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시중은행 등 금융권을 상대로 2,80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를 벌인 것과 관련 해당 은행에 지급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은 "보증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대출사기는 현재 KT ENS와 해당 금융사가 모두 책임을 미루고 있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만약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KT ENS와 금융사, 증권사 3자간 책임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대출 사기를 당한 하나은행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에 각각 275억원, 100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납품 업체가 원청업체에게 물품을 납품한 뒤 구매 대금이 입금되기 전에 미리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고 이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이번 사건에서 KT ENS 김모(51)부장은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어줬다. 협력업체는 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로부터 2,800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특히 피해규모가 1,600억원으로 가장 큰 하나은행의 경우 사전에 사기성 대출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또 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증권사 등 보증기관을 뒀지만 이들 증권사는 "담보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의 담보가 가짜이기 때문에 지급보증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KT ENS 직원 등이 매출채권을 위조하고, 은행 측은 해당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간의 문제"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친 결과 담보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지급보증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를 입은 시중은행들은 "대출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심사에도 문제가 없다”며 KT ENS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KT ENS 측도 "금융사에서 주장하는 매출 채권을 발생시킨 적이 없으며 지급 보증한 사실도 없다"며 책임을 질 까닭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