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양사 간 기업결합으로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도·소매시장에서 생길 수 있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금지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18일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 건에 대한 경쟁 제한성 최종 심의 결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 금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금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기존의 방송·통신 분야 사례들과 달리 수평·수직형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성이 혼재돼있다"며 "행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으로는 이를 모두 치유하는 것이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2일 CJ헬로비전과 'CJ헬로비전 주식 30% 취득',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뒤인 12월 1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하면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21곳에서 점유율이 1위가 되는 결과가 나타나 정상적인 경쟁이 제한을 받게 된다고 판단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CJ헬로비전이 이미 1위인 17개 지역은 2위와의 격차가 6.7%p∼58.8%p까지 확대되며 4개 지역은 새롭게 1위 사업자가 돼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CJ헬로비전이 케이블TV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공정위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CJ헬로비전이 자사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심사 과정에서 양 사는 유료방송시장을 전국 단위의 시장으로 보고 경쟁 제한성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지역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주거지를 바꾸지 않는 한 다른 방송권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케이블TV 사업자들도 허가 권역에서만 방송 송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블TV·IPTV 사업자들이 각 방송권역 내 소비자를 상대로 타 지역과 다른 요금으로 경쟁을 벌이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양사 간 합병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독·과점 폐해도 클 것으로 공정위는 우려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각각 이동통신 1위, 알뜰폰 1위 사업자다.
특히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이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해 요금을 인하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 공정위는 주목했다.
즉 양사 간 합병으로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이 SK텔레콤에 인수되면 견제 요인이 사라져 이동통신 시장의 요금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또 SK텔레콤이 415만명에 달하는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상대로 판촉·광고를 펼쳐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도매시장인 알뜰폰 망 공급 시장에서도 경쟁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알뜰폰 가입자의 28%를 SK텔레콤이 확보하게 되기 때문에 경쟁사업자의 망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계약 이후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중 SK텔레콤 망 가입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가 국내 최초의 방송·통신 사업자 간 기업결합인 데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문가가 포함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
또 당사자, 경쟁사업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발간한 보고서도 분석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신 사무처장은 "이번 조치는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폐해와 독과점 구조 고착화를 근원적으로 방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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