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담 해소하지만 수요 불분명"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 중금리상품인 '사잇돌 대출'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 . 기존 서민금융상품과 은행권의 간극을 메워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한편 '대출수요'에 대해서는 이견도 따른다.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은행권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5일부터 9개 은행 6018개 지점 창구에서 연 6∼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 판매가 은행권 5000억원을 한도로 출시된다. 이에 따라 개인신용 4∼7등급자도 최대 2000만 원까지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소비자들에게 '고금리 아니면 저금리'의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했던 구조를 깨고 '사잇돌' 역할을 하는 상품이 출시된 것.

   
▲ 최종구 SGI서울보증사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왼쪽부터)이 지난 3월 2일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및 MOU체결' 현장에서 양해각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펜


이번 사잇돌 대출 판매에 참여하는 은행은 국민‧기업‧농협‧수협‧신한‧우리‧전북‧제주‧KEB하나 등 총 9개 은행이다. 이들은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대출상품의 위험분담구조를 만들었다. 9월 이후에는 경남‧광주‧대구‧부산 등 지방은행 4곳에서도 9월부터 상품이 추가로 출시된다.

이번 사잇돌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이 원금 전부를 보장하지만 지급 보험금이 보험료를 150% 초과 때는 은행이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또한 신용평가사(CB) 등급과는 별개로 서울보증보험의 중신용자 전용평가 모형에 따른 보증요율‧한도를 산출한 점도 특징이다.

사잇돌 대출의 주요 고객은 서민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기에는 소득이나 신용이 양호한 사람, 사회초년생, 연금수급자 등 상환능력은 있지만 은행 대출이 어려운 신용도 4∼7등급자들이다.

근로소득자(재직기간 6개월 이상)는 연소득이 2000만 원, 사업소득자와 연금수령자는 1200만 원 이상이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대출한도는 2000만 원이며, 거치기간 없이 최장 60개월 안에 원리금을 균등 상환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것도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대출금리를 보증보험료(연 1.81∼5.32%)와 은행 수취분을 합한 연 6∼10%대로 예상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사잇돌 대출로 '환승'도 할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 상품개발부 고왕림 과장은 사잇돌 대출에 대해 "은행 심사를 거쳐 신규자금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이미 고금리를 쓰고 있는 소비자라면 대환대출 처리도 가능하도록 지원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특히 대환대출 부분은 저축은행들에게는 '불청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기존 소비자들이 사잇돌 대출을 이용해 저축은행 빚을 갚고 은행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취지가 좋은 상품인 만큼 사잇돌 대출의 흥행을 바라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불안해 하는 분위기도 있다"면서 "사잇돌 5000억 원 시장이 전체 대출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은행권 내에서 '중금리 붐'이 일었을 경우 저축은행 업권 전체가 위축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사잇돌 대출' 출시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전혀 없지는 않다.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사잇돌 대출을 원하는 신용 4~7등급 소비자들의 수요가 존재하느냐는 것. 

각 시중은행들은 현재 대출을 받고 있는 주 고객들의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우리은행이 출시한 '위비대출' 판매액은 은행권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된다. 우리은행이 SGI서울보증의 보증지원을 통해 출시한 위비대출은 신용등급 7등급 이내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잇돌 대출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에 따르면 출시 1년을 맞고 있는 위비대출의 판매액은 현재 1220억 수준이다.

전체 대출액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새로 출시된 상품으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 관계자는 "위비대출 대출 한도가 1000만원임을 감안하면 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사잇돌 대출은 좀 더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한편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도가 돼서 추진된 프로젝트인 만큼 은행별로 상품에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경쟁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고 있다"며 "일종의 공익사업으로 이해하고 범국민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은행권에서 형성된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잇돌 대출이 출시되는 오는 5일 금융위원회 정은보 부위원장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객장을 현장 방문하는 행사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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