리다.

앞서 창원에서 분양한 '창원 대원 꿈에그린'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3.5대 1, 최고 1077대 1으로 인기몰이했으나 분양권에 큰 웃돈이 붙지 않았다. 전용 84㎡기준(20~35층) 분양가는 5억1400만원. 현재 실거래가는 5억2000만~5억3000만원대이나 거래건수는 손에 꼽는다.

@분양권 시장도 된서리 '마이너스' 입주권도 출회

마산회원구 합성동에서 지난해 9월 분양, 청약경쟁률 74 대 1을 기록해 주목을 끌었던 '롯데캐슬 더퍼스트'는 초기 분양권 웃돈이 2000만원 안팎 거래됐으나 올들어 웃돈은 30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거래도 뜸하다. 분양권 프리미엄이 약세를 보이자 분양가를 밑도는 입주권이 출회, 계약자들이 원성이다.

   
▲ 동호수 선착순 분양에 나선 '거제 상동 힐스테이트'/현대건설
창원시 반송동의 K 부동산 중개사는 "지난해 재개발단지의 경우 수 백 대 1은 기본이었다"며"최고 5000만원을 웃도는 전매 분양권 웃돈이 최근 1,00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으나 매물이 쌓여간다"고 밝혔다.

조선업 등 제조업의 발전과 함께 급성장해온 거제와 창원 등 경남 동남권 주택시장 위기는 공급과잉과 고분양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마산합포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역 수출산업의 경쟁력의 약화로 지역 경제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5만여가구에 가까운 물량이 쏟아지는 경남의 지역 주택시장은 과잉공급의 변수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양권 '먹튀' 투기도 시장 붕괴에 일조

특히 지역 분양시장의 붕괴는 투기세력이 분양 시장에 준동하면서 분양가와 매매가에 거품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본보가 창원지역의 분양권 전매 상황을 조사한 결과, 창원 역대 최고 경쟁률(422 대 1)을 기록한 포스코건설의'더샵 레이크파크'의 전매 가구는 일반분양분의 65%를 차지했다. 3가구 중에서 2가구가 당첨 분양권을 팔았다는 얘기다.

롯데건설의 마산회원구 합정동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전매율이 50%를 웃돈다. 나머지 분양단지도 정도차가 있으나 분양권 전매가 횡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문도 부동산박사회 회장은 "경남 창원 등 경남 동남권은 수도권 못지 않는 경제력을 지닌 곳으로 수급문제를 뛰어넘는 주택 구매력이 높은 곳이다"며 "건설사의 고질적 고분양가도 개선돼야 하지만 지역 내 고소득 투기 세력의 분양권 시장 활개가 '거품' 분양가를 만든 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분양권 시장에 뛰어든 투기세력의 상당수는 '먹튀'로 치고 빠지면서 후속 분양가를 올리는 일이 반복됐다는 진단이다. 분양가에 거품이 커가면서 기존 주택시장 매매가도 덩달아 오르는 비정상적 주택시장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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