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차 테이퍼링 결정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져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0원선을 훌쩍 넘겼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1원 급등한 1,084.5원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6원 오른 1,081.0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1시 30분경에는 14.5원 오른 1,084.9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만회했다. 

지난해 6월 20일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전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해 14.9원 오른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전일 대비 변동폭 기준)이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신흥국의 경기가 둔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연휴 기간동안 중국과 유럽쪽 뉴스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강한 영향을 받은데다, 신흥국 불안때문에 투자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역외주도의 달러 매입이 늘어났다"며 "유럽발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고, 연휴 동안 HSBC의 중국 제조업 PMI악화, 중국 국가통계국의 서비스 PMI 악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환율 폭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설 연휴 기간이던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선물환율이 1,084.0∼1,085.0원으로 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달러 환율이 109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신흥국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유럽발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환종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팀장은 "마감 직전에 매수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이 1085원 위쪽으로 향했는데 이미 80원대를 찍은 경험이 있어 (막히는 것 없이) 상승세를 보였다"며 "양적완화 축소 같은 이벤트가 나올 때는 환율이 오르는 게 당연하지만, 11~12원 정도 상승 예상했는데 이보다는 상승폭이 커 이런 추세대로라면 1,09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