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종편이 출범할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은 기대가 컸다. 공영방송을 포함 기존 언론에 실망하고 진저리 치던 시간이 끝나나 싶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MBC PD수첩 광우병 편이나 KBS 이승만 허위보도와 같은 보도 시사프로그램에 때마다 된통 당했던 만큼 정상적인, 상식적인 언론이 절실했다. 소위 보수 성향 신문이 만드는 방송이니 조선·동아·중앙·매경 종편은, 지상파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도 언제든지 사실과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5년이 훌쩍 지난 지금 종편 모습은 우리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다르게 가고 있다. 공영방송을 향했던 손가락질은 어느덧 종편으로 향했고, 편파·허위·선동 보도는 때로 공영방송을 찜 쪄 먹는 수준이 됐다. 어느새 질 나쁜 타락 언론사 대명사처럼 이미지가 굳어졌다. 시청률에 목맨 저질상업주의가 판치고 때로는 좌파신문이나 하던 왜곡보도 짓까지 골고루 했다. 종편은 공영방송의 대안이 아니라 언론타락, 사회타락을 더 부추기는 막장이 돼 가고 있다.
그 중 선두에 선 것은 누가 뭐래도 JTBC다. 소위 보수신문 계열 종편사들이 저질 상업주의에 치중한다면 JTBC는 정치사회적인 이슈에서 과거 공영방송 뉴스가 하던 편파는 저리 가라할 정도로 완벽한 편향성을 자랑한다. 아예 적과 아군, 선과 악을 정한 이분법으로 한쪽 프레임과 콘셉트로 뉴스를 만든다. 이건 시민단체가 일찌감치 지적했던 얘기다. 4월 총선 시민단체 모니터링 결과가 이미 증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KBS 김시곤 녹취록 사건을 다루는 뉴스룸 행태는 어떤가. 기가 막힌다. 뉴스룸은 30일 첫 보도를 한 이후 5일까지 약 열 꼭지로 관련된 뉴스를 방송했다. 거의 전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을 사실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형식이다. 정부여당과 이정현의 입장이나 주장은 뭉개고 뉴스룸이 직접 "당신은 악당이야" 반박하고 심판이라도 하려는 듯 몰아붙인다. 요컨대 이정현은 외압을 넣은 악당, 불의로 묘사하고 이번 사태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여론선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
|
|
▲ 이정현(사진) 녹취록 파문에 대한 종편의 시각은 선동하는 JTBC와 침묵하는 동조자 TV조선·채널A로 대별된다. 한편에서는 사회불안만감을 조장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방관한다. 불편한 종편의 존재 의미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사진=연합뉴스 |
선동하는 JTBC 침묵의 동조자 TV조선 채널A
뉴스룸이 취재하고 인용하는 대상이나 언론사도 하나 같이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미디어오늘과 같은 편파 단체, 편파 언론이다. 반대쪽 의견은 무시당하고 시청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정현이 김시곤에 전화를 건 그때, 구조나 사태 수습보다 해경과 정부 때려잡는데 더 혈안이었던 KBS 보도는 상식이었나.
일방적인 기사로 정부부터 패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고 사태수습부터 하자는 홍보수석의 부탁이 진실은폐가 될 수 있나. "세월호에 탑승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가는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습니다"라는 민언련 사무처장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메인뉴스에서 그대로 방송하는 수준이 JTBC다. 보도개입이 단순 의혹이 아니다, 녹취록이 나왔으니 이번엔 그대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식으로, 선동 의도가 가득한 코멘트가 진행자 기자 할 것 없이 이들 입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지경인데도 누구하나 제대로 지적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소위 보수언론이 세운 종편사들의 현실은 어떤가. 많은 국민이 애초 종편에 기대했던 것은 이거였다. JTBC처럼 일방적으로 선동하는 뉴스나 좌편향으로 치우친 언론사들이 범람하면서 사실과 진실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우니 종편만이라도 똑바로 보도해달라는 것이다. 정부여당 비판을 자제하라는 유치한 얘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여야 할 것 없이 치부를 공정하게 보도하면서도, 좌편향 언론들이 어떤 목적으로 일정한 방향의 여론공작을 벌이면 사실보도 진실 보도해달라는 기대였다.
김시곤 녹취록 보도가 딱 그 경우인데 TV조선 채널A와 같은 종편들의 태도는 어떤가. 이들 종편사 메인 뉴스들은 필자가 살펴 본 5일까지 팩트 위주 녹취록 공개 사실을 보도한 이후 어떤 보도도 하지 않고 있다. 아예 언급도 않는다. 이건 비겁한 것 아닌가.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만 보도하면 언론의 할 일을 다 하는 것인가. 무엇이 사실인지 어느 쪽 주장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지 시청자에게 판단할 정보를 줘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
괴물이 돼가는 종편 이대로 방치할 건가
TV조선이나 채널A와 같은 종편들은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여론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김시곤 녹취록 선동세력에 침묵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들이 쏟아지고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들이 난무해도 어떤 반대 논리나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보도하지 않고 있다. 아예 뭉개고 침묵함으로써 여론공작 세력을 사실상 돕고 있는 꼴이다.
세월호 참사는 누구도 예상 못한 사고였다. 세월호 사고 자체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론이 그런 참사가 벌어졌는데 한쪽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무분별하게 보도하고 있다면, 홍보수석이 연락해 협조를 요청하고 항의할 수 있다. 언론이 거짓보도를 하든 말든 가만히 놔두는 게 홍보수석의 역할인가. 그럴 때 항의하고 제대로 보도해 달라 협조를 구하는 것이 홍보수석의 역할이고 그게 바로 통상업무인 것이다. 백번 양보해 이정현의 어투나 화법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녹취록 속 이정현 발언 취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필자는 이번 녹취록 사건이야말로 야당과 언론노조 세력의 전형적인 여론공작, 정치공작이라고 판단한다. 이정현 의원이나 정부와 여당이 통상업무라 했다고 공영방송사에 수시로 외압을 넣어 보도통제 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여론 몰이하는 것 자체가 그 증거다. 그들이 하나같이 청문회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따위의 주문을 앵무새처럼 외우는 것이 그 증거다.
종편은 이런 언론공작이 벌어지고 있는 데도 JTBC처럼 앞장 서 그들과 한편처럼 주도하거나 아니면 비겁한 침묵만 지키고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JTBC·TV조선·채널A·MBN 종편은 이제 국민을 위협하는 일종의 사회적 흉기가 돼 버렸다.
사실과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여론공작의 도구로 이용되고, 허위 왜곡 보도로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데 역할을 하는 방송이라면 없는 것이 차라리 낫다. 종편이 실제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좌편향 집단의 왜곡된 조사가 아니라 국민 편의 상식적 감시가 너무 부족하다. 모두가 손 놓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종편은 나날이 더 괴물이 돼 갈 것이다./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