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AIIB 부총재의 돌연 휴직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진리췬 AIIB총재에게 휴직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진 총재를 통해 뒤늦게 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나라망신이다.
홍 부총재가 우리정부에 사전 허가나 협의도 없이 휴직계를 낸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다.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기구에 파견된 중요인사가 정부와 협의도 없이 자리를 비운 것은 공직기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학계 출신이어서, 제 멋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사가 어떻게 국제기구의 부총재자리에 임명됐는지 한심하다.
홍 부총재의 석연치 않은 행태에 대해 정부는 신속히 조사를 해야 한다. 그를 당장 교체하고, 가장 적합한 인사를 다시 추천해야 한다. 국가위신을 추락시키는 인사가 더 이상 AIIB부총재로 남아있는 것을 방치해선 안된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정부들어 대표적인 낙하산인사, 캠프인사로 불렸다.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를 했다. 성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안종범 현 정책조정수석과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강석훈 경제수석 등과 함께 대선 캠프에서 경제공약을 수립하는 데 관여했다. 부인도 캠프인사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의 후광을 받는 서강대 인맥의 정점으로 평가받았다.
홍기택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산은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언론의 낙하산 인사 비판론에 대해 "그래 낙하산이 맞다. 경영능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산은회장은 최고의 칼잡이가 가야 한다. 과감하게 설거지를 해야 하는 자리다. 팔을 걷어부치고,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자리다. 겉으론 화려한 자리지만, 한국의 부실산업들을 청소하고, 환골탈태 시켜야 하는 고단한 자리다. 산업구조조정과 부실기업 살리기는 국책은행인 산은의 숙명이다. 최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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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AIIB 부총재의 돌연 휴직이 일파만파의 파장과 함께 나라 망신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런 홍 부회장이 정부에서 온갖 단물을 빼먹고, 실세를 누린 고위직 인사가 해서는 안되는 속살까지 까발렸다. 심각한 모럴헤저드다. /사진=연합뉴스 |
홍 회장 취임 이후 조선·해운·건설 등의 구조조정 격랑이 들이닥쳤다. 해운사와 조선사가 수술을 위해 산은 구급차에 실려왔다. 신속한 자금지원과 인수합병이 필요했다. 홍기택은 번번히 결단을 미뤘다고 한다. 해운사와 조선사들은 산은의 늑장플레이에 애가 탔다. 여러 경로를 통해 호소도 했다.
홍기택은 번번히 청와대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권부가 승인해야, 또 감사원의 '마패'를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감사원의 마패는 적극 행정으로 문제가 생겼어도, 배임 행위등으로 문책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철저하게 소극행정, 늑장행정으로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홍은 이런 점에서 스마트했다. 어떻게 하면 면피할까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의 늑장결정과 청와대 및 감사원 마패론에 밀려 조선·해운 등은 구조조정 시일을 늦추기 일쑤였다. 지원을 해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4조2000억 원을 겨우 지원했다. 당시 최고경영자들이 연이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도 모른 채 이뤄진 지원이었다. 대우조선이 수조 원의 부실 해양 플랜트를 수주하는 것에 대해 깜깜이였다.
산은회장 시절의 홍기택은 교수출신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하고, 결단과 신속한 리더십이 생명인 산은 수장 자리에 그가 앉은 게 최대 패착이다. 임용 당시부터 그런 우려가 많았다. 결국 대형사고를 냈다. 정권에도 큰 부담을 줬다. 향후 산은수장에는 실무에 문외한인 학자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안된다는 것을 그가 처절하게 반증해줬다.
홍 회장은 게도 구럭도 놓쳤다. 조선과 해운업종은 이제 본격적인 수술을 진행중이다. 국민혈세가 10조 원 이상 들어가고 있다. 대우조선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당시 남상태 전 사장 등 경영자들이 뻔뻔하게 성과급을 타먹은 것도 도덕적 해이의 극치에 해당한다. 노조는 노조대로 구조조정에 반대했다.
홍 회장이 설화사건을 초래한 것도 볼썽사납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자신이 한 게 아니고, 전부 청와대가 결정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다 이뤄졌다고 했다. 경향신문을 통해서 변명했다. 박근혜 정부를 가장 앞장서서 비난하는 좌파신문을 통해서 청와대를 비난했다.
정권의 실세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였다. 산은회장 자리는 원래 부실산업을 청소하라고 임명하는 곳이다. 대규모 부실산업 구조조정과 금융지원 문제는 당연히 청와대, 금융당국, 산은이 협의한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쳐 현 박근혜 정부도 그런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박근혜 정부 들어 생긴 것처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다.
이 정부의 탄생과 성공에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할 홍기택이 좌파매체를 통해 청와대를 조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배신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산은 자회사 자리도 청와대와 금융당국, 산업은행이 골고루 나눠 먹었다고까지 토로했다.
참으로 해선 안될 발언까지 했다. 이 정부에서 온갖 단물을 빼먹고, 실세를 누린 고위직 인사가 해서는 안되는 속살까지 까발렸다. 온간 권세를 누릴 땐 폼 잡다가, 재임시 부실 구조조정이 도마에 오르자 철저하게 발뺌했다.
홍은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 깊숙이 관여했다. 누구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 그가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은 두고두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홍기택은 대학교수가 아니다. 불성실한 복무태도에 대해 정부에 보고하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국가에 더 이상 누를 끼쳐선 안된다. 그가 지금처럼 휴직계를 낸채 AIIB 부총재 자리를 비워둔다면 한국의 부총재 TO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더 이상 국가망신을 초래해선 안된다. 그는 국민에게 반성문 쓰고, 학계로 돌아가야 한다. 구조조정 부실과 실기 등으로 국민혈세를 대규모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검찰수사도 받아야 한다. 산은회장에 이어 AIIB부총재는 그에게 적합한 자리가 아니었다. 낙하산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우겠다던 그의 호언은 참담한 거짓말로 변질됐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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