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집단 피해가 확인된 이래 5년이 지나서야 가습기 살균제 주요 책임자들이 구속기소됐지만 준비 미비로 재판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27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신현우(68) 전 대표 등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지만 첫 기일처럼 "수사기록 복사가 아직 안 됐다"는 이유로 심리를 진행하지 못했다.
신현우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직원 6~8명이 매일 복사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기록 200여 권 중 30여 권만 받은 상태"라며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우며 공소사실에 대한 개략적 의견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성과없이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유족들은 법정 밖에 서서 "재판을 확실하게 해달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수의 차림의 신 전 대표 등이 구치소 호송관을 따라 유족들 앞으로 지나가자 한 유족은 목놓아 통곡했다.
이날 검사들도 당초 오전 10시10분 시작하기로 한 재판에 예고 없이 15분가량 지각했다.
재판부와 피고인, 변호인 등이 아무 말 없이 법정에 앉아 검사들을 기다리는 동안 방청석에선 한숨이 나왔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자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지난 1일 기소됐다.
PHMG가 주성분인 옥시 제품은 2000∼2011년 총 600여만개가 판매됐다. 폐 섬유화 등 피해가 사회 문제로 불거진 것은 2011년께다. 하지만 수사는 올해부터 본격 시작됐고, 사법처리 문턱까지 오는 데에는 무려 5년이 걸렸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7월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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