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마두로의 '좌클릭'…경제민주화·사회적 경제 위험한 도박 경계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베네수엘라의 복지 포퓰리즘 어떻게 볼 것인가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는 국가자본주의 몰락의 필연적 귀결

베네수엘라의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몰락이 세계사적으로 주는 의미가 크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포퓰리즘 국가들 가운데 대표적인 나라로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뒤 소위 '21세기 사회주의’라고 하는 1990년대 유럽 사회주의 몰락 이후 새로운 사회주의를 실험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공산주의 몰락 이후 유럽에서 사그라진 사회주의를 도리어 남미에서 국가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재현하려한 시도이기에 그 의미는 지대했고, 국내의 진보(좌파) (사회)학자들의 연구 및 진조(좌파) 언론들의 집중적 보도로 세간의 핫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장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자본주의를 실현하는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차베스를 그리고 미국에 대적하는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로 베네수엘라를 높이 띄우고 숭앙했던 세력들의 자기반성은 아직 없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모델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 모습은 과거 1960~70년대 소련 및 동구권 공산주의를 찬양했던 사회주의, 공산주의 그룹들의 자기반성의 부재, 1970~80년대 국내에서 중국 모택동주의를 새로운 민족주의 모델로 숭앙했던 이영희류 진보(좌파) 집단의 반성의 부재와 같은 맥락이다.

2000년대 반미 국가자본주의의 대표국가로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은 국가로 1) 베네수엘라를 숭앙하고 차베스의 리더십을 영웅적 리더십으로 국내에 보도하여 젊은이들을 현혹했던 국내 진보(좌파) 언론과 학자들이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 이유는 국가의 개입에 의한 국가자본주의 경제나 사회주의 건설 모델과 이념의 오류를 문제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자본주의라는 실패한 모델을 끝까지 부여잡고 가는 '자칭’ 진보(좌파)의 모습은 너무나도 수구적이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의 국가실패가 주는 교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리한 복지 및 사회보장 지출에 의한 재정파탄은 결국 디폴트 사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둘째, 오래 지속된 노동자 중심의 노동정책은 고용 유연성 약화를 가져오고 그로인한 생산성 저하는 국제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셋째, 재정파탄이나 국제경쟁력 약화라는 경제실패의 기저에는 포퓰리즘에 의한 정치실패라는 대의 민주주의의 오작동(malfunction)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 국가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국영화, 특히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 Petroleos de Venezuela, S.A.)의 설립은 정치에는 부패, 경제에는 비효율 증대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사진=베네수엘라 국기


현재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에 쿠데타 임박설이 난무하는 혼돈의 상황으로 보도되고 있다. 차베스에 이은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의 수장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016년 5월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치적으로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계엄통치를 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원자재 부족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추는 기업에 대해서는 몰수와 기업주 체포를, 그리고 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한 군사훈련 실시를 발표했다.2)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올해 성장률을 –8%로 전망하고, 인플레는 700%로 예상하고 있다. 마치 국가 내전 상태에서나 가능한 경제상황이다. New York Times(NYT)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월평균 임금의 72%를 오직 음식을 구입하는데 쓰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전력 부족 타개를 위해 마두로 대통령은 여성의 헤어드라이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3) 
 
정치적으로 야당은 우고 차베스의 국가사회주의 정책과 반미, 석유의존 경제가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마두로 대통령 국민소환 투표청원을 위한 서명을 진행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적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야하지 않고 자리를 보전하고 있어 친위 쿠데타 또는 군부쿠데타를 유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포퓰리즘 독재, 석유독재(petro-dictatorship), 재정파탄, 국민분열, 기업파산, 대외 신인도 하락의 종합으로서의 국가실패(failure of state) 위기에 베네수엘라는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4) 

이러한 베네수엘라 국가실패 위기의 원인은 차베스의 포퓰리즘적 복지지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미 반미의 대표적인 국가로 명성을 높이고 싶었던 차베스의 삐뚤어진 정치적 허영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2007년 차베스는 카리브해 및 남미 17개 국가들에 연 1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 베네수엘라가 남미지역에 미국보다 더 많은 원조를 하고 있다고 – 자랑했었다.

국민의 약 3분의 1이 굶주리고 있음에도 단순히 남미의 반미 선도국이 되기 위해 남미 국가들에 원유 저가 수출, 도미니카 비행장 증설, 우루과이 병원 지원, 쿠바 지원 등 외국 원조에 국가 재정을 퍼부었다.5)  복지지출의 문제를 넘어 지도자의 외교적 자만심과 허영이 국가 재정을 추가적으로 거덜 낸 것이다. 

거기에 2005년에는 매사추세츠와 뉴욕 도심 빈민에게 그리고 2007~2008년에는 미국 내 인디언 원주민 마을에 1억 달러에 이르는 난방유 지원을 했었다. 이를 보도한 한 국내 신문은 “차베스의 (원유) 원조 중단에 따라, 미국 저소득층은 당장 올 겨울부터 혹독한 추위와 더 많은 난방비를 각오해야 할 형편이다.”라고 비아냥조의 보도를 했다. 6) 마치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빈곤층에 '산타’였는데 아쉽게도 올 해는 차베스가 도와주지 않아 미국 저소득층 전체가 추위에 떨어야 하는 것처럼 사실에 어긋난 과장 보도를 하였던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중반과 후반 당시의 진보(좌파) 언론계의 시각을 정확히 보여주는 기사이다. 베네수엘라가 3~4년 뒤에 어떤 상황에 몰릴 것인지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한 '치명적 자만’에 도취해 있었던 것이다. 이는 과거 1990년대 초 공산주의의 몰락을 예상하지 못한 진보(좌파)의 오판내지는 '치명적 자만’과 다르지 않고 또 자기반성도 후회도 없다는 것도 동일하다. 

   
▲ 지금의 한국이 배워야할 교훈은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적 분배와 허영에 가득한 차베스, 그리고 국가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인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식이 아니다./사진=도서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표지. 도서출판 '시대의창'


베네수엘라 국가실패 위기가 대한민국에 주는 교훈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차베스와 마두로라는 정치인의 '좌클릭’의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여·야 정치인들이 집권을 위한 '좌클릭’ 또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당한 개입이라며 주장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사회적 경제, 대기업 법인세 증세 고소득자 소득세 증세를 통한 경제 불평등 해소 등 정부 개입을 강화하여 사회주의로 행진하자는 주장은 종국에는 베네수엘라 국가사회주의의 몰락과 같은 길로 국가실패를 초래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정권을 잡고 싶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파멸로 이끄는 정책에 의한 정권 쟁취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둘째, 국영기업의 부작용을 명확히 직시해야 한다. 국가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국영화, 특히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 Petroleos de Venezuela, S.A.)의 설립은 정치에는 부패, 경제에는 비효율 증대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포퓰리즘 지도자(독재자)는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벌은 돈을 자신의 정권유지 또는 외교 허영심 만족, 그리고 국민들의 표를 매수하기 위해 복지지출이나 선심성 공약 이행에 사용하여 왔다. 그리고 정치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국영기업은 소비자와 주주를 위한 기업이 아니라 독재자, 정치인을 위한 기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 포항제철이나 한국전력 등 국영기업에 대해 정부가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국영화한다는 설명은 거짓이다. 결국은 대통령의 '금고(돈 주머니)’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진정 국민과 한국 경제를 위한다면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 등 국영기업, 공영기업, 그리고 대우조선 등 국책은행이 맡아 관리하는 국영기업들의 민영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아가 최근 유행하는 정부 지원의 '사회적 기업’도 더 이상 설립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한다면 더 이상 지속가능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의해서 완성됨을 깨달아야 한다. 주권이 국민에게 속하게 한 대의제 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는 '국민주권’(popular sovereignty)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표의 매입’(purchase of vote)라는 부정적 측면도 함께 한다. 이러한 '표의 매입’이라는 민주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은 내각제 개헌 등 어떠한 정치 제도의 도입으로도 극복에 가능하지 않다. 대의 민주주의에 내재된 모순이기 때문이다. 

   
▲ 유승민, 박원순 등 여야 정치인들은 집권을 위한 '좌클릭'에 힘쓰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사회적 경제, 불평등 해소 등은 정부 개입을 강화하여 사회주의로 가자는 말이다. 이는 결국 베네수엘라처럼 국가사회주의 몰락과 같은 길로 국가실패를 초래한다./사진=미디어펜


단, 성숙한 시민의식으로는 극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매달 모든 국민에게 월 30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내용의 스위스 헌법 개정안을 거절한 스위스의 수준 높은 민주주의는 시민의 높은 정치의식으로 포퓰리즘을 극복한 중요한 사례이다. 일괄적으로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복지 포퓰리즘이 미래 복지의 진정한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 스위스 시민의 높은 시민의식으로만 포퓰리즘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이 배워야할 교훈은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적 분배와 허영에 가득한 차베스, 그리고 국가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인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식이 아니다. 일괄 일정 금액 지급을 거부한 스위스 국민의 품격 있는 의식을 배워야 한다. 베네수엘라와 스위스의 차이는 국민의 차이다. 품격 있는 시민 의식만이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지극히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국가실패 위기에서 배워야 한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1)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엮음,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서울: 시대의창, 2005의 부제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였다.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의해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2005년이고 책이 간행된 것은 2005년 12월이다. 책이 3쇄나 간행되었음으로 당시 베네수엘라와 차베스에 대한 숭앙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은 - 저자가 아는 한 - 지금의 베네수엘라 마두로의 반민주 독재와 경제파탄에 대하여 아무런 반성도 회한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방송으로서는 2006년 2월 18일 “KBS 스페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 차베스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이강택 PD의 연출로 방영되었다. 당시 KBS 사장은 정연주씨였다. 당시 좌파진영은 2007년 6월 항쟁 20주년을 계기로 ’차베스 붐'을 대대적으로 일으켰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현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은 차베스를 높이 평가했고, 그의 반미 국가사회주의 정책을 본받아야 할 정책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지식인의 차베스 오판에 대한 비판으로는 김순덕, “차베스를 숭배한 이들은 말하라,” 『동아일보』, 2014년 3월 10일을 참고할 것.

2) 김덕한, “베네수엘라 비상사태 선포… 마두로 대통령 "조업 중단한 기업주 체포", 『조선일보』, 2016년 5월 16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16/2016051600122.html 접속일: 2016년 6월 28일.

3) 조일준, “비상사태 선포·쿠데타 임박설…위기의 베네수엘라,” 『한겨레』, 2016년 5월 15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743919.html 접속일: 2016년 6월 28일.

4) <표 1> 베네수엘라 경제 현황 조일준, “비상사태 선포·쿠데타 임박설…위기의 베네수엘라,” 『한겨레』, 2016년 5월 15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743919.html 접속일: 2016년 6월 28일.

5) 류종권, “차베스 “베네수엘라 남미 원조 규모 미국보다 많아,”” 『연합뉴스』, 2007년 3월 16일. 

6) 류이근, “'내 코가 석자’ 차베스 “미 빈곤층 지원 중단“”, 『한겨레』, 2009년 1월 7일.


(이 글은 자유경제원 '현안해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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