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2016년 사이 277% 급등…내년 7.3% 인상 6470원 2조5천억 부담
   
▲ 이동응 경총 전무
지난 16일 새벽, 2017년 적용 최저임금이 전년(2016년 적용 최저임금) 보다 7.3% 인상된 시급 6470원(주40시간 기준 135만2230원/주44시간 기준 146만2220원)으로 결정되었다. 최근 우리 경제가 대내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브렉시트발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7%가 넘는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 수준이 그 어느해보다 높았다.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야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새누리당도 '8000~9000원 효과의 최저임금'을 강조하는 등 그 어느 해 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높았다.

몇몇 야당의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를 찾아와 '올해는 최소 7000원대는 되어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20대 국회 개원 이후에는 야당의원 68명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 최소한 올해 최저임금은 두 자리 수 이상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 인상 및 공생적 최저임금 정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심의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박이 그 어느해 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난해(8.1%) 보다 낮춰, 상승세를 꺾었다는 점은 경영계의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노동계는 올해 협상과정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한 이후 수정안을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 노동계 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은 국민적 요구이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 없이는 수정안을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필리버스터를 연상시키는 토론을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회의를 지연시켰다.

이러한 노동계의 지연 전략으로 올해 심의기간은 법정 심의기간인 90일을 훌쩍 넘은 108일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이내 가장 길었던 협상기간이다. 전원회의 횟수도 역대 최다인 14회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공익위원안 제시 전까지 노사가 단 한 차례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 내년 최저임금이 7.3% 인상된 6470으로 결정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로 대로 떨어졌음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최저임금인상은 결국 고용불안과 경영 악화를 부채질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사진=연합뉴스

우리 최저임금이 기업들의 경영여건을 고려치 않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절대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최저임금은 2000년 1600원에서 2016년 6030원으로 277% 증가했으며, 인상 속도는 연평균 8.6%로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인상 속도는 일부 동구권 국가와 함께 국제적으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가파른 인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한 최저임금 수준도 OECD 21개국 중 8위에 올라섰다. 우리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협소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난해 미만율이 11.5%를 기록할 정도로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만율이 높아진데는 일부 부도덕한 사업주의 문제도 포함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최저임금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올라서 상당수 중소․영세기업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금번에 결정된 2017년 적용 최저임금 6470원으로 인해 최저임금근로자의 87%가 일하고 있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2조 5천억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고율 인상, 협소한 산입범위로 인해 일부 고임근로자까지 최저임금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불합리한 산입범위로 인해 상여금․수당 등은 고정적으로 받는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 안 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일부 기업의 경우 한 해 3000~4000만원의 임금을 받아가는 근로자들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동적으로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임금 단신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최저임금제로 인해 매달 300만원 가량 받는 근로자들의 임금까지 인상시켜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현실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업종에 따라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이 천양지차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최저임금은 1989년 이후 업종 구분 없이 단일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있다. 개별업종의 각기 다른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제는 현실에 맞지 않다.

이외에도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한 경비원 등 감시단속 근로자 최저임금 전액 적용, 택시업종 초과운송수익금 최저임금 제외 등은 해당업종 근로자의 고용 불안, 편법적 근로시간 적용 등 다양한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부진 장기화 등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영세기업은 물론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이 임박한 업종의 일부 대기업과 협력업체들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날이 악화되는 경영여건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감안하면 당분간 최저임금은 반드시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 중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이외에도 근로장려세제(EITC),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는 고용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OECD가 권고한 것처럼 현재 구축되어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지원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30여년 동안 그대로인 제도의 틀을 개선해야 한다. 상여금․숙식비 등을 포함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업종별 최저임금제도 시행, 연령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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