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딜로이트 안진)은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Social Progress Imperative)가 발표한 2016 사회발전지수(SPI) 결과를 인용, 1인당 국내 총생산(GDP) 규모와 국민 삶의 질이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133개 국가 중 사회·환경 등 사회발전 측면에서‘가장 살기 좋은 나라’1위에 등극한 나라는 핀란드로 2015년 7위에서 여섯 계단을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는 올해 7위로 6계단 떨어져 양국은 1위와 7위를 서로 맞바꾼 양상을 보였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사회발전기구 파트너로 2013년부터 후원 및 지식기부를 해오고 있다.
‘매우 높은’ 사회발전지수를 달성한 12개 국 중 5개국은 핀란드(1위), 덴마크(3위), 스웨덴(6위), 노르웨이(7위), 아이슬란드(공동 10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비 북유럽권인 캐나다(2위), 호주(4위), 스위스(5위). 네덜란드(8위), 영국(9위), 뉴질랜드(공동 10위), 아일랜드 등도‘매우 높은’ 사회발전지수를 달성했다. 이는 ‘살기 좋은 나라’들이 북유럽에 집중돼 있던 과거에 비해 기타 지역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국민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더욱 치열하게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은 지난해 77.70(100점 만점)으로 29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80.92로 소폭 상승하면서 133개 국 가운데 26위에 랭크됐다. 평가 분야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기본적 인간 욕구(영양 및 기본 의료지원, 물·위생, 주거, 개인안전)에서는 92.21점으로 24위에 랭크됐고, 웰빙의 기반(기초지식 및 정보·통신 접근성, 건강과 복지, 생태계 지속가능성)에서는 82.10점으로 28위를 기록했다.
두 가지 평가 부문에서 한국은 물·위생과 환경의 질 항목에서 ‘저성취국’으로 평가됐다. 기회(개인의 권리, 고등교육 접근성, 개인의 자유와 선택, 관용과 포용)분야의 점수는 68.55로 다소 낮게 랭크됐는데, 개인의 권리 항목에서는 순위가 49위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133개 국 가운데 86.54점을 얻으며 14위로 선진국 체면을 유지했고, 중국은 62.10점으로 84위에 그쳤다.
2016 사회발전지수는 기회, 건강과 복지, 교육, 차별로부터의 자유 등 이른바 ‘침묵’의 사회발전은 GDP 성장에 따라 높아지지만, 국부(國富) 그 자체가 사회발전 수준을 높이는 절대요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사에서는 1인당 GDP가 비슷한 국가들을 각각 다른 15개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인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가나, 세네갈 등 국가는 사회발전지수‘초과 성취국가(overperformers)’으로 분류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초과 성취국가인 코스타리카의 경우 1인당 GDP가 2배 규모인 한국 수준의 사회발전 결과를 보였다. (1인당 GDP 코스타리카 $14,232, 한국 $33,629)
마이클 그린 사회발전기구 최고 디렉터는 “사회발전지수는 GDP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1인당 GDP 수준이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사회발전 결과를 도출한 코스타리카 같은 국가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1인당 GDP 5만2118달러에 달하는 미국은 올해 19위에 랭크되면서 가장 심각한‘저성취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은 GDP 대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저성취 국가 중에 유일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로, 중국, 러시아, 이란, 나이지리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심각한 수준의 저성취 국가에 속한다. 핀란드(1인당 GDP 3만8535달러)와 캐나다(1인당 GDP 4만2778달러) 양국은 미국보다 국부(國富)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헬스케어, 관용, 개인의 권리 등을 포함한 평가항목에서 전체적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이에 대해 마이클 그린은 “미국은 국부 대비 형편없는 사회발전지수를 보이는 국가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회발전 측면에서 전세계 국가의‘평균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인접한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희박한 국가 몽골이었다.
2016 사회발전지수 조사는 전세계 인구의 99%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개별 GDP 평가를 비롯해 건강과 복지, 교육, 주거, 정책, 권리, 차별과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등에 대한 측정을 포함하며, 인간의 삶에 중요한 요소들을 통해 랭킹을 결정하기 위해 총 53개에 이르는 지표를 사용했다. 기아, 유아 사망률, 기초교육 혜택 등의 항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으로 드러났으나, 개인의 권리, 관용과 포용 등은 전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사회발전 측면에서 최고의 난제는 환경의 질, 건강과 복지 등으로 이는 국가가 부유해 짐에 따라 동반 향상되지 않는 이슈들이다.
한편, 2016 사회발전지수를 준거로 지구촌을 연령대별 그룹(25세 이하, 25세 이상)으로 나눠보면 세대간 사회발전 격차를 발견할 수 있는데, 신세대는 60.15점(93위 정도에 해당)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사회발전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 반면 구세대는 67.73점(59위 정도에 해당)으로 그보다 높았다. 가장 어린 나이 그룹은 특히 물과 위생, 고등교육 접근 등 거의 모든 사회발전 요소에서 뒤처지는 국가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크릭생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환경이 더욱 복잡한 도전적 상황에 처함에 따라 사회발전지수는 정책에 대한 투자, 비즈니스적 결정, 자원활용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윤영원 딜로이트 안진 공공부문 리더는 “한국이 기본적인 인간 욕구와 웰빙 기반 지표에서의 상승으로 지난해 대비 3계단 뛰어오른 것은 의미가 있지만 기회 분야의 지표인 개인의 권리, 개인의 자유와 선택, 관용과 포용 등에서는 특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현재 우리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투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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