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대표발의…농축수산물 규제 완화·제외 위주 안들과 차별화
"특혜논란 불식…원안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제정법도 낼 것"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법 적용을 공직자만 받도록 하고, 국회의원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7일 발의됐다.

농축수산물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선물가액 기준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그동안의 개정안들과는 차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김영란법 현 시행령에 대해 ▲15가지 부정청탁 유형 관련 국회의원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영란법이 그동안 끊임없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9월28일 시행 예정인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발맞춰 내놓은 것이다.

   
▲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이 7일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강효상 의원은 법안 발의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김영란법은 공직자 사회의 불의를 시정하고 부패를 청산하자는 원안의 취지가 반영되지 못한 채 가결됐다"며 "결국 원안과 거리가 멀어져 누더기법,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데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김영란법에 대해 우선 "현행법 제5조 1항은 15가지의 부정청탁의 유형을, 5조 2항엔 7가지 예외 규정들을 열거하고 있다. 2항 3호는 선출직공직자(국회의원 등),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등 행위'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조항때문에 마치 선출직공직자들은 부정청탁과 관련 특혜를 받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현행법에 '공익적 목적'이란 단서가 있지만 구체적 상황에선 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 조항을 삭제해 선출직들도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김영란법에 적용받도록 해 악용될 소지를 원천 차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19대 국회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원안에도 없고 공직자로 보기도 어려운 22만5000여명의 사립학교 교원과 9만여명의 언론인을 공직자로 포함시켰다"며 "사회통념상 공무원으로 볼 수 없는 이들까지 대상자에 포함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면 변호사나 의사, 시민단체도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법 적용범위를 정함으로서 형평성을 상실했다. 그 결과 시행 전부터 위헌적인 법률이란 오명이 씌워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되기에 이르렀다"면서 "저는 공직자의 범위를 원안대로 재정비해 이 법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제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이와 함께 "특히 법 원안에서 송두리째 빠진 공직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익과 사익간 충돌상황에 대한 관리절차를 규정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담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행 김영란법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다.

국회의원 예외조항 삭제에 대해선 "불필요한 예외조항을 만듦으로서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특혜를 받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때문"이라며 "정당하고 순수한 공익적 목적이라면 민원이든 어떤 법률제안이든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과정에 대해서도 "(당시) 정무위원회 속기록 내용을 보면, 저는 충분히 논의가 됐다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시간과 여론에 쫓겨 밀실에서 급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불완전한 법이 제정됐다. 그때 법사위원장 이상민 의원도 '정말 불완전한 법이다'(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젠 어느 식당에 가서 얼마를 먹는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언론인들이 자유로운 취재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그건 정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김영란법이) 시대의 조류에도 맞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고 언론의 자유 침해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 야당이 일단 시행을 해보자고 하고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이 법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여론에 따르다 보면 상당히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사후약방문 하기 전에 우리 지식인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정안 공동발의에는 같은당 5선의 심재철 의원, 3선의 강석호 의원을 비롯해 김규환 김상훈 김순례 김현아 문진국 박대출 송희경 신보라 윤상직 이은권 이은재 이현재 임이자 전희경 정유섭 정태옥 조훈현 추경호 최교일 의원 등 21명이 참여했다.

강 의원은 "시간관계상 모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진 못했지만 법안 취지를 들은 분들 절반 이상이 공감의 뜻을 표했다"며 "당 차원의 특권내려놓기는 아니지만 제 소신으로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좋다면 이걸 받아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