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정권 대기업 국유화정책, 자본 해외탈출 등 온갖 부작용

   
▲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좌승희 박사의 창조경제 전략-마차경제에서 우주선경제로 창발할 수 있는 경제정책(3)

경제발전에 있어 기업의 역할

경제발전의 원리: 경제적 차별화원리
발전은 문화진화 현상으로서 성공노하우의 (무단)복제 전파 과정이다.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발전은 복잡경제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통한 창발과정이다.1+1=2이지만, 창발과정에선 1+1>2가 될 수 있다. 운송수단 변화과정을 보면 비약적인 창발현상을 알 수 있다. 근세이전의 마차에서 산업화 시대에 기차로, 이어 자동차로, 더 나아가 비행기와 우주선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복잡경제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움으로써 경제사회 구성원들을 스스로 돕는 자로 변신시키는 경제사회 진화의 추진 메커니즘이다. 시장은 경제적 차이, 차등, 차별을 만들어 냄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모두를 스스로 돕는 자로 변신시키는 차별자이다. 성공노하우의 복제전파를 가속화시키는 장치로서 발전의 기본 메커니즘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正)의 정보비용, 거래비용으로 인해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 혹은 무단복제에 직면하게 된다. 성과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보상을 결정하는데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은 차별적 동기부여자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한다. 시장은 발전을 일으키는데 실패할 수 있다. 이같은 성공노하우의 무단복제현상으로 인해 창발에 실패한다.

기업조직은 성과와 보상을 일치시켜 차별적 동기부여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이다. 기업은 시장의 차별화 실패의 보정장치로 등장한다. 조직 내의 자원을 명령에 의해 배분함으로써 정보비용 혹은 거래비용을 회피, 절약함으로써 시장보다 더 효율적으로 동기부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기업은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인이다. 자본주의 경제 발전은 유한책임주식회사제도하의 기업들의 성장 발전사와 같다.

그러나 기업들도 성공노하우의 무단복제에 직면한다. 시장은 높은 거래비용, 정보비용 때문에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흥하고, 강하게 성장하는 기업들은 그냥 양산되지 못한다. 여기서 발전은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한다.

시장의 차별화기능 실패를 보정하기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의 경제정책기능은 경제적 성과가 높은 주체를 우대하는 시장의 차별화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시장의 차별화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 강화하여야 한다.

몇 가지 명제
우리는 시장만의 힘으로 경제도약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발전은 시장, 기업, 정부 3자의 차별화노력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 없이 발전은 가능하지 않다.
정부의 경제적 차별화가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반대로 정부의 평등주의 정책은 경제를 정체시키는 충분조건이 된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기업에 대해 시장의 성과에 따른 사후승자 선택과 차별적 지원이 그 성공요인이다. 경제력집중과 집적은 발전의 정상적인 과정이다. 집적과 집중없이 경제적 발전은 없다.

일등 기업, 일등 경제, 일등 문명은 영원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기업은 높은 거래비용 경제활동의 집합으로 시장처럼 투명할 수 없다. 기업은 수직적 명령조직으로 기업경영은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성장과 경제발전과의 관계: 정보(거래)비용과 기업, 그리고 경제발전
기업이 새로운 소비시장(수요)을 개척해냄에 따라 시장의 영역은 확대된다. 기업이 생길수록 기업과 소비자(수요자)간의 거래가 활성화 된다. 그래서 기업이 시장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요소공급 기업과의 거래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시장의 영역은 더 확대 된다. 거래비용이 높다면 새로운 거래관행을 만들어 내면서 거래비용을 극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요소시장을 수직결합으로 내부화하면서 최종재 시장의 수요에 적응해 간다.

시장의 거래비용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최종재시장의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빠른 성장단계에서는 최종재 생산 증가에 따른 자산증가 효과가 수직적 분할에 따른 자산 감소효과를 능가할 가능성이 커 자산규모로 본 기업규모는 같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어느 방법으로 기업규모를 측정하든 기업의 규모는 전체 경제의 성장, 발전과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압축성장의 경험:
국내시장은 거래비용이 높고 해외 수출시장인 선진국시장은 거래비용이 낮은 상태에서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채택한 한국의 경우는 최종재 수출시장이 확대되면서 최종재생산이 늘어났다. 이 상황에서 생산량으로 평가한 기업의 규모가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거래비용이 높은 국내시장에서 요소시장을 수직 결합하는 과정에서 자산규모도 같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최종재 시장증가 효과와 요소시장 수직 결합 효과가 동시에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이것이 급속한 기업집단화(conglomeratization) 혹은 재벌의 성장을 가져왔다. 일본의 2차대전전의 자이바츠나 중국의 그룹들도 한국의 재벌과 같은 성장과정을 거쳤다.

성숙경제의 경험:
정보 및 거래비용의 하락으로 수직적 결합의 유인이 약화되고 최종재시장이 확대되면서 개별 독립기업들의 성장이 경제발전을 견인하게 된다. 소위 압축성장의 견인차였던 자이바츠나 재별형태의 집단화된 기업들이 보다 전문화된 기업들로 전환되거나 새로운 전문 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경제발전에 있어 기업의 역할 사례
영국에서 태동한 유한책임 주식회사제도는 산업혁명을 촉진시켰다.
1844년의 합작회사법(Joint-stock companies Act)과 1862년의 기업법(Companies Act)등은 영국에서 주식회사 설립 열풍을 일으켰다.
프랑스, 독일 등 후발국들의 산업정책은 사실상 기업육성정책이었다.

영국은 기업법을 통해 주식회사제도를 최초로 입법화했으나 사실상 자본주의적 대규모 주식회사는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영국은 섬나라 특유의 문화로 가족기업이 선호되는 경향이 강했다. 아담 스미스도 소규모 개인과 가족기업이 더 효율적임을 설파한 바 있다.

(중소) 기업육성으로 자이바츠의 성장을 유도한 일본의 명치유신 후 산업화성공 사례도 주목된다.
일본은 명치유신 후 정부기업의 창업과 매각을 통해 우수기업에 성장기회를 부여했다. 전후 우수 대기업중심의 산업육성과 수출진흥을 위한 종합상사제도 등을 통해 자이바츠의 형성을 촉진했다.

한국은 개발연대 시절 신상필벌의 원칙하에 (중소)기업육성을 통한 대기업형성과 산업화 도약을 이뤘다. 수출성과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유도와 우수기업육성 산업정책으로 대기업출현을 유도한 것이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論)에 기초한 기업육성전략으로 도약했다. 중국은 세계 500대 기업유치와 임대경영으로 국영기업의 성장을 유도했다. 싱가포르와 두바이는 세계일류 기업과 개인을 여러 가지 유인책으로 유치하여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북유럽 스웨덴은 세계 제일의 복지제도를 기업육성정책으로 지탱하고 있다. 스웨덴은 일인당 최대다수의 포춘 500대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파키스탄은 대기업국유화로 실패의 나락을 걸었다.

파키스칸경제가 실패한 것은 아버지 부토(파키스탄인민당, 1972~77년 집권)과 딸 부토(1988~90년, 93~96년 집권)의 연이은 대기업 국유화 정책으로 초래됐다.
파키스탄은 60년대까지 한국보다 더 탄탄한 성장을 구가했다.

아버지 부토총리(Zulfikar Ali Bhutto)는 1972년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경제민주화를 핵심정책으로 내걸고 22개의 가족기업집단을 포함 31개 대기업집단을 국유화했다. 74년에는 13개 은행을 국유화했다. 76년에는 심지어 중간상을 없앤다하여 2000개가 넘는 중소 농산물거래상까지 국유화했다.
아버지 부토는 집권 5년간 지속적인 기업국유화정책을 추진했다. 73년엔 헌법개정을 통해 국유화를 천명했다. 아버지 부토는 경제력집중 억제와 중소기업 보호,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국유화를 강행했다.

딸 부토총리(Benazir Bhutto)도 88~90년과 93~96년에 민영화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공기업 민영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경제는 악화하는 상황에서 지도층의 부패가 만연됐다. 딸 부토는 퇴진해야 했다.

현재의 수상인 나와즈 샤리프(Nawaz Sharif)는 파키스탄 제2의 대기업주로 두 번의 수상 재직(90~93년과 96~99년간)시  부토의 국유화정책을 되돌리려고 노력한 바 있다. 99년에 군부 출신 무샤라프의 쿠데타로 실각한 후 오랜 사우디아라비아 망명 후 2013년 6월에 세 번째 총리로 복귀했다.

현 파키스칸 정부는 자유 시장경제, 민간 기업육성정책을 추진중이다. 국유화정책의 후유증을 치유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유기업의 민영화도 추진해야 하는 등 적지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군부독재와 그 후의 정치불안 등으로 피폐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와 딸 부토시절의 성장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기업경영 환경으로 자본의 해외 탈출이 급증했다. 기업분할과 성장자제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회피했다. 국유화정책은 온갖 부작용을 발생시키며 파키스탄경제를 실패로 몰아간 셈이다.
 

          <남아시아와 한국의 미국대비 일인당소득(1950-95)>

   
 
           (자료: Nationalization in Pakistan, Wikipedia)


세계일류기업의 과다여부가 세계 일류경제의 척도가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포춘지의 세계 500대 기업, 1000대기업의 나라별 분포 순위와 일인당 소득 순위은 대부분 일치한다. 우리는 500대기업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반면, 중국과 대만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반기업적 분배 평등경제가 득세하면서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