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최근 돌연 휴직계를 제출한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이미 중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총재직 사퇴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홍 부총재는 AIIB 내부 휴직 신청 절차를 마치고 이미 중국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홍 부총재는 현재 중국에 없다"라며 "사실상 사퇴하는 것으로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재가 한국에 왔는지, 혹은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있다. 정부에서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규정이 있긴 하지만 (휴직이 끝나는) 6개월 뒤에 어떻게 다시 AIIB에 복직할 수 있겠나"라며 홍 부총재의 휴직은 곧 사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홍 부총재가 사퇴할 경우 후임에 다시 한국인이 AIIB 부총재직에 선임되도록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AIIB 출범 시 37억달러(약 4조34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회원국이 됐다. AIIB는 분담금 액수에 따라 부총재 5명을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분담금 순위가 5위인데다 역내에서는 유일한 후원국의 입장이므로 한국인 부총재 몫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홍 부총재와 관련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홍 부총재의 휴직 논란은 "아주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국제기구의 중요 직책을 장기간 공석으로 두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홍 부총재의 휴직계 제출을 사임 의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정관계의 의견이다.

정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총재직을 맡을 수 있는 후임자 물색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AIIB 출범 과정에서 지분 확보와 고위직 진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온 데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인도 문제도 결부된 만큼 홍 부총재가 쉽게 자리에서 내려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홍 부총재의 휴직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이 논의된 청와대 '서별관회의'와 관련한 언론 인터뷰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며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재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출범 이후 첫 연차총회에도 불참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KDB산업은행 및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에 대한 한국 감사원의 지적이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중국 측에서 홍 부총재에 휴직을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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