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의혹제기로 일관…"탈북자 신변 보호한다는 정부, 궁색한 변명"
정부·여당 "탈북자 법정 출석요구, 북한 입장 그대로 대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은 22일 법원이 전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청구한 지난 4월 중국 닝보 북한식당 탈출 종업원 12명의 인신 보호 심사 재판에 당사자 불출석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유감"이라며 '총선 북풍' 의혹 제기와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또한 국정원이 탈북 종업원들을 보호 중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중앙합동신문센터)를 겨냥,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며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탈북자의 공개 진술을 종용하고 있는 민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셈이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과 법원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의 비공개 인신구제청구 심리에 당사자 불출석 결정을 내린 처사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 비공개 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집단 탈북을 이례적이고 기습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관련 사실 일체를 꽁꽁 감추고 있는 정부의 의도를 납득할 수 없다"며 "'탈북자들의 신변보호'라는 궁색한 변명은 오히려 총선용 기획탈북이라는 강한 의혹을 다시금 스스로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이번 집단탈북 사건으로 드러난 합동신문센터 문제의 책임규명과 제도개선은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며  "정부 역시 보수표 결집을 위한 총선용 긴급발표가 아니었다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과 제도개선 요구에 적극 응답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는 남북관계와 정치적 판단을 떠나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이 인정하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 재판은 이들이 '자진 입국'했는지, 이들의 국가 수용·보호시설 거주가 타당한지를 가리겠다며 민변이 제기한 소송에 의한 것이다. 

앞서 민변은 지난달부터 국정원을 상대로 탈북 종업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다가 거절당하자, 중국 칭화대 초빙교수로 있는 친북 인사 정기열씨를 통해 종업원들 가족의 위임장을 받았다며 같은달 24일 법원에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종업원들을 법정에 세우라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놀아나는 일"이라고 탈북자들의 법원 출석을 거부해왔다. 탈북자들의 신원이 노출된 상태에서 '자유의사로 탈북했다'고 진술하면 가족의 안위가 위험해질 수 있고, 북한의 주장처럼 '납치당했다'고 진술할 경우 강제 북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총선을 앞두고 입국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그 자체가 대북제재 국면에서 집단적으로, 같은 동료들끼리, 젊은 사람들이 탈북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고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라며, 이외 사항은 언론의 취재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는 입장을 이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도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와 북한인권운동가 출신 하태경 의원이 공식 회의에서, 같은당 소속 의원 10여명으로 구성된 국회 연구단체 '헌법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성명을 통해 잇따라 민변을 "어느 나라 변호사인가" "북한 김정은의 법률대리인인가"라고 규탄했다.

같은날 열린 비공개 재판에는 결국 탈북자 대신 국정원 대리 변호인들이 출석, "피수용자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이에 민변은 공개재판 전환을 요구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변은 재판부의 청구 이유 진술 및 '탈북자 가족 위임장' 적법여부 확인 요구에도 불응한 채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인신 보호 재판은 중단되고 기피 신청의 가부를 따지는 재판이 진행돼야 하는 상태로 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재판을 두고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민변의 최초 의도가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이미 정치적으로 북한에 이용당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민변이 형식 논리만 앞세워 당초 병원이나 기타시설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보호법을 탈북자들에게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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