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구속영장을 6일 청구했다.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재임 기간인 2012∼2014년 해양플랜트·선박 사업 등에서 원가를 축소하거나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수법 등으로 총 5조4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3년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최근 누락된 비용과 손실충당금을 반영해 회계 수치를 수정하자 각각 7784억원, 7429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루마니아 현지 법인인 망갈리아 조선소 등 해외 지사나 법인에서도 분식회계가 벌어진 단서를 확보해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고 전 사장은 이런 회계조작을 통해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처럼 눈속임한 뒤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금융권에 수십조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도 조사됐다. 2013∼2014년 임직원에게 지급된 2000억여원의 성과급도 회계사기가 바탕이 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실무를 주도한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김모(61) 전 부사장을 지난달 25일 구속했다. 김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지시하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고 전 사장도 이달 4일 검찰에 출석해 다음 날 새벽까지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고 전 사장은 조사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회계사기에 대해선 "지시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 전 사장이 구속되면 특별수사단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두 번째로 대우조선 최고경영자(CEO) 출신 2명이 구속의 불명예를 안게 된다.
전임자인 남상태(66) 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새벽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남 전 사장은 일감을 몰아준 대학 동창의 업체 등에서 20억원대의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 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일감 수주 대가로 남 전 사장에게 14억여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으로 남 전 사장의 대학동창 정모(65)씨를 5일 구속기소했다.
고 전 사장의 구속 여부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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