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대미관계 고려는 옛날생각…김종인 당 관리나 해야"
민평련 13일 회견서 "사드 원점재검토 안하면 예산반영 안할 것"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론자들이 '사드배치 결정 과정엔 문제가 있으나, 그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신중론을 취하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집단 반발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전날(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 간담회에선 70명의 참석 의원 중 24명이 발언에 나서 대다수가 '사드배치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 주류인 친노계의 반발이 두드러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경협 의원은 "북한 미사일 막으려다가 이젠 러시아나 중국의 미사일까지 걱정할 판국"이라며 사드배치를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설훈 의원은 김 대표를 직접 겨냥한 비난성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사드 문제에 관한 본인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참 낡은 생각"이라며 "미국과의 경제관계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듯한데 그것은 1990년대까지 경제 상황이라고 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옛날 생각에 젖어있는 듯하다"고 질타했다.

설 의원은 또 "당 대표라 하지만 비대위원장이다. 당 대표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고 비대위원장은 당 관리에 머물러야 한다"며 "비대위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의원들이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8·2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친노계 추미애·송영길 의원도 모두 사드에 반대하고 있다. 송 의원은 13일 오전 TBS라디오에 출연해 "(사드를 미국이) 대한민국에 팔아먹은 것"이라며 사드 무용론을 제기, "군사주권이란 표현도 적반하장"이라고 사드 반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지도부가) 어찌됐건 제1야당이니까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분위기 같은데, 이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사실상 사드 반대 당론 확정을 종용했다.

집단행동도 가시화됐다. 친노 운동권성향으로 당내 최대 계파 중 하나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의원 일동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결사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의장인 설 의원을 비롯해 홍익표 유승희 우원식 등 17명은 성명서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사드배치를 '원점 재검토'하라며 ▲사드 배치의 공감대 형성 및 효용성 검토 ▲타당성 점검을 위한 청문회 개최 ▲중국·러시아와의 대북공조 대응책 검토 등을 요구하고, 이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 사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종인 지도부' 자체에 대한 반감도 여기저기서 표출되고 있다. 당내 한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 "자기 혼자 그냥 떠든 거지. 따라갈 의원들도 없다"며 "스타일이 올드하다. 과거식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새로운 리더십은 권위적으로 '따라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현대 스타일에는 안 맞는 스타일"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의원은 "당의 지도부를 구성한 분들은 이 문제에 책임 분명히 있다"면서 "이제 와서 이렇게 우왕좌왕한 것 자체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소홀히 다뤄온 우리 당의 취약한 구조가 드러났다"며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반성해야할 부분은 퍼포먼스만 했지 내실 있게 준비를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과도체제가 길어지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과도체제 하에서 김 대표가 여러가지를 했지만 이는 정상체제에서 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토대를 마련하고 새 체제를 출범하게 해야 하는데 과도체제가 길어지면서 이런 부작용이 있는 듯하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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