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향해 "총리 부하직원이냐…이장우 누가 저런사람 뽑았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5일 오전 본회의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상 초유의 대정부질문 파행이다.

이날 세 번째로 질문에 나선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질의 도중 이장우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벌인 언쟁이 여야 전체로 확대되면서다.

김동철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박근혜 정부의 주요공약 7가지 사항이 전부 파기됐다고 주장하며, 특히 대탕평 인사공약에 대해 "주요 기관장이나 장차관이 영남으로 편중돼 있다"며 '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했다.

황교안 총리가 "지역이나 대학, 성향이 아니라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역량 중심으로 하고 있다"거나 "저부터가 영남 사람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궤변'으로 치부한 뒤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 5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단상)이 자신과 맞은편에 앉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고성과 막말 섞인 언쟁을 벌였다./사진=미디어펜


이에 이은재 이장우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과하라'며 강력 항의하자 김 의원은 이은재 의원에게 "질문할테니 간섭하지 말란 말이야 말하고싶으면 나와서 하란 말이야"라며 여당 의원들을 싸잡아 "총리 부하직원들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특히 '어디다 반말을 하시냐'고 목소리를 높인 이장우 의원을 지목해 "대정부질문 하는데 가만히 있어라. 대전 시민들은, 하아 어떻게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나. 다음에 저런 사람은 제발 뽑지 말아달라"고 극렬 비난했고, 김순례 의원에게는 "공부좀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인신공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지역구민 비하발언까지 나오자 가만히 지켜보던 의원들까지 나서 격렬히 항의했다. 여당 의원들을 겨냥한 야당 의원들의 비난 목소리까지 섞이며 혼란 그 자체였다.

대전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빗발친 가운데 충청권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의원 개인한테는 할 수 있는데 유권자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이에 지지 않고 "유권자들이 본회의장에서 봤으면 저런 사람을 뽑았겠느냐"고 거듭 이 의원을 비난했다. 이 의원은 끊임없이 '사과하라'고 외쳤고, 양측 사이에선 반말 논란까지 일었다.

김 의원은 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위기를 만들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간섭하느냐"면서 "대전시민들게 물어보자. 이장우 의원이 잘 했는지, 이렇게 저질 국회의원들이랑 같이 국회의원 하는 게 창피해 죽겠다"고 여당 의원들을 싸잡아 깎아내리기도 했다.

   
▲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갈등을 거듭하자 결국 사회를 보고 있던 박주선 국회부의장(의장석)이 여야 원내지도부에 중재를 요청했다./사진=미디어펜


의장석에 앉아있던 같은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보다못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를 불러 중재에 나서면서 "동료의원 품위나 인격을 존중하고 경청 해 주시라. 동료의원 질의에 분위기가 과열됐는데 이는 용인할 수 있는 범위"라며 대정부 질문을 속개하려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용인할 수 없는 범위"라며 정회를 요구했다.

질문시간을 약 1분 남긴 시점 박주선 부의장의 주의를 받은 김 의원도 여당 의원들을 향해 "누가 먼저 도발했나. 나라가 이렇게 돼서 울화통이 터져 죽겠는데 질의를 방해하고 있다"며 "왜 (질문에) 간섭하느냐, 귀에 거슬려도 듣고 있어야 한다"고 계속해서 역정을 냈다.

혼란이 계속되자 박 부의장의 요청으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섰으나 결국 이날 오전 11시 37분쯤 본회의는 정회됐다.

박 부의장은 "대정부 질문이 파행돼 원활한 진행이 어렵게 됐다. 사회를 보는 입장에서 유감"이라고 정회를 선포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 파행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의원을 겨냥 "법제사법위원회에서든 어디서든 끼어들고 막말하는 데 유명한 대표적 국회의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내가 무슨 대전시민을 모독했나. 대전 시민이 모르고 저런 사람을 뽑았단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요구대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한편 기약없이 연기될 것 같았던 대정부질문은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등을 거쳐 이날 오후 2시30분쯤 속개됐다.

김 의원은 못 다한 질의를 이어가면서 "이유야 어찌됐든 저로 인해 본회의가 정회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 대전시민을 거론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도 유감"이라고 사과 대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동료의원 발언에 대해 그 내용이 아무리 귀에 거슬려도 야유 등으로 인해 발언이 방해돼선 안 된다"며 "오늘로서 그런 잘못된 관행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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