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정책이 '이성 대 이성'으로 홍보 못할 지경인가"
이준식 부총리에 "부처 대언론 정책 점검해 보고하라" 촉구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특정 언론사 기자들과 술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개인의 행태만에 대한 지적을 넘어, 교육부 공무원과 언론 간 이뤄지는 '술자리 정책 홍보' 관행을 강력 질타했다.

전희경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향욱 기획관에게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발언 내용은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며 "신분제 공고화니, 국민을 영화에 나오는, 차마 입으로 옮기기도 민망한 (것에 비유한) 발언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수차례 해명을 거듭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나 기획관은 "정말 추호도 기사에서 나온 것과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꿈에도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 "정말 여러 말씀 드릴 필요 없이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깊이 깊이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사죄했다.

   
▲ 언론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발언이 취중이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국민들을 향해 사과했다./사진=미디어펜

전 의원은 문제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도 불러 "언론인들과 정책 홍보나 여타 이유를 갖고 교육부에서 이런 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나. 이렇게 너무 취해서 발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식으로 흘러가는 자리들이 정말로 비일비재한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이 뚜렷하게 부인하지 못하자, 전 의원은 언성을 높여 "그렇게 술을 마시고 밥먹고 해야지만 정책홍보가 되는 것이냐. 대한민국 교육정책이 그런 자리를 통해 홍보해야할 만큼 자랑스럽지 못하고 '이성 대 이성'으론 홍보가 어려운 지경이냐"고 연신 다그쳤다.

전 의원은 거듭 "어떻게 고위공무원, 홍보를 총괄하는 대변인, 언론사 이렇게 한 식사자리가 말 그대로 밥먹고 정책홍보하는 자리 수준을 넘어 어떻게 이런 식으로 국민들 들으시기에 이렇게 참담한 막말이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가 흘러가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리가 비단 이번 뿐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다른 자리에서 국민들이 들으실 때 더 심각한 내용을 언론과 교육부에서 유야무야 덮고 넘어간 게 많다면 그 부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그것도 사회부총리가 계신 기관인데 정책홍보는 그 분야에서 가장 교육적으로, 이성적으로 깨끗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홍보라는, 정책설명이란 이름으로 이런 자리가 일어나고 불미스런 일이 터져 이렇게 국민들을 실망시킬 수가 있느냐"며 "이게 다 교육정책들이 거론되면서 일어나고, 기사화되면 어떻게 정책에 대한 신뢰가 쌓이겠느냐"고 거듭 질타했다.

   
▲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전 의원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도 "교육부에서도 이런 식의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사적인 자리인지 공적인 자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흘러가고 있단 걸 아셨나"고 질문했다.

이 부총리는 "대체적으로 홍보의 연장선상에서 그런 모임들이 있는 건 안다"며 "이번 모임에선 아마 그런 공식적인 홍보 자리에서 사적인 논쟁으로 비화돼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전 의원은 "교육부에서 앞으로 이런 참담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다고 장관이 보장할 수 있겠나. 이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부처가 어떻게 정책을 홍보하는가, 언론을 어떻게 상대하는가, 어떤 목적을 갖고 어느 선까지 상대하는 가에 대해 전혀 매뉴얼이 없든가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자리를 가지면 회의록을 작성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부총리는 "보통 그런 게 회의록으로 기록되는 건 아니고, 간부회의 때 언론계 동향에 대한 조언은 제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장관이 책임지고 확실하게 끝을 매듭짓길 당부한다"며 "또 한가지 지금 정책홍보라는 이름으로 지금 부처에서 어떤 식으로 언론을 상대하고 있는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꼭 총체적인 점검을 해서 국회에 보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