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일전에 A모 교수는 학술발표 대회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을 실천하려면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중·장기적으로 1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는 현행 세율보다 5%포인트 인상이 필요한 근거로 복지재정을 위해 2%포인트와 통일재원을 위해 3%포인트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교수는 나름대로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그렇게 추정했을 것이다.

또한 B모 전 국회의원도 작년에 여·야 대선 주자들의 복지 공약을 실행하려면 부가세율을 10%에서 12%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음에서는 ‘다른’ 시각에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세율이 ‘15% 정도’로 인상되어야 하는 경우를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영국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영국은 1973년에 부가가치세(Value Added Tax; VAT)를 도입하였다. 부가가치세는 일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부과되며, 물품에 따라 표준세율(standard rate), 감면세율(reduced rate), 영세율(zero rate)이 적용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에는 8%의 표준세율을 적용하다가 그 후 15%로 인상하였고, 1992년부터 현재까지 17.5%의 표준세율을 적용해 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저명 수학자인 존 바로우(John D. Barrow) 교수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우 교수는 수학의 관점에서 17.5%의 부가가치세율을 해석해 보았다. 17.5%의 세율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 의미 없는 하나의 숫자로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수학자인 바로우 교수의 눈에 비친 17.5%는 신기하게도 영국의 납세자들이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액을 “암산하기 편리하게” 고안된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우 교수는 영국의 부가가치세율인 17.5%의 세율을 다음과 같이 해부(解剖)해 보았다:

   17.5% = 10% + 5% + 2.5%

이러한 분해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람들은 누구나 상품가격의 10%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수점을 왼쪽으로 한 칸만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10%의 절반(=5%)을 암산하고, 다시 5%의 절반(=2.5%)을 암산하면 17.5%에 해당하는 최종 부가가치세액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어느 소비자가 80파운드짜리 양복을 사고 부가가치세액을 계산하는 과정을 보면 8파운드(=10%)+4파운드(=5%)+2파운드(=2.5%)의 순으로 계산하면 총 14파운드의 부가가치세액을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분해는 다름 아닌 다음의 단순한 ‘등비급수’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다음의 괄호 속의 항들이 매번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10%(1 + 1/2 + 1/4) = 10% × 7/4 = 17.5%

만약 영국 정부가 가까운 장래에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기로 한다면 얼마나 될까? 바로우의 ‘절반암산’ 공식에 따르면 영국의 장래 부가가치세율은 18.75%가 될 것이다:

     18.75% = 10% + 5% + 2.5% + 1.25%

즉, 미래의 부가가치세율은 2.5%의 절반(=1.25%)만큼 인상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 결과 영국의 미래 부가가치세율은 18.75%가 될 것이다. 어느 신사가 80파운드짜리 양복을 사는 경우 부가가치세액은 이제 8파운드(=10%)+4파운드(=5%)+2파운드(=2.5%)+1파운드(=1.25%)로 총 15파운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부가가치세율을 20%로 인상하였다.
마지막으로, ‘절반암산’ 공식을 이용하면 영국의 무한한 미래의 부가가치세율도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10% + 5% + 2.5% + 1.25% + 0.625% + 0.3125% + 0.15625% + · · ·
   = 10%(1 + 1/2 + 1/4 + 1/8 + 1/16 + 1/32 + · · · ) = 10% × 2 = 20%

여기서 괄호 속의 첫 항을 제외한 나머지 항들의 합은 무한 등비급수의 공식을 이용하면 1이 된다: 1/2 + 1/4 + 1/8 + 1/16 + 1/32 + · · · = 1 (무한 등비급수를 계산하는 공식은 [초항/{1-(공비)}] = [1/{1-(1/2)}]임). 따라서 위 식에서 괄호 속의 무한급수의 합(=[1/{1-(1/2)}])은 2가 된다. 그러므로 바로우 교수의 계산법에 따르면 영국의 무한 미래의 부가가치세율은 20%가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다음 그림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10%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조만간 부가가치세를 인상한다면 얼마나 되어야 할까? 바로우 교수의 ‘절반암산' 공식을 이용한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5%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10%에서 시작하여 10%의 절반(=5%)만큼 올려야 한다:

       10% + 5% = 15% !

예를 들면, 100,000원짜리 옷을 사는 소비자는 바로우 교수의 암산공식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15%에 해당되는 부가가치세액(=15,000원)을 쉽게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40,000원짜리 옷을 사는 소비자의 경우 부가가치세액(=21,000원)을 암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때 바로우 교수의 암산공식을 사용하면 14,000원(=10%)+7,000원(=5%)=21,000원(=15%)이 계산된다. 즉, 14,000원에서 출발하여 그것의 ‘절반’인 7,000원을 더하면 된다.
 

아무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수학자의 눈에 비친 부가가치세율의 해부를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정부가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부가가치세액 계산과정을 ‘편리하게’ 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한번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납세액의 간편한 계산은 납세자의 편의(便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납세자의 ‘편의성’(convenience)은 아담 스미스(A. Smith)가 제안한 4대 조세원칙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참고로 아담 스미스가 제안한 4대 조세원칙은 ‘공평성, 확실성, 편의성, 경제성’ 등이다). /이성규 국립안동대학교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