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0대 국회가 '여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300명 국회의원 중 역대 최다인 51명이 등원한 20대 국회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7%로 가장 높다. 전체 비중에서는 여전히 낮지만 점차 보이지 않는 유리천정이 깨지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불어 닥치기 시작한 여성 의원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소속 정당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민의당은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당 차원 문제로 불거지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29일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대표직을 동반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정당 득표율 2위를 기록하며 3당 체제를 구축했던 국민의당이 박선숙·김수민 파문으로 창당 5개월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딸과 동생, 오빠까지 등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해서 월급을 주고 정작 자신의 보좌진에게서는 월급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돌려받는 '갑질'로 공분을 사고 있다. 서영교 의원은 이뿐만 아니라 딸의 로스쿨 입학에 영향력 행사 의혹과 국정감사 피감기관 당자자인 부장판사들과의 식사자리에 변호사인 남편을 참석케 하는 등으로도 물의를 빚고 있다. 더민주는 여론이 격화되자 서영교 의원에 대한 중징계로 입장 정리를 하고 있다.
29일에는 새누리당에서도 '가족 채용' 화약고가 터졌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5촌 조카를 5급 비서관으로, 동서를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더민주 서영교 의원에 화력을 집중하다 뒷통수를 맞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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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숙·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이 끝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퇴로까지 번졌다. 20대 국회가 벽두부터 박선숙·김수민·서영교·박인숙 의원 등 여성의원들의 도덕성 문제로 바람잘 날이 없다. /사진=연합뉴스 |
박인숙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해당 보좌진을 교체차기로 했다. 박 의원은 "최근 야당 의원의 볻좌진 가족 채용 문제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있는 시점에 저의 보좌진 친인척 채용으로 논란을 일으켜 국미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어떤 이유든 어떤 상황이든 국민 눈높이에서는 변명일 뿐인 것을 안다"며 고개를 숙였다.
20대 국회 뚜껑이 열리자마자 새누리당이나 더민주, 국민의당 모두가 그야말로 너나 할 것 없이 리베이트 의혹에 갑질, 가족 경영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의 위기로 내몰거나 갑질로 도덕성에 상처를 준 의원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실망감이 크다.
더 나아가서는 18대 동물국회, 19대 식물국회에 진저리를 친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를 위해 선택한 3당 체제가 결국 더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자괴감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새 정치'를 부르짖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1월 창당 발기문에서 '부패 척결과 합리적 개혁'을 제 1과제로 내세웠다. 부패관련자는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며 무관용의 원칙을 강조했었다.
안 대표는 자신들의 측근들이 의혹에 휘말리자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그동안 보여 온 구태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크다. 안 대표는 초심으로 돌아가 읍참마속뿐 아니라 국민의당 전면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 역시 갑질과 가족 채용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서영교 의원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서 의원은 입으로는 늘상 서민과 도덕을 외쳤고 새누리당 저격수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사전에 서 의원의 가족 채용을 알면서도 은폐하고 공천을 했다면 특권과 차별 없는 세상을 부르짖었던 더민주 역시 코미디 정치에 다름 아니다. 김종인 대표와 당이 더 머뭇거린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서영교 의원에게 특권·갑질 집중포화를 쏟아냈던 만큼 박인숙 의원 사태는 자못 심각하다. 새누리당은 이날 8촌 이내 친·인척 채용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원천차단 명문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보좌진 채용 현황을 전수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나 박인숙 의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고 넘어가야 한다. 대국민사과 정도로 국민의 공분이 가라앉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0대 국회 초반부터 여성의원들의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는 것과 관련, 국회 입성 의원의 수가 늘어서라기보다 상대적으로 정치 생리에 어둡거나 믿을만한 사람을 선호한데서 기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여성 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관행처럼 여기는 특권과 전문성 없는 비례대표제도의 문제점이 맞물린 구태의 고질화된 악습이 현상화된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여야가 모두 특권 내려놓기와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지 않는 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시한폭탄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국회가 특권 내려 놓기와 17대부터 줄기차게 발의됐던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법안 처리, 유명무실한 윤리위의 외부 인사 영입으로 전문성 높이기, 비리·갑질 의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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