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회장의 창조경제 전략-마차경제에서 우주선경제로 창발할 수 있는 경제정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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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
자본주의경제는 기업경제다.
1.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라 하기보다 기업경제라 함의 옳다.
-전(前)자본주의 농경사회에서는 인간의 삶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많은 농토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었으나, 자본주의 경제는 대다수의 인류를 농토에서 유한책임주식회사인 기업 속으로 이전시켜놓았다. 이제 기업이 농토를 대신하여 삶의 터전으로 등장한 체제이다.
좋은 기업에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신분상승과 인생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됐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은 손’의 신비한 작용을 만들어내는 빵집, 푸주간, 와인너리, 핀공장을 대체한 유한책임주식회사가 자본주의 발전을 견인했다.
시장은 개인과 기업의 네트워크이며 형식이다. 반면 기업은 경제의 실체이다. 기업이 없이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다.
<기업경제의 개념도>
기업을 일으키는 경제만이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 대기업으로의 성장은 마르크스나 슘페터가 전망한 자본주의 소멸의 전초가 아니라 지속적 발전의 기틀이 되고 있다.
2. 반 대기업정서의 뿌리
가. 주류 경제학
1)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기업을 어떻게 보았는가?
산업혁명이전인 1776년에 쓰여진 <국부론>의 ‘보이지 않은 손’은 핀공장, 와인너리, 푸주간, 베이커리 등의 개인 가족기업이 논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반면 국가 독점 주식회사에 대한 적대감은 여러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산업혁명을 이끌어 자본주의경제를 등장시킨 유한책임주식회사(joint stock company)는 1820년대 이후 등장하여 1840년대가 되어야 오늘날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국부론>에 기초한 주류경제학은 주식회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주류경제학이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경시하는 풍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 주류경제학의 완전경쟁모형도 반대기업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의 완전경쟁모형은 기업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동일한 경제주체와 완전정보라는 가정은 현실세계의 기업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제주체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허용하지 않고 원자적 경쟁(atomistic competition)만을 허용하는 완전경쟁모형은 복잡경제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모형은 경제발전의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신고전파 성장회계모형은 기업의 창발현상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업은 자본, 노동, 기술의 비선형적 합으로서 이들 3자의 선형적 합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복잡현상이다. 하지만 신고전파 생산이론은 기업을 자본, 노동, 기술의 선형적 합으로만 정의하고 분해함으로써 기업의 창발기능을 실종시키고 있다.
시장중심적 사고가 조직이 설 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 실체이고 시장은 네트워크의 형식이다. 그러나 신고전파 성장론에서 기업은 단지 생산함수로 전락했다. 복잡경제활동의 조직자로서의 기업의 역할은 실종된 것이다.
나. 칼 마르크스와 슘페터의 대기업경제 필망론이 오늘날 반 대기업정서의 뿌리?
1)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경제는 자본축적이 크게 진전되어 장기이윤율이 저하되고, 장기경제정체 현상을 빚어 몰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자본축적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이 등장함으로써 자본주의의는 종말할 것이라는 게 마르크스의 잘못된 전망이었다.
조셉 슘페터도 자본주의체제에서는 기업들이 성장하여 독점대기업화되면서 반 대기업정서가 퍼지게 되고, 이런 국민정서를 이용하여 대기업들이 국유화됨으로써 경제체제가 사회주의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슘페터의 자본주의 변화이론도 반 대기업정서를 이용한 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이론이었다.
3) 기업의 성장은 자본주의 경제의 질곡을 초래하는가?
기업이란 무엇인가?
1) 정보 비용이론
시장은 항상 경제주체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 하는 장치이지만, 정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에 실패할 수 있다. 이들은 이 기능을 “meter” (means “to measure productivity and also to apportion reward”)라고 한다. 필자는 이 기능을 경제적 차별화 (Economic discrimination)로 명명한 바 있다.
기업은 성과측정과 그에 다른 보상을 산정함에 따른 정보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장했다. 시장과는 다른 경영메커니즘을 통해 성과와 보상을 일치시키는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위해 기업이 설립된 것이다. 기업은 시장이 가지지 못한 제도적 장치, 예컨대 잔여청구권자(residual claimant)제도나 각종의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팀 생산(Team production)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2) 거래비용이론
시장은 쌍방간의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항상 정의 거래비용을 부담한다. 거래비용이 높은 경제활동은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높은 외부경제효과를 발생하는 활동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내부 자원배분을 합의가 아니라 명령에 의해 수행함으로써 거래비용을 회피 혹은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인 높은 거래비용 활동을 내부화하는 장치라 할 수 잇다.
기업의 내부화기능에 대한 설명으로는 수직적 결합에 대한 이론적 기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자기 최종재 시장에 대한 내부화는 불가능한 한계도 있다.
3) 생산효율성 이론
기업은 자급자족 생산이 아니라 시장을 위한 생산에 전문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통한 생산효율성 제고 효과를 향유하기 위해 등장했다. 최종재의 생산 공급자로서의 기업의 역할이 강조된 것이다.
4) 기업성장이론
기업은 인적 물적 자원을 집적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기업성장이론이라 했지만, 기업경영 이론에 가깝고, 단일 제품생산에서 제품 및 시장 다각화를 추구하는데 따르는 경영자원(지식의 문제)의 한계 극복 여부가 기업성장의 한계를 결정한다. 원칙적으로 기업성장의 한계는 없다.
기업의 성장을 기존 제화 생산의 규모증가로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새로운 재화와 시장)를 창출 활용하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은 창발과정이다.
5) 기업은 시장의 차별화기능 실패를 교정하는 장치
정보비용이나 거래비용으로 인해 시장이 동기부여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이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장치로 시장에 등장했다.
기업은 동기부여를 통해 조직원간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창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시장은 개인과 기업들 간의 거래 네트워크를 의미하며, 따라서 기업은 시장의 영역을 확대하는장치이다. 새로운 기업의 등장은 시장이 할 수 없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시장에 내놓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확대를 의미한다. 기업은 발전의 영역을 넓히는 기능을 한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경제는 기업경제라 할 수 있다.
4. 주류 거래비용이론의 기업관에 대한 비판: 기업은 시장의 대체장치인가 확대장치인가?
1) 주류 기업이론의 기초를 제공한 코즈(coase)의 견해:
"기업은 시장의 대체(substitute)장치이다. 시장과 기업은 경쟁관계이다.”
코즈는 완전경쟁시장을 reference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본 기업은 항상 시장을 대체한다. 왜냐하면 정(+)의 거래비용(혹은 정(+)의 정보비용)은 완전경쟁시장의 영역을 축소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출연하는 기업은 항상 완전경쟁시장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어진 규모의 완전경쟁시장을 시장과 기업이 거래비용의 크기에 따라 양분한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태초에 우리가 가정하는 주어진 완전경쟁시장은 없다. 그냥 제한된 현실 시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경우 코즈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 완정경쟁시장 하에서 기업이 시장을 대체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는 셈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기업의 출현이 시장을 대체한다는 관점이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는가? 기업의 출현이 시장의 규모를 축소한다면 기업은 경제발전의 적인가?
2) 좌승희 견해(<신국부론>(2006). <경제발전의 철학적 기초>(2012))
기업은 거래비용 때문에 제한된 현실 시장의 영역을 확대(market expansion)하는 시장보완장치이다. 기업은 거래비용 때문에 시장거래로 현실화되지 못하는 영역을 내부화하여 내부 자원배분 메커니즘을 통해 시장에 편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거래비용을 내부화함으로써 없는 시장을 창출하고 확대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끄는 동력이다. 따라서 기업이 없이는 시장의 확대도 경제의 발전도 제한받게 된다. 기업은 그래서 시장의 보완장치(supplement)이다.
아래 그림에 의하면 태초에 B라는 시장이 있고, 여기에 A라는 영역이 기업에 의해 창출된다. 그래서 현실시장은 A+B로 확대된다. 따라서 기업이 없이는 시장의 확대도 경제의 발전도 제한받게 된다. 여기서 시장이란 조직(기업)간의 네트워크 형식을 의미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규모는 확대된다. 그러나 코즈는 태초에 A+B 혹은 더 큰 A+B+C가 존재하고 있고, 기업이 그 영역을 거래비용의 증가에 따라 대체한다고 보는 셈이다.
[그림] 시장과 기업의 역할 관계
코즈는 기업의 존재이유를 잘 밝혔지만 기업이 시장의 확대장치라기 보다는 시장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장치라고 본 셈이다. 물론 여기서 코즈가 말하는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을 의미하며 이런 의미에서 니르바나 세계관을 못 벗어났다. 세상을 보는 잣대를 완정한 세상에 둠으로 해서 불완전한 세상에서 기업의 진정한 시장과 경제발전 기여를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이유를 밝혔지만 여전히 기업을 적극적 시장의 개척자가 아니라 소극적 대체 관계로만 파악함으로써 기업이론이 경제발전이론으로 승화될 수 있는 계기를 못 만들었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