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경영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 불황과 부가서비스 축소로 카드 사용률은 크게 떨어져 수익 증가가 미미한 상황이고 최근 국민·농협·롯데 카드 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대규모 소비자 집단 소송이 예고돼 대규모 손실도 예상된다.

더욱이 정보유출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추락해 향후 수익 개선이 불투명한 상태가 되면서 카드사업계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카드승인금액(신용·체크·선불카드 포함)은 545조1,7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7% 증가하는데 그쳤다.

카드승인금액 연간 증가율이 한자리 수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10.9% 보다도 낮은 수치다. 

장기간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소비가 위축된 데다 부가서비스 축소 등으로 카드 위주의 소비패턴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 사용률 증가세가 멈췄다는 것은 더이상 카드사의 성장이 어렵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1억여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KB국민, 농협, 롯데카드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피해고객들의 집단소송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카드3사는 집단소송이 제기될 경우 최대 1,700억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3개월 영업정지로 인한 손해와 카드 재발급 비용 등을 합하면 최대 3,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카드사들은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추락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더욱 충격에 빠졌다. 금융업의 근간은 고객 신뢰인데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면 고객 신뢰가 무너져 향후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11개 카드사에 대한 BMSI조사 결과 롯데·농협·국민 등 사고 발생 카드사 뿐만 아니라 신한·삼성 등 전체 카드사의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BMSI지수는 카드사에 대한 국민 이미지를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곧 현실화할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과 현실화한 이익 증가세 둔화, 여기에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카드사들은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부진한 카드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규모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