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돌연 휴직해 배경에 관심이 몰린다.  

최근 감사원이 산업은행 '직무 태만'의 책임자로 당시 회장이었던 홍 부총재를 지목한 데 따라 그의 거취를 두고 이목이 쏠리던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홍 부총재는 AIIB 이사회에 휴직계를 제출했다.

그가 지난 2월 AIIB의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Chief Risk Officer)로 임명되면서 산은을 떠난 지 불과 4개월여만이다.

홍 부총재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출범 이후 첫 연차총회에도 불참한 바 있다.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정작 홍 부총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불러왔다.

AIIB 본부가 있는 베이징 금융가 호텔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 부총재는 최근 한국 언론매체들의 대면, 전화 접촉 요구 등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언론 접촉을 피해 AIIB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휴직은 생각 못 했다"며 "최근 신상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부총재의 휴직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이 논의된 청와대 '서별관회의'와 관련한 언론 인터뷰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며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재는 지난 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이 산은 회장으로 재직할 때 대우조선 지원 과정에서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고 정부와 청와대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파문이 커지자 며칠 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 결정 시 당국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보도됐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평소 관치를 비판하던 홍 부총재가 산은 회장으로 가보니 반대로 일해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일주일 뒤인 지난 15일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기업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 등 전·현직 임원 3명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는 인사혁신처에도 통보돼 공직 후보 관리에 활용되는 만큼, 앞으로 그가 국내 공직에 진출할 길은 사실상 막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휴직계를 낸 홍 부총재가 앞으로 직책을 유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제기구인 AIIB는 한국 정부가 인사를 좌우할 수 없지만, 논란을 감안하면 조만간 부총재직을 내놓는 게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AIIB 출범 과정에서 지분 확보와 고위직 진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온 데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인도 문제도 결부된 만큼 홍 부총재가 쉽게 자리에서 내려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AIIB에서 중국·인도·러시아·독일에 이어 다섯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분담금이 37억달러(약 4조3400억원·5년 분납)에 달한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