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중점관리 무딘 칼로는 공기업 개혁불가능,

역대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관심을 가졌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24개 공기업 민영화를 계획했는데 추진 결과는 규모가 큰 포항제철과 한국중공업, 나머지는 규모가 작은 공기업 모두 11개에 그쳤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김대중 정부가 계획했던 철도사업 민영화와 한전 분할을 추진하려 했지만 노조 파워에 밀려 포기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기업 신규채용 3% 증가 의무화 등으로 공기업을 확대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임대주택 건설 등으로 LH공사에 엄청난 부채를 떠넘겼는데 퇴임을 앞둔 2011년에야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마련하여 KTX 운행을 일부분 민간에 맡겨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공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왔다. 2012년 말 686개 공공기관의 총부채가 566조 원으로 국가채무 446조 원보다 무려 120조 원이나 많고, LH공사 등 12개 공공기관 부채가 많은 12개 공공기관은 다음과 같다: LH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한국전력(발전자회사 포함),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예금보험공사, 장학재단의 부채가 412조 원으로 전체의 84%나 된다. 이들 12개 공공기관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공기업 부채가 사실상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빚더미 공기업을 놓고, 박근혜 정부가 개혁의 칼을 곧추세웠다. 개혁의 칼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Ⅰ. 공기업 민영화는 과연 어려운 과제인가?

공기업 민영화는 그 추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시사하는 공기업 ‘민영화’라는 말의 등장을 살펴보고, 그러한 공기업 민영화를 박근혜 정부가 너무 쉽게 실종시켰다는 것을 지적한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말의 등장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51년까지 영국의 집권 노동당 정부는 고용창출과 사회간접자본 마련을 위해 전기, 통신, 도로, 항만, 조선 등 주요 기간산업과 공익산업을 국유화했다. 국유화된 기업들은 일자리가 없던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국가경제 재건에도 기여했다. 당시 국유화는 사회주의 열풍에 힘입어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유행처럼 확산되었다.

그러나 계속된 국유화는 공공부문의 비대와 비효율을 가져왔다. 1960년대 영국의 GDP 대비 공공지출은 50%를 넘었고, 전체 고용인구의 약 10%에 이르는 206만여 명이 공기업에서 일했다. 영국 공기업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부는 세금으로 공기업 적자를 보전해야 했다. 영국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계속 증가해갔고, 정부는 큰 정부로 팽창해갔다. 이를 놓고 마거릿 대처는 1979년 총선에서 “영국경제의 두 가지 큰 문제는 국유기업의 독점과 노동조합의 독점이다”라고 국민을 향해 외쳤다. 이 선거에서 승리한 대처는 곧 바로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대처는 구조개혁 차원에서 공기업 개혁을 구상했다.

그런데 1979년 선거 때만해도 공기업 개혁이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禁忌)였다. 공기업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고칠 수 없는 금융목표치 도입, 정부간섭 배제, 효율성 제고, 정부 보조금 중단’ 정도였다. 공기업 개혁이란 1979년 선거 강령에서 지나가듯 언급된 조그만 참고사항에 불과했다. 그 이상 나아간다는 것은 선거 바로 전날 투표자들을 깜짝 놀라게 위협하는 것과 같았다. 선거 후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 공룡화한 공기업 부채를 개혁하기위해선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식의 과감하고 다양한 방식의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방만 공기업 중점관리와 경영혁신 미흡 공기업 기관장 해임 정도의 무딘 칼로는 공기업부채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민부담을 줄이기위해선 민영화로 가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가운데)가 4일 자유기업원 주최 공기업 개혁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사회를 맡은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겸 KDI 초빙교수, 박동운 명예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그런 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대처는 공기업 개혁을 구상했다. 누군가가 공기업을 ‘상업화’(commercialization)해서 개인기업과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처와 키스 조지프는 ‘개인기업 모방’보다는 훨씬 더 독창적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새로운 종류의 사업을 만들어내야 했다. 새로운 ‘사업’은 이름을 필요로 했다. 후보작이 하나 나왔다. 알기 쉬운 이름으로 ‘비국유화’(denationalization)였다. 과거 국유화를 통해 국가의 소유로 넘어간 회사들을 다시 개인의 손에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에 문제가 있었다. 전화서비스처럼 애초부터 국유화된 적이 없는 회사도 있었던 것이다. 또 비국유화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고, 호소력이 약하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말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말이 바로 ‘민영화’(privatization)였다.  ‘민영화’라는 말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일반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실종시킨 ‘공기업 민영화’
이처럼 ‘민영화’라는 말은 힘들게 등장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민영화’라는 말을, 2013년 말에 발생한 철도노조 파업 때 박근혜 정부는 너무나 쉽게 실종시켰다.
2013년 말 박근혜 정부가 수서발 부산·목포행 KTX 운행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 KTX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하려 하자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한 달 가까이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 정책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초 ‘공기업 선진화 계획’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철도노조는 경쟁체제 도입은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토부는 2013년 1월 철도산업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까지 했으나 계획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박근혜 정부로 넘겼다.
정책을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가 이를 추진하려 하자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라며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코레일 민영화’란 말은 실종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큰 실수다.
 

이를 놓고, 최근 전현직 경제 수장 만찬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영화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나 의료 부문에 대해 정부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참 이상한 말이다. 철도는 노조의 철도가 아니라 국민의 철도다”라며 “공기업 개혁에서 민영화를 빼면 뭐가 남느냐, 불가피한 부분은 몰라도 시장경제에 내놓아야 할 것은 민영화해서 주인을 찾아주고, 경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설가 복거일도 “정부의 개혁안이 민영화라고 주장하면서 시작한 불법 파업에 대해 ‘불법’을 문제 삼지 않고 ‘민영화’가 아니라고 설득하려고 나섬으로써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들인 공기업들의 근본적 개혁을 엉겁결에 포기한 셈이다”라고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제 과거는 잊고, ‘공기업 민영화’ 기치를 새롭게 내걸고 빚더미 공기업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여 국가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빚더미 공기업 개혁에서는 민영화가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Ⅱ. 공기업 빚더미는 재정건전성 악화의 시한폭탄

공기업 민영화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이유의 하나는 ‘공기업 빚더미는 재정건전성 악화의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한국의 재정통계가 잘못되어 있고, 공기업 빚이 국가채무에 포함될 경우 ‘공기업 빚더미는 재정건전성 악화의 시한폭탄’이 되고 말리라는 점을 논의한다.

과소 추계된 한국의 재정통계
OECD, IMF 등이 발표하는 한국의 재정통계는 엄청나게 과소 추계되어 왔다. OECD가 발표하는 한국 재정통계를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국은 GDP 대비 일반정부총지출 비율인 정부규모가 1970년대부터 2012년까지 OECD 국가 가운데 한 해도 빠짐없이 가장 작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이는 OECD나 IMF로 보내지는 한국 재정통계 자료에서 지방정부, 일부 공기업 등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엄청나게 과소 추계되어 국제사회에 공개된 이러한 ‘재정지출, 국가부채, 조세 비율’ 등의 재정통계를 정치가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월 18일 신년사에서 말한 내용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3%입니다. 미국 36%, 일본 37%, 영국 44%, 스웨덴 57%인데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라고 할 것입니다. 복지예산의 비율은 더 적습니다. 앞의 나라들이 중앙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데 우리는 그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도 마음 편히 재정지출을 늘려갔다. 특히 2012년 4·11 총선과 12·19 대선에서 여야 정치가들은 재정통계상의 ‘작은 정부’를 내세워 복지천국을 만들겠다며 재정지출 고삐를 아예 풀어버렸다.
 

경제학이나 재정학 교과서에는 한국의 정부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껏해야 ‘짐작컨대 …%’라는 표현밖에 없다. 지방정부, 일부 공기업, 일부 기금 등이 정부규모 통계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소 추계된 재정자료가 OECD나 IMF 등에 보내진다. 그래서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라의 하나로 오해받는다. 그 내용을 보자.

첫째, OECD나 IMF가 발표하는 재정통계는 지방정부가 빠져 있어 과소 추계되어 있다. 세계 모든 국가의 재정통계 지침서인 IMF의 Government Finance Statistics(GFS) Manual IMF의 GFS Manual은 2001년 판이 가장 최근이다.
이에 따르면, ‘일반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한 것’인데, 이 지침서에는 한국의 지방정부 재정통계가 ‘빈칸’으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지방정부는 예산편성 및 결산작성의 시차, 회계과목 간의 상이 등으로 통합재정에 포함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기획재정부가 밝혀왔다. 듣기로는, 지방정부 재정지출을 공개하면 적자 상태가 들통 날 것이 겁이 나 지자체가 공개를 꺼린다고도 한다.

둘째, 통계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한 일반정부’ 재정통계를 해마다 발표해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방정부 규모는 10%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방정부’ 재정통계는 정부 간 상계처리(相計處理)가 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셋째, 지방정부 재정통계가 밝혀져 있지 않다보니 한국의 재정학이나 공공경제학 교과서는 한국의 지방재정 규모를 추측해서 언급하고 있다. 학자들의 추측을 바탕으로 추계하면 2012년 한국의 일반정부 규모는 OECD 통계보다 약 10%포인트 높은 40% 안팎이 될 것 같다.
넷째, 한국의 재정통계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일부 공기업과 기금이 빠져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중앙일보 취재팀이 2006년 4월 5~10일간 심층분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OECD나 IMF가 발표하는 한국의 재정통계는 과소 추계되어 왔다. 이런 문제점을 알 턱이 없는 일부 정치가들이 ‘한국은 작은 정부이므로 재정지출을 늘려도 된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니 걱정스러울 뿐이다.

공기업 빚더미는 재정건전성 악화의 시한폭탄
정부규모와 마찬가지로 재정통계 가운데 하나인 국가채무가 그 산정방식과 규모를 둘러싸고 그동안 논란과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때맞춰 한국은행이 일반정부 부채에다 ‘비금융 공공기관(공기업), 금융 공공기관, 통화안정증권, 공적연금 부채’ 등을 아우르는 ‘공공부문 부채'를 신설해 국민계정(SNA)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2011년 11월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별 국가마다 서로 다른 국가부채 산정기준을 단일화하거나 통일하는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IMF 초안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도 이에 준해 공공부문 부채를 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기획재정부와 부채 범위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2014년 말경에 발표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일반정부 부채만을 떼어내 국가채무로 산정해 왔다. 이 결과 2012년 OECD 재정통계에 발표된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5%로, OECD 평균치 107.4%의 3분의 1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라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앞으로 광의(廣義)의 국가채무에 해당하는 공공부문 부채를 국민계정에 포함시키게 되면 국가채무 비율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이는 여야 정치권이 선심성 복지공약을 마구 쏟아내는 현실에서 국가채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IMF 새 매뉴얼에 따라 필자가 2012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계산한다

<표> 2012년 한국의 광의의 국가채무 비율

일반정부 부채: 446조원
비금융공기업 부채: 493조원
금융공기업 부채: 159조원
통화안정증권: 160조원
합계: 1,258조원
GDP: 1,273조원
※ 국가채무 비율: 1,258조원÷1,273조원×100=98.8%

자료: 필자가 정리한 것임.

IMF 새 매뉴얼에 따라 계산하면, 2012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OECD 통계에 나타나 있는 35.5%가 아닌 98.8%로 폭증하게 될 것이다. 이 수치는 모든 공기업이 포함되어 있어서 과다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제 2012년 일반정부 부채 446조원에다 LH공사 등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 부채 412조원만을 포함하여 2012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계산한다(<표 3> 참조).

<표 3> 2012년 한국의 협의의 국가채무 비율

일반정부 부채: 446조원
LH공사 등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 부채: 412조원
합계: 858조원
GDP: 1,273조원
※ 국가채무 비율: 858조원÷1,272조원×100=67.4%

자료: 필자가 정리한 것임.

부채 포함 범위를 일반정부와 LH공사 등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만을 포함해서 계산하면 2012년 국가채무 비율은 OECD 통계에 나타나 있는 35.5%가 아닌 67.4%가 된다. 12개 공기업만을 포함해도 국가채무 비율은 35.5%에서 67.4%로 증가한다.
 

이렇게 볼 때, IMF 새 매뉴얼에 따라 계산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틀림없이 67.4%∼98.8% 사이의 숫자가 될 것이다. 2012년 OECD 국가 가운데 국가채무 비율이 67.4%보다 높은 나라는 17개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더 이상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나라가 아니다.
이렇게 엄청난 국가채무가 공기업 배제로 인한 ’잘못된 재정통계‘ 때문에 숨겨져 왔다. 이 결과 ’작은 정부 착시효과‘가 재정적자를 부추겨 국가채무를 공룡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IMF 새 매뉴얼에 따라 금년 말 올바른 국가채무 비율이 밝혀지게 되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핵폭탄을 맞게 될 것이다. 그 한가운데에 공룡화된 공기업 빚더미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빚더미 공기업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하고, 개혁의 방향은 민영화이어야 하는 것이다.
 

Ⅲ. 공기업 빚이 공룡화된 이유

공기업 빚이 공룡화된 것은 일차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에게 책임이 있다. 공기업이 빚더미에 올라서게 된 이유는 네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역대 대통령들이 선거 공신들을 낙하산 태워 공기업 CEO로 내려 보내 공기업 부실·방만 경영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당선 후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논공행상의 잔칫상을 차리기 마련인데 그것이 곧 공기업 CEO 낙하산 인사다. 이는 오래 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이다. 공기업 CEO가 낙하산 타고 내려오면 노조는 기를 쓰고 반대하고, CEO는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조와 끈질긴 협상을 벌인다. 이 결과 방만·부실 경영이 조장되어 협상은 자동 승진, 급여 인상, 직장 대물림 등으로 수놓아져 왔다. 결국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 되었고, 평균연봉은 계속 증가했다.
 

방만 경영의 예로 코레일 직원들의 평균 연봉 수준을 든다. 밝혀진 바로는, 2013년 코레일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6300만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1인당 평균 연봉보다 높고, 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 직원들의 상위 20개사 이상의 연봉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채가 140조원에 이르는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2013년에 평균 1300여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부실 경영의 예로 LH,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부채 공룡공기업 10곳의 빚 증가를 든다. 이들 공기업 10곳의 빚은 1997년에 59조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무려 300조원에 달해 15년 동안에 무려 6배나 증가했다(연평균 약 27%에 이름). LH가 138조원으로 가장 부채가 많고, 한전과 가스공사가 그 뒤를 잇는다. 이들 10곳의 부채는 전체 295개 공공기관 부채의 70% 정도이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낼 형편이 못 된다.

둘째, 역대 대통령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 사업을 공기업에 떠맡겼기 때문이다.
대선 때 후보자들은 국민 세금으로 표를 사는 방법에 몰두한다. 예를 들면,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이슈로 주택 건설을 내세웠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임대주택 건설, 이명박 대통령의 보금자리주택과 임대주택,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주택이 그 예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임대주택은 국민 세금으로 한 채 당 9천만원∼1억원 정도 보조되어 싼 값에 지어졌다. 그 보조금은 고스란히 LH공사의 빚으로 떠넘겨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공기업 부채가 상당 부분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산 성격상 정부활동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누어지는데 특별회계는 기업특별회계(공기업)와 기타특별회계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기업특별회계는 철도·통신·양곡관리·조달특별회계 네 가지다. 이는 대부분의 공기업 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채무 정의를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한국 정부는 IMF 매뉴얼에 명시된 다음과 같은 국가채무 정의를 따르고 있다.

“Only the recognized direct financial obligations of the government which are serviced through interest payment and/ or redemption should be included in debt.”

인용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지는 확정적인 채무’를 뜻한다. 따라서 정부보증 채무, 통화당국 채무, 대부분의 공기업 부채 등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역대 대통령들은 정부사업을 자신이 낙하산 태워 내려 보낸 CEO에게 위탁하여 수행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엄청난 부채가 발생해도 그것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대통령은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고, CEO는 대통령의 청탁만 들어주면 그만이다. 이 같은 관행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공기업의 방만·부실 경을 조장해온 것이다.

셋째, 역대 대통령들이 인기리에 임기를 마치려고 물가안정, 서민보호를 내세워 공공요금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공요금이 오르면 물가안정과 서민보호가 어려워진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공요금 인상을 줄기차게 규제해 왔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이럴진대 대통령이 낙하산 태워 내려 보낸 CEO가 감히 공공요금 현실화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필자는 한 가지 예외를 기억하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내세우다 임기를 2년여 남겨두고 2012년 11월 갑자기 사퇴한 김중겸 전 한전 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이제 전기·수도·일반철도요금이 얼마나 현실화가 되어 있지 않는가를 보자.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07∼2012년간 전기 관련 총수입은 한 해도 예외 없이 총원가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07∼2012년간 누적 적자는 29조원을 넘는다. 2007년 이전 연도까지 포함하면 누적 적자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한전 자료를 바탕으로 2007∼2012년간의 경우를 예로 든다. <kwh당 원>으로 나타내는 적용단가는 2007년 77.7원에서 해마다 조금씩 올라 2012년에는 101.0원이 되었지만 한 해도 원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한전은 예산 편성에서조차 적용단가를 원가보다 낮게 책정했다. 2012년 예산에서 적용단가는 원가의 89.79%로 편성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물가상승과 민생보호를 내세워 전기요금 현실화를 외면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역대 정부가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온 결과 한국의 전기요금은 한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79%, 프랑스의 53%, 일본의 43%, 독일과 영국의 39% 수준이다.
 

수도요금은 어떤가? 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2000∼2011년간 수도요금 현실화율은 2000년 75.2%에서 2003년 최고치인 89.3%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로는 사실상 감소하여 2011년 76.1%를 나타냈다. 이 결과 2000∼2011년간 수자원공사의 누적 적자는 25조8천억 원을 넘는다.
 

철도요금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물가안정과 서민보호를 내세워 2007년부터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철도요금을 동결했다. 코레일은 KTX 흑자 수익으로 일반철도 적자를 보전해 왔다. 17조원이 넘는 코레일의 적자는 상당 부분 일반철도요금 규제로 인한 것이다.

넷째, 공기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퇴임 전후로 ‘자리 만들기’ 독점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래 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이다. 이런 관행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부실 경영을 조장한 것이다.


Ⅳ.  마거릿 대처가 추진한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

이제 마거릿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를 소개한다. 우리도 포스코(2000년 포항제철), 두산중공업(2001년 한국중공업), KT(2002년 한국통신) 등 성공적인 공기업 민영화 사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마거릿 대처가 추진한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는 역사상 가장 먼저였고, 가장 성공하여 외국으로 수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여기에서 간략히 소개한다.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가 경영했던 사업과 서비스를 최대한 경쟁에 노출시켜 고객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했다.

둘째, 국가가 매각하는 사업에서 최대의 가치를 얻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이려고 했다.

셋째, 가능한 한 국민들의 주식 소유를 확산시켜 대중자본주의를 실현하려고 했다.

넷째, 국가 경영으로 인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기업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려고 했다.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의 방법

첫째,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만일 대처가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혁명적’으로 추진했더라면 민영화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민영화라는 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처는 민영화 대상을 우선 수익성 면에서 민간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매각이 용이한 제조업분야부터 지정한 다음 공기업으로 확대함으로써 시행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둘째, 민영화 대상 공기업별로 다양한 전략을 구상했다.
대처는 초기단계의 민영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토대로 정책을 보완해가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어냈다. 종업원의 반대가 심한 공기업의 경우에는 종업원에게 주식을 무상이나 염가로 공급하는 전략으로, 경영층의 저항이 심한 공기업 경우에는 기존 공기업의 분리나 완전한 경쟁 도입을 일정 기간 연기해주는 전략 등으로 대응했다. 특히 개별기업에 경제력 집중과 특혜를 가져다주리라는 일반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국민주 방식으로 주식을 매각하거나, 민영화한 후 독점규제 장치나 별도의 감독기관을 만들어 적절한 정책을 세워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종업원지주제가 도입되었다.

셋째, 민영화는 전체 구조개혁 전략의 일부로 추진되었다.
대처는 문자 그대로 민간에게 매각한다는 의미의 ‘민영화’를 유일한 전략으로 삼지 않았다. 대처는 민영화와 함께 민간위탁, 민간과 정부내 팀 간의 경쟁입찰제도인 시장시험(market testing) 등을 동시에 실시했다. 특히 전략의 타당성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했다.
 

넷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했다.
대처는 국가전략산업 보호와 민영화 부작용 최소화에 역점을 두면서 추진했다. 대처는 개인 또는 기관별 소유지분 제한, 무의결권주식 도입, 대상 기업의 사업 분할, 경쟁기업 육성, 정부의 황금주 보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점을 방지하고, 가격인하와 서비스 향상을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주 발행과 M&A 활성화를 통해 부의 집중을 방지하고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기업 매각을 유도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 이후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해 독점위원회(MMC: Monopolies & Merger Commission) 및 공정거래실(OFT: Office of Fair Trading) 등 기존 규제기구와는 별도로 전기, 개스, 수도 등 대규모 공익사업에 대해 9개에 이르는 전문기구를 신설했다.

대처가 추진한 민영화는 다음과 같이 세 단계에 걸쳐 추진되었는데, 대처 정부를 이어받은 보수당 메이저 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계속 추진했다. 대처는 민영화 과정에서 국가전략 관련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 세계적인 규모의 공기업까지 무려 48개 주요 공기업을 매각했다.

1단계(대처 정부 제1기: 1979~1983)
•소규모 공기업, 민간기업과 경쟁이 가능한 공기업 등을 먼저 민영화
•주식 매각, 경쟁 입찰 방식 등을 활용
•항만 관리, 항공기, 유전 탐사, 통신, 도로운송, 석유부문 매각

2단계(대처 정부 제2기: 1983~1987)
•공기업의 투자재원 마련, 만성 적자 상태의 재정수지 개선이 목표
•1985년 이전에는 매수제의와 다단계입찰 방식, 이후에는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
•자동차, 항공, 통신부문 매각

3단계(대처 정부 제3기: 1987~1991)
•2단계와 동일한 방법으로 철강, 항공관리, 전력, 가스부문 매각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48개 주요 사업과 다수 소규모 사업을 매각했는데 기업들은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영국항만은 민영화된 지 6개월 만에 이익이 150만 파운드에서 680만 파운드로 급증했고, 영국항공은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 50% 이상 올랐다.

둘째, 민영화는 정부독점에서 벗어나 민간부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했고, 신기술 도입과 경쟁 촉진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였다.

셋째, 민영화된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실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질 좋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이익을 증진시켰다.

넷째, 정부소유의 임대주택을 세입자에게 매각하여 중산층을 두텁게 했고, 국영기업 주식 매각을 통해 개인 주식소유자를 확대했으며, 국민주주화를 통해 민주적 자본주의의 기초를 튼튼하게 했다. 1979년 주식소유자 수는 300만 명이었는데 1993년에는 1000만 명을 넘었다.

다섯째, 주식 매각을 통해 약 600억 파운드(95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여 공기업의 만성적인 외부차입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었다.
여섯째, 공기업 민영화는 결과적으로 ‘작은 정부’를 실현하여 시장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대처가 추진하여 성공한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를 놓고 예르긴 등은 이렇게 썼다.

“대처리즘의 가장 결정적 요소이자 전 세계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될 조치는 바로 민영화(privatization)였다.” 
 

대처가 추진한 구조개혁의 성격을 이처럼 잘 나타낸 표현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으로, 대처는 ‘영국을 세계 최초의 민영화 수출 국가’로 만든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대처가 공기업 민영화에 성공하자 사회주의 국가 중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웨덴, 핀란드, 인도네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영국으로부터 공기업 민영화 노하우를 수입하려고 줄을 이었다.

Ⅴ. 공기업 개혁, 민영화가 대안이다

이제 공기업 개혁은 민영화가 대안이라는 것을 논의한다. 여기에서는 앞 절에서 소개한 내용을 중심으로 대처가 추진한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요약한다. 이어 한국의 공기업 부채를 중심으로 공기업 개혁은 민영화가 대안임을 논의한다. 끝으로 한국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논의한다.

마거릿 대처의 공기업 민영화가 주는 교훈
우리도 포스코, 두산중공업, KT 등 공기업 민영화 사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대처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를 소개한 이유는 대처의 공기업 민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는 ‘영국을 세계 최초의 민영화 수출 국가’로 만든 대처가 어려운 여건에서 과감하게 추진하여 성공한 공기업 민영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처는 민영화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대처는 국가가 경영했던 사업과 서비스를 민영화를 통해 최대한 경쟁에 노출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고객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대처는 공기업 매각을 통해 최대의 가치를 얻음으로써 공기업 적자, 재정적자, 국가채무를 과감하게 줄이려고 했다.

둘째, 대처는 앞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전략과 관련된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 세계적 규모의 공기업까지 48개 공기업을 세 단계에 걸쳐 과감하게 매각했다. 대처는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했고, 민영화 대상 공기업별로 다양한 전략을 적용했고, 민영화를 구조개혁의 일부로 추진했다.
셋째, 민영화의 성과는 확실하게 나타났다. 민영화된 공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고, 민간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했고, 이윤을 실현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질 좋고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의 이익을 증진시켰다.

공기업 개혁은 왜 민영화가 대안인가?

2012년 말 686개 공공기관의 총부채가 566조 원으로 국가채무 446조 원보다 무려 120조 원이나 많고, LH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412조 원으로 전체의 84%나 되고, 이들 12개 공공기관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기도 힘든다. 또 LH공사,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부채 공룡공기업 10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낼 형편이 못 되는데 이들 공기업의 빚은 1997년에 59조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무려 300조원에 달해 15년 동안 6배나 증가했다.
 

앞에서 논의한 대로, IMF 새 매뉴얼에 따라 국가채무를 계산하면 2012년 GDP 대비 35.5%인 국가채무 비율은 최소 67%에서 최다 100% 정도로 폭증하게 될 것이다.
국가경제가 날마다 ‘공룡화되어가는 공기업 빚더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어느 대통령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공기업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이런 여건에서 박근혜 정부는 부채 과다, 방만 경영 공공기관을 중점 관리하고,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관장은 해임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공공기관은 보유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고, 정부가 방만 경영을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무딘 개혁의 칼로 공룡화된 빚더미 공기업을 개혁할 수 있겠는가? KTX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하가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가 국가경제를 공룡화된 공기업 빚더미로부터 구해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공기업 민영화가 대안이라고 믿는다.

한국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첫째, 법제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선거 공신들을 낙하산 태워 공기업 CEO로 내려 보내지 못하도록, 대통령이 정부 사업을 특정 공기업에 위탁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이 물가안정과 서민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공요금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정부 부처 관료가 업무와 관련된 공기업에서 자리 마련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부채 과다, 방만 경영 공공기관을 중점 관리하고,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관장은 해임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공공기관은 보유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고, 정부가 방만 경영을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공공요금을 한꺼번에 원가 수준으로 올린다면 국민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실행이 어렵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공공요금 현실화 목표율’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이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공공요금을 몇 년 후 원가에 근접할 수 있도록 매년 일정 %씩 인상해가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전기요금이 현재 원가의 80%일 경우 1년에 2%씩 올린다면 10년 후 적용단가와 원가는 대충 같아지게 될 것이다. 수도요금, 일반철도요금도 마찬가지다. 10년이 짧다면 15년, 20년 계획이라도 세워야 한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국민도 ‘비싸야 아껴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넷째, 공기업 경영진과 노조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 혁신을 위해 자기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설령 노조가 격렬하게 저항하더라도 정부가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정부는 공청회를 열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확인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할 국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섯째, 앞의 과정을 거치면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전원책)이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공기업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