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단타와 먹튀' 유동성 장세 근절책 마련 시급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물폭탄 속 장마에도 불구, 수도권 분양시장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중도금 대출규제와 떳다방 단속 등 정부의 잇따른 분양시장 투기화 방지대책의 실효성이 무색해지는 과열로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주 분양에 들어간 서울 흑석동 재개발사업인 흑석뉴타운 '아크로 리버하임'을 비롯해 '고양 향동 계룡 리슈빌'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 등 서울지역 재개발과 수도권 택지지구 분양단지에서  5만여명에 육박하는 청약자가 쇄도, 단지별로 올해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갱신했다.
   
▲ 올해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보다 더 뜨거운 흑석뉴타운.대림산업의 '흑석뉴타운 아크로 리버하임'은 평균 89.54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올해 서울을 포함, 수도권에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대림산업 아크로 리버하임 조감도.

대림산업의 '흑석 아크로리버하임'과 호반건설의 '미사강변 써밋플레이스'는 1순위 일반청약 결과, 평균 90 대 1과 54 대 1로 각각 올해 수도권 최고 경쟁률과 신도시 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갱신했다.

이들 단지는 특별청약에서도 다자녀와 신혼부부 등 무주택 특별공급청약자들이 쇄도, 일반분양에서 앞서 특별공급분이 모두 매진됐다.

@집단대출 비웃듯 수도권 분양시장 '후끈'

이들 단지는 국토부가 재건축과 재개발 등 분양시장 투기화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맞물려 분양한 곳이다. 

6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크로 리버하임'은 287가구 모집에 2만5698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89.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호반건설의 미시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는 청약자만 3만명에 육박했다. 같은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이 단지는 737가구 모집에 2만5422명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평균 54.0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두 단지 모두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에서 100% 소진률을 보이면서 흥행이 예고된 바 있다. 

택지지구 지정 10년만에 첫 분양한 고양 향동지구 '계룡 리슈빌'은 실수요자 청약자들이 몰려들었다. 총 770가구 모집에 6228명이 몰리면서 평균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 열기는 지방에서도 이어졌다. 

@세종시도  핫플레이스

지난달 30일 여수 웅천택지지구에 분양한 한화건설의 '여수 웅천 꿈에그린' 단지는 1900가구 대규모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1만6000여명의 청약자가 나오면서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일 세종시에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신동아건설의 '신동아파밀리에4차'는 현재 8일 1순위 청약을 앞둔 가운데 세종시 내 역대 최고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부터 세종시 1순위 청약자격요건이 완화되면서 전국에서 청약통장이 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고 100대 1 수준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분양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분양시장 과열양상에 대한 긴급진단으로 '중도금 집단대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규제를 강화해 1일부터 이를 적용했다. 

이번 중도금 집다대출 규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가 1인당 2건 이하, 보증 금액은 지방의 경우 3억원, 수도권은 6억원 이하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9억원 이상 주택은 중도금 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를 비웃기라도하듯 전국에서 청약열풍이 거세다. 

   
▲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와 '고양 향동 계룡 리슈빌'이 지난주 수도권 1순위 청약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사진은 호반 써밋플레이스(왼쪽)와 계룡리슈빌 조감도.

정부의 분양시장 규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가 제한한 가격에 해당하는 실제 분양단지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먼저 9억원 이상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제외에 적용되는 단지는 강남 재건축 일부단지에 한정돼 있다는 의견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9억원대 주택분양이라면 강남 재건축 시장을 제외하고는 드물기 때문에 이외의 분양시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없는 중도금 대출 '헛발질"
이어 "중도금 대출 규제로 인해 분양단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청약자가 몰리게 되는 지역의 분양단지의 경우 집값상승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약시장의 거품현상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출 보증건수를 1인당 2건 이하로 제한하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의 건전성은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인근 수도권 분양단지의 경우에도 이번 중도금 대출 규제가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지난주 분양에 들어간 향동 계룡리슈빌이나 미사강변 호반 써밋플레이스는 정부가 설정한 6억원대 이하 대출 아파트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향동 계룡 리슈빌의 경우 전용 74~84㎡의 4억원 안팎이다.호반 써밋플레이스 역시 전용 99㎡가 5억3000만~5억4000만원에 분양돼 중도금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방에 분양한 여수 웅천 꿈에그린과 세종 신동아파밀리에4차도 지방 아파트 중도금 대출 3억원 이하를 적용받아도 큰 부담 없이 분양이 가능하다. 

@"제로금리에 '단타와 먹튀' 유동장화" 시장 혼란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분양시장 과열화 방지대책이 실효성없는 헛발질이라며 강도높은 보완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과열된 분양시장에 시그널을 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파급력이 미약하다"며 "강남권 분양시장 투기세력에 한정된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과열 분양시장은 국지적이나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며 "내수를 부양해야 하는 정부의 속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상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효율적인 정책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도 부동산박사회 회장은 "경기 위축에 초저금리에서 풍부한 유동성의 부동산시장 유입은 불가피하다"며 "분양권 전매나 당첨권 양도 등으로 단기 차익을 겨냥한 뭉치돈 투자세력을 차단하는 장치가 서둘러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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