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울산의 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가 노조와 노동자협의회(노협) 파업 예고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회사 측의 어려운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 수순에 돌입하면서 조선업계는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삼성중 노협 변성준 위원장은 지난 17일 아침 출근과 함께 각 사무실을 돌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을 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명퇴를 요구하는 상사의 이름과 직책 등을 알려달라고 했다. 동영상으로 녹화해 둘 것도 당부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 노조에 비해 온건한 입장을 취했던 삼성중 노협도 이번엔 회사측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노협은 이에 따라 오는 21일 오전 11시 거제시청에서 '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 저지와 자구안 철폐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노협은 "사측의 일방적인 자구안 발표와 삼성중 전체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고발하겠다"고 별렀다.
 
삼성중은 이에 앞서 지난 15일 임원들의 임금 반납과 1500명 희망퇴직 등의 내용이 담긴 세부 자구계획을 공개했다. 임원들의 경우 임금 30%를 반납해 회사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수주절벽'에 따른 인력 감축의 일환으로 15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협은 사측의 자구계획이 공개된 날 대의원회의를 열고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반발해 쟁의를 결의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미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파업 돌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사태 추이를 봐가면서 파업에 나설 태세다.

노조는 투쟁 수위를 정하느라 회사측 태도는 물론 채권단과 정부측 분위기 등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압도적으로 파업을 찬성한 상황이니 집행부가 추후 상황을 봐가면서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3일과 14일 이틀간 치러진 파업찬반 투표에서는 투표에 나선 노조원 85%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조는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선 "입장 표명을 할 상황이 아니다"고 언급을 피했다.

노조는 특수선 분할 매각 반대 및 회사와 채권단, 노조가 참여하는 3자협의체 구성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에 따라 협의체 구성이 원활하지 않거나 대화 채널이 중단될 경우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도 요즘 구조조정으로 한창 뒤숭숭하다.

3년 전부터 불어닥친 조선 위기가 회사 분위기를 살얼음처럼 바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300여명이 옷을 벗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또 다시 주채권은행에 낸 회사 자구안의 하나로 추가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 칼바람이 이어졌다.

이번 추가 희망퇴직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도 포함됐다. 생산직은 150여명, 사무직은 1200여명이 또 다시 회사를 떠났다.

최근에는 경영지원본부 산하 설비지원 부문에 대한 회사의 분사 방침까지 나와 직원들의 고민과 걱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설비지원 부문에는 994명의 정규직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 전원이 분사 대상이다.

대상자 모두에게 분사 동의서를 받고 있다. 회사에 남겠다는 이들도 있지만, 20∼30년 일한 현대중공업을 떠나기로 한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더우기 회사가 구조조정을 위해 분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다른 사업부문 직원들 마저 갑갑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분사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반발, 결국 파업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17일 대의원들이 모여 쟁의발생을 결의한 뒤 다음 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도 한다.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힘겨운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에 낸 자구안대로 구조조정도 계획대로 추진 해야하는데다 임단협 교섭은 노조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으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조의 투쟁에 적극 동참하려는 조합원들과 함께 회사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간다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회사를 살리는데 모든 힘을 모아야할 때인데 노조가 파업에만 힘을 모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차라리 현실적으로 무리한 올해 단협 요구안을 철회하고 직원들 구조조정을 막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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