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 토크콘서트…오정근 교수 주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기초 선택적 복지 추구에 공감대
김종석, 격차보다 '빈곤'해소 역점…전희경 "시장경제 수식어 불필요"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은 최근 경제문제와 결부돼 자주 거론되는 '포용적(Inclusive)'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자유시장경제를 기초로 한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차원에서 13일 오후 국회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를 주제로 한 이날 토크콘서트는 외부 영입인사인 오정근 혁신비상대책위원(현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이 '포용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당 정책위가 마련했다. 행사 사회는 임윤선 혁신비대위원이 맡았다.

비대위 내 경제·민생 제2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정근 비대위원은 개회사에서 미국 MIT대 에이스모글루 교수와 하버드대 로빈슨 교수가 2012년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내용 일부를 인용해 '포용적 시장경제' 개념을 소개했다.

오 위원은 "이 역저에서 '포용적 경제제도'가 창조하는 '포용적 시장경제'가 성장과 번영을 가져온다고 역설하고 있다"며 "포용적 경제제도란 사유재산권, 법치, 공정경쟁, 창업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경제활동 참여가 허용되고 권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헌 1조에서)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 새누리당의 경제적 비전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본다"며 "이런 관점에서 부득이하게 따라오지 못하는 취약계층도 사회안정망을 통해 보호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포용적 시장경제가 필요하다"고 제안 취지를 밝혔다.

   
▲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뒤이어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과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 인사가 축사를 했다.

김희옥 위원장은 최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원인을 ▲영국 보수당 내 권력경쟁과 ▲영국사회의 부의 양극화 심화로 규정하고 "사회통합과 양극화의 극복이 중요하다"면서 "포용적 시장경제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져 당이 설득력 있는 국가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광림 의장은 "(당내) 일자리 특위다, 민생특위다, 청년특위다, 미래특위다 만들었지만 기본적인 기제를 다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에 대해 마음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오 위원이 시장경제 모든 주체, 5000만 국민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갖고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포용적 시장경제라고 답을 주셔서 '아 이거다' 싶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특히 "복지는 보편은 좋고 선택은 나쁘다고 해 난감하다"며 "시장경제도 성장 후 나눠주는 건 나쁘고, 포용적 시장경제라 하면 참 좋아보인다. 그런데 포용적 시장경제를 한다는 사람들의 방법론은 '골고루 나눠가지기'가 주된 내용"이라면서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경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계와 방향, 국민 모두의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포용적인 토론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유주의 성향 인사로 이날 발제를 맡은 복거일 작가는 새누리당 정체성을 주제로 "어느 사회에나 '정설'이 있다. 정설은 사회가 이뤄지고 움직이는 과정의 근본원리로 작용하는 이념을 뜻한다"며 "정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수 세력이라고 부른다"고 운을 뗐다.

복 작가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정설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존하고 수호하는 것이 당 정체성"이라며 "시장경제와 경제적 자유주의(Economic Liberalism)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 핵심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를 겨냥 "헌법에 들어있는 개념이지만 정설인 시장경제에 어긋난다. 본질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세계관에서 나왔고, 그것을 처음 쓴 19세기 영국 사회주의자들은 '부의 평등'을 뜻했다"며 '정체성 훼손' 사례로 지적했다.

   
▲ 13일 국회에서 열린 '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서 복거일 사회평론가 겸 작가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특히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이처럼 민주적인 시장경제를 다시 '민주화'하면 결국 사회주의 체제에 가까워진다"며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김종인 선생이 우여곡절 끝에 시장경제에 비우호적인 야당 대표가 돼 정책 근간으로 삼은 것은 이 점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4·13 총선의 패배와 총선 이후 오랜 기간 불거진 복당 논란 역시 '정체성의 망각과 논의 부재'의 결과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수한 이념과 체제"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당 정체성으로 확고히 할 것을 당부했다.

복 작가의 발제 이후 6명의 토론자가 발언을 이어갔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상을 상징하는 드레스 코드를 선보인 이들은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첫 토론자인 오 위원은 앞서 강조한 포용적 시장경제에 대해 "최근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세금을 걷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포용적'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모든 국민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개념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지금 개헌을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가 커지고 있는데, 당리당략적 차원이 아니고 포용적 시장경제를 만들 수 있는 정치제도로의 개혁이 돼야 한다"며 "견고한 지역구도와 소선거구가 결합된 (현행) 선거제도로는 사실상 어렵다"고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 새누리당은 최근 경제문제와 결부돼 자주 거론되는 '포용적(Inclusive)'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자유시장경제를 기초로 한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차원에서 13일 오후 국회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사진=미디어펜


민세진 비대위원은 "최근 '경제논리', '시장논리'란 표현 자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절차의 정당성이 제대로 확보돼 왔다면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위원은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의 시작이 공평했는가', '경쟁의 과정이 공정했는가'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 범위에 대해선 "국민 보호, 의료 기능 등을 바탕으로 국민 개인의 성장을 밑받침할 물적 요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정체성 훼손' 사례로 비판한 복 작가의 견해보다 한발 나아가,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어 "행복을 21번, 희망을 10번, 창조경제를 8번, 경제민주화를 2번 언급했지만 성장, 번영, 법치, 재산권 등 '우파적 핵심가치'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국민행복론'과 지지부진한 4대부문 개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노동개혁에 대해 "(노총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이해의 실타래'를 풀도록 해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며 "'견해가 다르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합의 아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6개월을 소비했고 노사정합의는 예상대로 노동개혁의 법제화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몸집을 줄이고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며 노조의 배타적 권한을 제어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게 박근혜 정부의 분명한 선택"이라며 "그 바탕 위에서 시장 중심 구조개편을 시도해 경제 체질을 바꿔야만 '복지 여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야권과 여론 일각이 경제적 자유주의를 강대국과 기득권자에게만 유리한 '신자유주의'로 치부하는 데 대해 "진보주의자들이 '자유'를 모든 양극화와 문제의 원인이라고 몰아붙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정책 추진에 있어 이념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성적 접근이란 걸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친화적인, 인지적(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관점으로 새누리당이 '이 법안은 청년일자리를 OO개 만드는 법안입니다' 하면서 모든 노력을 청년일자리 중심으로 수렴시켜야 한다"며 "법인세의 경우도 '1% 인하할 때 일자리가 몇개 만들어진다'는 식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유권자들의 직관에 와닿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지금 문과에서 강연을 하는데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한다. 도저히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없다. 철학, 사상, 문학도들 대신 공대생만 뽑아 그렇다는 것"이라며 "화이트칼라와 문과청년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결해줄 수 있다면 (유권자들의) 감성적, 실리적 접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13일 국회에서 열린 '포용적 시장경제와 새누리당의 진로'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서 김종석(왼쪽) 전희경 의원은 마지막에서 1, 2번째 순서로 토론을 진행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사진=미디어펜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석 의원은 "정체성 혼란이 위기를 불러왔다는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면서도 "정체성 개념이 너무 좁게 정의되면 너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당은 결과의 불평등이 불가피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인 기회의 균등, 그리고 공정한 게임 규칙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정확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빈곤해소'에 역점을 두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의식주와 교육 의료의 기본적 접근이 배제돼선 안 된다는 게 기회균등 차원에서,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출신이자 정치권에서 시장친화도가 가장 높은 인사로 분류되는 전희경 의원은 "시장경제에 수식어는 필요없다"는 도발적인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전 의원은 "포용적, 온정적, 공정한, 상생적 시장경제, 같은 맥락에서 유행하는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같은 용어들을 하이에크는 '족제비와 같은 말'이라고 저서에서 이야기했다"며 "족제비가 알의 내용물은 다 파먹고 껍데기만 남겨두듯, 수식하는 모든 명사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급사회와 다수가 굶어죽는 문제들로부터 인류를 점진적으로 해방시켜 온 것이 시장경제 바로 그 자체"라며 "시장경제를 비틀면 비틀 수록 가장 먼저 나락에 떨어지는 사람들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가장 위한다고 했던 빈곤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인식을 하는 사람들이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거나 시장만능주의로 포장되는 일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위기는 '가치의 부재'에 있는 것이지 '가치의 실패'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당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충실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