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화성갑서 이전투구나 흠집내기 안된다는 취지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최경환·윤상현 의원에 이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4·13총선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돼 8·9전당대회를 앞두고 파란이 일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전날(19일) 보도에서 현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1월말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출마를 희망하던 김성회 전 의원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지역구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현 전 수석은 "저하고 약속을 하면 대통령한테 약속한 것과 똑같은 것 아니겠냐"면서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대표님 가는 데 안가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이 "이게 VIP(대통령)의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하자, 현 전 수석은 "예"라고 거듭 확인하며 "따르시라. 따르시고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으로 갑니다'라고 솔직히 까놓고 말하라"고 종용했다.

현 전 수석은 또 "(상황이)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다.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아는가. 제가 말씀드릴 때 바로 조치하시라",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차례 고비가 있고, 딱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판단을 제대로 하시라. 오늘 바로 전화하라"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전 의원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자 돌연 언성을 높여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인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렇게 합니까"라고 거듭 종용했다고 이 종편은 보도했다.

당시 현직 정무수석의 이같은 언행을 미루어 보면 사실상 청와대가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총선을 전후해 수차례 '개입설'이 불거질 때마다 "공천권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강하게 부인해왔다. 현 전 수석은 공천 기간 중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과 '비밀 회동설'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현 전 수석은 종편 보도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었던 김 전 의원이 사표를 내면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와 서 의원 지역구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힌 바 있다"면서 "그후 두번째 통화에서 그 약속을 지키는게 옳다고 애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 약속을 지키라는 뜻에서 당시 통화에서 '청와대에 근무하는 나에게 약속을 한 것은 대통령과 약속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에게 이같은 요구를 한 취지에 대해선 "화성갑의 경우 서청원 의원이 당선 가능하고, 화성병은 당시 분구가 돼 후보가 될 사람이 없었다"며 "화성갑에서 같은 당 후보들이 이전투구하거나 흠집내기를 하기 보다는 화성병으로 출마하는게 서로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18일 최·윤 의원 녹취록이 보도된 이후, 그동안 '친박 대표' 출마를 권유받았으나 의혹에 연루된 서청원 의원은 19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중진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으로 당권경쟁구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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