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한국경제연구원장 |
좌승희 박사의 창조경제 전략-마차경제에서 우주선경제로 창발할 수 있는 경제정책(4)
경제민주화와 한국경제의 미래
좁은 의미의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기업생태계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로버트 달(Robert Dahl)은 이를 기업지배구조의 민주화라고 규정했다. 2차대전후 일본을 점령한 미국의 맥
아더사령관은 군국주의의 산업적 기반이 됐던 일본 재벌을 해체했다. 맥아더식의 경제민주화 조치였다.
서아시아의 강자였던 파키스탄도 아버지 부토와 딸 부토가 수십년간 집권하는 동안 수십개의 대기업과 은행을 국유화했다. 로버트 달은 이같은 지배구조의 민주화에 대해 실체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는 달리 말하면 사회주의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각국의 경제민주화는 성장하는 기업을 역차별하지 않고 기업생태계의 균형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경제발전기능 차단하는 악영향을 가져왔다.
기업의 경제발전 기능
자본주의 경제는 기업경제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 없이 경제의 발전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일등 기업, 일등 경제, 일등 문명은 영원할 수 없다. 일등기업은 항상 후발기업에 의해 쫓김을 당한다. 후발기업들이 일등기업의 성공노하우를 끊임없이 복제(즉 무임승차)하며 추격하기 때문이다. 90년대까지 세계 휴대폰시장의 30%가량을 차지했던 절대강자 노키아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혁신에
밀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병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전자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소니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후발 한국업체들에 밀려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추락한 것도 기업생태계의 냉엄한 원리를 실감케 하고 있다.
기업은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은 고 거래비용 경제활동의 집합으로 시장처럼 투명할 수 없다. 기업은 수직적 명령조직으로 기업경영은 민주화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경제는 민주화의 대상 아니다.
시장경제의 본질은 경제적 차등, 차별, 경제력집중과 불평등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반면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결과 평등을 추구한다. 사회민주주의 경제에 다름아니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좋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
한국경제의 미래는?
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조항이 삽입되면서 우리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화이후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저성장과 정체현상은 경제민주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헌법을 왜곡하는 경제민주화 논의도 난무하고 있다.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의미는 ‘경제문민화’, 혹은 ‘민간주도 경제’에 있다. 관주도의 경제에서 민간주도, 시장자율및 시장주도의 경제로 전환하자는 데 중점이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주장은 대기업지배구조 민주화에서 대기업 해체까지 사회 민주주의적, 혹은 사회주의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참뜻이 왜곡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제9차 개정을 통해 제119조에 대한민국의 경제기본질서를 규정했다.
1항에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념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2항에선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작금의 수년간 저성장추세를 보이는 원인은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평등주의 정책체제로 인한 것이다.
<추락하는 한국경제 성장잠재력>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업정책의 새 패러다임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의 성공요인과 성과
자본주의경제의 발전은 앞선자의 성공노하우를 복제하여 동반 발전하지만 경제적 차이와 차등을 수반하는 과정이다. 시장은 경제적 차별화 메커니즘으로서 경제주체들을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함으로써 경제발전의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이다. 스스로 돕는 자를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반면 경제적 성과의 차이를 무시하는 경제평등주의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지만 성과를 무시한 평등보상은 사보타쥐(sabotage, 태업)를 초래한다. 그래서 성공하는 주체에게 자원이 집중되는 것은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성과를 내는 기업에의 경제력집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발전의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기업이 대기업, 재벌 등 보다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제는 선진경제이지만 후진국은 기업이 부실한 경제를 의미한다.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은 바로 이러한 경제발전의 원리를 실천함으로써 가능하였다.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원칙에 따라 수출성과 우수기업과 새마을성과 우수마을만을 지원함으로써 수출주도 성장과 새마을운동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이런 신상필벌의 성과주의가 국민 모두에게 하면 된다는 자조정신을 심어주었다. 성과우수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하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 재벌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은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50~60년의 한국경제 발전 과정은 대구의 삼성상회라는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으로, 부산의 락키치약이라는 중소기업이 LG그룹으로, 중소기업인 현대 쌀상회와 자동차수리소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로, 수원 장안구의 중소 직물공장인 선경이 SK텔레콤과 SK그룹으로, 500만원으로 시작한 대우오퍼상이 전 대우그룹, 그 계열사로 성장하는 과정, 포항제철이 무에서 창출되는 과정이었다.
지금 한국의 모든 대기업, 혹은 재벌들은 50~60년 전 이름 없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출발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들로 성장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서 도태되는 몰락의 과정도 경험하였다.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은 그래서 기업의 성장과정이며, 그것도 이름 없던 중소중견기업들이 세계적인 대기업, 혹은 재벌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개발연대 경제운영 패러다임(경제적 차별화전략)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운영 모델이었다.
박정희 경제운영 패러다임을 대기업중심의 경제운영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사실을 잘못보고 있는 관점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운영을 통해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60~70 년대 한국에는 중소, 중견기업은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대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장성과가 우수한 중소기업을 우대하고 앞장세우는 경제적 차별화전략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다.
박정희시대의 기업에 대한 경제적 차별화전략은 1) 성공하는 수출 우수기업에만 재정금융 지원 2) 우수기업에 부실기업 인수 기회 제공 3) 수출성공 기업에만 중화학공업 진출 기회 부여 등을 통해 시장성과가 우수한 중소, 중견기업에 보다 유리한 성장기회를 제공했다. 이를통해 중소기업이 빠른 속도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박정희 경제적 차별화전략이 동반성장을 가져왔다.
개발연대에는 대기업에 대한 투자규제는 없고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장려하였기 때문에 수출·제조대기업들이 수출 수익을 자유롭게 국내투자로 환원시키면서, 내·외수,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의 동반성장이 이루어지고 국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었다. 그래서 한국은 초고속 성장과 최상의 분배를 동시에 달성한 동반성장의 모범경제였다.
1980년대 중후반이후 경제의 정치화와 경제평등주의 정책이 지금의 경제정체와 양극화의 원인
개발연대이후 한국은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제의 정치화가 진전되면서 경제평등주의 정책체제가 고착화되었다. 1980년대 중후반이후‘성장하는 기업을 역 차별하는’대기업에 대한 획일적 규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획일적 지원 등 반 차별화 평등주의정책이 일반화되면서 9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정체와 동반성장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규제받는 수출·제조대기업들의 국내투자 기피로 내수가 고갈되어 내·외수, 중소·대기업, 제조·서비스업간의 동반성장이 약화되고 국내 일자리창출이 정체되었다.
1980년대 말 이후 한국경제는 대·중소기업의 균형성장, 지역균형, 소득균형 등 소위 경제민주화를 추진하여 모두 잘사는 선진경제를 달성하겠다고 정부가 각종의 규제와 지원정책을 남발해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늘날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지속 추락하고 경제양극화는 심화되고 국민들은 더 불행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모순된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같은 평등주의정책들을 지속 강화하는 것이 살길이라는‘정치적 최면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전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